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신도시 택배갑질 소식을 보니 씁쓸하다.

일상|2018. 4. 10. 13:27

실검에 다산신도시가 1위를 차지했길래 집 값이 올라가나? 싶었습니다. 막상 뉴스 기사를 보니 약간 씁쓸합니다. 일단 기사 내용을 대략 정리해서 올려보고 제 생각을 말해보겠습니다.

 

기사 내용

 

다산신도시의 아파트 단지 중 '차가 다니지 않는 아파트'를 천명하고 생활환경의 품격을 높이려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그 단지에서 택배 기사에게 지정된 장소에서 카트에 물건을 실어서 배송을 해줄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미 택배소장과는 면담이 끝난 사항이니 일선 기사들은 그 협의 내용에 따라달라고 했습니다. 택배 기사가 집 앞까지 배송을 할 수 없다고 말할 때 대응할 메뉴얼까지 마련해서 게시를 했는데 그 내용이 가관입니다. '배송은 당신의 일인데 카트에 담아서 갖다주면 될 일을 왜 안하느냐?'는 식입니다. 이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택배갑질이라며 분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지하주차장이 궁금했는데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회사에 지하주차장 높이에 맞는 택배 차량을 준비해달라고 했답니다. 이에 대해서 택배회사는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그럼 아파트 단지에 지정 장소에 차를 세우고 카트에 물건을 실어서 걸어가서 배송하라고 했답니다. 이에 대해 CJ택배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동의를 했답니다. (다산신도시 입주가 이제 시작인데 여기에서 선례를 만들면 이 지역에서는 다 그렇게 배송을 해야된다며 반대를 했답니다.) 결국 CJ 택배회사만 해당 아파트 단지에 배송 거부를 한 상태랍니다.

 

※ 그래도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택배회사가 있었습니다. 제가 담당자였으면 '그렇게 하게되면 해당 고객이 추가 배송비를 현장에서 현금으로 기사에게 지불하라'는 요구를 했을겁니다. 절대로 동의되지 않을 제안이지만 저게 현실이니까 전 그렇게 제안까지 했을것 같습니다.

 

내 생각

 

아파트 단지 내에서는 도로로 인정되지 않아서 차량 사고가 발생했을때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피해자는 냉가슴 속앓이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면에서 아파트 단지 지상에서는 차량이 다닐 수 없도록 한 조치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파트 주민도 불편함을 감수해야합니다.

 

택배와 관련된 사례로 이야기를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신들의 안전과 쾌적한 환경을 위해서 '차 없는 아파트 단지'를 천명했다면 택배기사가 물건을 놓고 갈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됩니다. 차량이 배송을 가야 할 고객의 동 앞까지 갈 수 없으니 해당 아파트로 배송된 택배 물건을 두고 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된다는 말입니다. 이후 고객은 그 장소에서 물건을 수령해서 자신의 집으로 가져가는게 맞습니다.

 

이런 불편함은 감수하지 않고 택배 기사들에게 지정된 장소에 차를 세우고 카트에 물건을 실어서 자신의 집으로 갖다달라는건 이기심입니다. 기사들이 고객의 노예가 아닌데 왜 노예를 부리듯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들의 가치관을 위해서 다른 이의 시간을 축낼 생각이라면 그만큼의 댓가를 지불해야합니다.

 

택배 기사의 근로 환경이 열악한 것은 너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배달하는 물건 하나당 기사에게 떨어지는 소득은 몇 백원, 그것들을 하루 안에 모두 배송을 해야만 합니다. 물량은 정해져있고 시간은 한정된 상황에서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하는 분야가 바로 택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들이 일을 하는 이유는 집 앞까지 가서 물건을 갖다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환경을 물건을 받는 사람의 가치관에 의해서 무시하는 행위가 발생한 것입니다.

 

자신의 안전과 쾌적한 환경을 위해서 지상으로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아파트 단지를 만들려고 생각했다면 그에 대한 불편함과 책임도 직접 감수해야 합니다. 책임과 불편함은 감수할 생각이 없이 택배 기사의 희생과 불편함만 요구하는 것은 갑질입니다.

 

공론화가 되어야 할 이유

 

국민의 목숨은 재벌이든 빈민이든 소중합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서 택배 소장은 합의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말은 택배사가 자사 직원의 삶을 고려하지 않고 수익을 쫓았다는 말입니다. 지입이든 위탁이든 어쨌든 자사의 물량을 소화해주는 사람들입니다. 법에 적힌 몇 줄의 글자를 빌미로 기사 개인의 삶을 무시하는 고용주와 물건을 제 값에 구매해놓고 자신이 기사에게 갑이라고 착각한 다산신도시 아파트 단지 주민들에게 그에 준하는 대가를 치르게 해야합니다.

 

아마도 다산신도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이 문제에 심각성을 모를겁니다. 자신들이 하는 요구가 얼마나 무리한 것인지 감도 못 잡을 것입니다. 그저 택배를 자신이 직접 가져오는게 불편한것 뿐입니다. 그래서 '카트에 담아서 갖다주면 될 일', '그거 좀 걸어오는게 뭐가 힘드냐'며 집 앞 배송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무지가 경제적 대가로 치뤄지면 다시는 그런 갑질은 하지 않을겁니다.

 

명품 아파트? 차 없는 안전한 아파트? 여기에 한 가지 수식어를 더 붙이죠.

'어떤 택배회사도 배송하지 않는 아파트'

 

그나저나 택배사들은 경쟁사간 라인 없습니까? 이 경우라면 모든 택배회사가 해당 아파트 단지에는 배송하지 않으면 끝나는 일입니다. (기업 상황상 배송을 하지 않는것이 수익에 더 도움이 되기때문에 그렇게 결정했다고 하면 끝납니다.) 기사들과의 법률적 관계가 어떤 형태로 맺어졌다고 하더라도 현장에서의 모든 분쟁을 택배 기사에게 떠넘기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 참고로 저는 오랫동안 섬에서 살아왔습니다. 섬에서 살면서 택배 기사에게 부둣가에 차를 세워두고 물건을 들고 배 타고 들어와서 내게 갖다달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대형 가구나 가전제품 같은 경우에는 배송팀 스케쥴에 맞춰서 최대한 섬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합니다. (따로 배송팀과 전화 통화를 합니다.) 그리고 가는 길에 따로 밥 값은 챙겨줍니다.

 

오지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개념을 물 말아먹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것 같습니다. 배송을 받아야 하는 고객도 사람이듯 배송을 하는 택배 기사도 사람입니다. 무슨 권리로 기사의 시간을 빼앗으려고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일'이라고요? 그들의 일은 집 앞에가서 물건을 들고 고객에게 갖다주는 것입니다. 그 시간을 계산해서 수수료가 책정이되고 그들이 계약을 하고 택배 기사를 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회사와 계약한 내용에 다산신도시 아파트 단지와 같은 경우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어떤 택배도 오지 않는 아파트'가 되던지 지정장소를 만들어 고객이 직접 가져가는 책임을 지던지 하는게 맞습니다. 자기들이 잘 살고 싶어서 만든 규칙이니 그 책임과 관리도 아파트 단지 안에서 해결하는게 맞는겁니다. 택배 물량 받아서 관리하는 직원도 뽑고 무거운 물건을 카트에 실어주고 댁에서 내려주는 직원도 뽑아서 쓰면 됩니다. 택배기사는 다산신도시 아파트 단지 내부 지침과는 관련이 없는 제 3자니까요. 손해를 보든, 이익을 보든 그건 그 규칙을 만든 사람들끼리 알아서 할 문제입니다.

 

그나저나 저 규칙 만든 이유가 대체 뭔가요? 안전 문제는 이해가 되는데 왜 규칙만 만들고 책임은 안 만들었죠? 자신들이 만든 규칙에 문제가 생기면 자기들이 책임지고 해결할 방법을 만들어야지 애꿎은 택배 기사에게 희생을 강요하다니 참 씁쓸합니다. 너희들이 한 달에 돈을 10억을 벌든 100억을 벌든 타인에게는 그냥 아저씨, 아줌마일 뿐인건데 무슨 권리로 저런 갑질을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돈과 고용의 권한을 쥐고 있다고 딸이나 손녀뻘되는 젊은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구더기들과 다른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택배사는 한번 기사와 관계를 정리해야겠습니다. 회사가 물건 구입자에게 을의 위치가 아닌데 왜 택배 소장은 그 아파트에가서 면담을 하고 합의를 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직원을 노예로 다루는 회사는 존재할 가치가 없습니다. 국민을 동물로 취급하는 기업은 미사일을 쏴서라도 다 부숴버려야합니다. 이번 일에서 아파트 주민만 욕하지말고 저 택배사도 제대로 욕을 먹어야됩니다.

 

어쩌면 핵심은 택배갑질이 아니라 해당 택배회사의 태도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 우리가 사는 사회는 자본주의입니다. 그것의 기본 전제는 '책임을 지는 것' 입니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습니다. 미국이 아무리 극악의 빈부격차를 보인다고해도 정해진 법과 기본 가치에 반하는 행위를 했을때는 파멸에 준하는 징벌적 책임을 지게 됩니다. 우리가 정말 자본주의라면 징벌적 처벌이 있어야됩니다. 한마디로 아직 우리나라는 자본주의가 아닙니다. 그러니 저런 택배 갑질이 나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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