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_하루의 끝(End of a Day)

일상|2018. 1. 17. 20:33

이 블로그에 첫 글을 종현의 하루의 끝 느낌표로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영화 리뷰도 일상도, 책 리뷰도 아닌 음악 감상문이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2017년 12월의 어느 날, 아무렇지않게 들려온 사망소식.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그의 노래들을 들으며 이해가 됐다. 그리고 이 곡을 2주 가까이 반복해서 듣다가 어느 순간 알게됐다. 의미를.

 

 

굳이 노래의 가사를 블로그에 옮기고 싶지는 않다. 다만 창작을 할 때 대부분 자신의 이야기를 적는다. 지나간 순간보다는 앞으로 맞이하고 싶은 순간의 이야기를 적는다. 그리고 난 이 곡의 노랫말이 그가 바랬던 이상향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수 많은 팬, 친구, 가족을 뒤로하고 외로움과 공허함에 삶을 놓아버린 이유. 가사 속 그런 관계만이 삶을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유일한 열쇠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나 또한 그렇고 다른 누군가도 비슷하지 않을까? 위로가 되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그런 관계. 의지하는게 아니라 서로 버티고 기댈 수 있는 그런 사이. 그런 관계에 그런 누군가를 기다렸을것 같다. 이 노래는 그런 마음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세상을 향해서 외치는 메아리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되뇌이는 넋두리를 새겨내듯이 곡을 썼을 것 같다.

 

흔히 친구가 많고 사회생활을 잘 하고 사교성이 좋아야 성공한 삶이라고 회자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수도 있겠지만 어찌보면 아주 위험한 기준이 아닐 수 없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내가 불편하지 않는 관계를 유지해주는 타인의 자세를 마음대로 제단하려는 인간의 이기심이 만든 잣대. 과연 그럴까?에 대한 고민은 각자가 해야 할 일이겠지.

 

다만, 친구는 주기만하고 받기만 하는 관계는 아닐거다. 마음을, 위로를, 감사를 주고 받는 관계가 진짜 친구겠지.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힘들때 눈치 안 보고 힘들다 말 할 수 있는 단 한 명, 그가 힘들때 힘드냐 아는체하며 다가가도 괜찮은 단 한 명. 그거면 족하다 여긴다. 가능하다면 그 상대가 인생의 반려자였으면 하는 생각은 나만이 가지고 있는 욕심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곡의 창작자도 나와 같은 마음에서 이런 곡을 남긴게 아닐까? 싶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긍정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수 많은 사회의 인연을 마주한다. 난 그에 응한다. 다만, 내가 손해를 안 보는 선에서 그들의 뜻대로 웃어주고, 울어주고, 신이 난 척을 한다. 내가 한 치의 손해도 안 본다면 난 그들의 요구에 응해 줄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 인간적인 관계는 1mm도 생기지 않는다. 애초에 '긍정적인 자세'는 자신들의 불편함이 싫어 상대의 기분을 제단하려는 이기적인 요구니까. 나도 이기적으로 대하는 것일 뿐.

 

종현의 하루의 끝을 듣다보면 누군가 나를 뒤에서 꼭 안아주는 느낌이 든다. 마치 따뜻한 물이 가득 찬 욕조 속에 몸을 담그고 음악을 들으며 쉬는 느낌. 그의 마음, 그의 결말을 아는 입장에서 난 위와 같은 감상문을 쓸 수 밖에 없었다. 마음 속에서 곱씹고 곱씹어 일 주일을 고민한 끝에 남기는 음악 감상문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