나는 불안하지 않다.

일상|2018. 6. 9. 16:02

38세, 무직인 남성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의 시선이 느껴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 이 길을 멈출 수 없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이유도 없습니다. 이 길은 제가 가야 할 길이니까요. 그래서 전 불안하지 않습니다. 근거없는 자신감에 취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내 생각대로 내 삶을 바꿀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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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 가지 일을 11년 정도 했습니다. 대학교 4년 동안 준비했던 일이 학력과 말더듬으로 실패했을때 시작한 일입니다. 누구의 도움도 받기 싫어서 지갑에 3만원 남았을때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을 11년 동안 했습니다. 총 3번의 직장, 2번의 프리랜서 활동을 했습니다. 그 11년 동안 저는 총 3명의 여자를 사랑했습니다. 한 명은 결혼의 문턱에서 좌절됐고, 한 명은 빚을 지게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습니다. 다른 한 명은 그저 바라보다가 끝났죠. 이 11년 동안 제게 가장 큰 아픔은 말더듬 보다 직업의 안정성이었습니다. 과연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면서 사람답게 살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죠.

 

그 사이에 저를 저울질했던 여자는 연애 한번에 결혼까지 갔습니다. 결혼식을 올리기 직전까지 저와 남자친구를 저울질했죠. 겉으로는 철벽을 치고 있었지만 저울질하는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3자에게서 그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당시에 제 미래에 대해서 확신이 있었다면 아마 그녀를 잡았을겁니다. 그녀가 결혼한 남자친구는 정말 아니었거든요. 능력이나 외모를 떠나서 그녀를 대하는 태도에 배려가 전혀 없었습니다. 그녀의 신체적인 특징, 정서적인 문제에 대해서 배려를 해주면 좋겠는데 그런게 전혀 없었어요. 그저 철없는 왕자님이었습니다. 그녀의 결혼 소식을 끝으로 그녀의 번호를 지웠고 제 번호도 바꿨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그녀의 계정을 봤습니다. 팔로우를 할 이유는 없기에 보고 지나갔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습니다. 그 성격에 인스타그램이 맞지도 않는데 직업상 열심히 하더군요.

 

요즘도 이 때가 생각날정도로 똑같은 일이 가끔 벌어집니다. 다른 점이라면 '전 이미 인생을 걸고 달리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지나간 순간에서는 망설임과 불안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습니다. 저를 힘들게 하는 유일한 감정은 '사랑'일 뿐이거든요. 몇 번의 사랑을 동일한 고민으로 힘들게 지나가니까 이제는 나름의 기준을 만들게 됐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누군가를 사랑하기에 부적절한 순간입니다. 나를 그 자체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모르겠지만 연애를 하기 위해서 맺어지는 관계를 지속하기에는 지금 제 상황이 많이 부족하죠. 지금은 그저 이 건강한 마음을 잘 키워서 빨리 어른이 되는게 중요합니다.

 

퇴직 후 3개월, 저와 동일한 능력의 후임을 구하지 못하고 (저와 동일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연봉이 5~6천입니다. 전 직장에서 사람을 구할 수 없는 높은 연봉이죠.) 나왔기에 3개월간의 AS 기간을 뒀고 이제 끝났습니다. 이제 전 직장은 제 기억에서 아웃입니다. 그 사이에 제 마음은 많이 건강해졌습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결국 또 ZERO에서 시작합니다. 전 언제나 바닥까지 떨어진 다음에 시작했기에 불안하지는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불안해하죠. 그들의 불안감을 풀어주고자 예전과 동일한 상황에서 새롭게 직장을 구하고 취직한다는 것은 제 인생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또 다시 패널티를 안고 저평가 받으면서 누군가의 돈벌이 도구로 전락해야됩니다. 제 자존감은 바닥을 치게 될테고 언젠가 찾아올 사랑을 또 놓치겠죠. 전 그 상황을 다시 보고싶지 않습니다. 그것이 제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직을 한 이유입니다.

 

 

또 다시 바닥에서 시작하지만 앞으로의 50년은 지난 38년보다 행복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소득 0원, 백수의 길을 걷는 이유입니다. 저는 이 선택을 후회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저 묵묵히 걸어가서 내가 원하는 미래를 만나고 싶을 뿐입니다. 오직 그것 하나뿐입니다. 그 길에 같이 걸어갈 사람이 한 명만 있으면 금상첨화겠다. 이런 생각은 자주 합니다. 쉽지 않죠. 보통 이 나이에 남자에게 기대하는 수준이 있으니까요. 20대 초반도 아니고 30대 후반인데 옆에 같이 설 사람을 만나는건 어렵다고 봅니다.

 

※ 이 블로그는 아주 오랫동안 개인적인 이야기와 생각을 적는 공간으로 쓸 생각입니다. 아주 느린 속도로 변하는 제 삶을 기록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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