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강철비 후기 _ 웹툰의 향기

취미|2018. 1. 27. 18:41

영화 강철비 후기 _ 웹툰의 향기

 

정우성, 곽도원 주연의 다소 허무맹랑한 스토리의 영화다. 후반으로 갈수록 엉성해지고, 과한 전개라서 이상했는데 웹툰과 동시 제작된 작품이라니 이해가 된다. 전체적인 평을 남기자면 작가든, 감독이든 누군가가 현재 남북관계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쏟아낸 느낌이 든다. 곽도원이 좀 더 차갑고 냉철했다면, 정우성이 좀 더 대한민국에 대해서 반항적이었다면 좋았을 작품. 아쉬움이 많지만 좀 무거운 코메디를 본 느낌이라 부모님과 봐도 괜찮을 것 같다. (총 쏘고 싸우고 피흘리는 장면이 많아서 아버지는 좋아하겠다.) 딱 그 정도. 나도 이 영화의 후기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적어본다.

 

 

대사에 공감했던 부분

 

1. 우리나라는 스스로 독립하지 못해서 분단되었다.

 

초반에 곽도원이 강의를 할 때 한 학생이 뱉은 대사다. 난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전쟁 당사자가 아닌데 남과 북으로 나눠진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다. 다만, 더 자세할 필요가 있다. 남한의 이승만, 북한의 김일성이 각자 어떤 끈을 쥐고 있었는가?에 대한 문제. 그 전에 미국의 선교사 나부랭이가 주한 공사가 되어 활동하다 본국으로 돌아간 배경, 그 과정에서 일본과의 밀약 등. 지나간 역사를 통해서 배워야 할 부분이 많지만 아직 그렇지 못한것이 아쉽다.

 

2. 분단된 국가의 국민은 분단 그 자체보다 그 상황을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서 더 고통 받는다.

 

지금까지 남과 북이 분단 상태를 유지하는 이유다. 단순히 한반도 내에 거주중인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입장도 첨예하게 걸려있다. 생각해보자. 미군이 남한 땅에 사드를 배치할 수 있는 상황은 바로 이 땅이 북한과 휴전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4개 국가와 대한민국 사이에는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수 많은 관계가 얽혀있어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도 종종 생기지않은가? (대표적으로 위안부 합의)

 

3. 이제 좀 그만 징징거리라는 미국 대표의 대사.

 

대한제국 시절에 고종황제가 선교사로 온 사람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우리를 도와달라고 매달렸다. 그들은 풍문으로 떠도는 조선의 부가 허상이었음을 알고 시장으로서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해서 버리고 본국으로 돌아간 미국. 이후, 일본이 항복하면서 주둔한 미군을 향해서 통일이 되게 나가달라고 항거했다. 그리고 지금 영화 속에서 핵폭격을 해달라고 왜 안해주냐며 떼를 쓴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의 메신저가 한 말은 가슴에 비수가 된다. '이제 너희 땅은 너희가 좀 지켜, 징징대지 좀 말고' 그냥 가상의 대사일 뿐인데 송곳처럼 날카롭다.

 

만약 영화 속 상황이 발생한다면?

 

영화는 너무 허술했다. 미군의 시설을 탈취해서 도발을 한 뒤 선전포고를 했다고 미국에서 핵폭격을 입에 담는다? 참, 100년 전 조선시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영화가 좀 더 신경을 썼다면 극 중에 정우성이 말한 북한의 핵 전략을 미리 미국이 알고 있는 상황이어야 말이된다. 그들은 이미 그 전략을 알고 자국의 군인과 시설을 지키기 위해서 못이기는척 대한민국의 핵폭격 요구에 응해주는 척 해야되는거지. (아마 현실이었다면 그들은 자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경기 북부부터 평양 위쪽까지 날려버릴 계획을 세울거다.) 그리고 그 뒷 이야기는 잘 정리되서 화면으로 보였어야된다. 하지만 선전포고, 그 철회를 그대로 믿고 우리에게 비수같은 말을 내 뱉더라. 영화답지 않았다.

 

현재의 상황에서 북한의 괴멸을 바라는 쪽은 없다. 북한이 스스로 무너진다면 중국이 그 땅에 들어가 주둔하겠지. 한국은 힘이없고, 미국은 권리가 없다. 이미 핵을 갖고있는 중국이 북쪽에 터를 잡으면 그때는 어떻게 할건데? 한, 미, 일 군사공조체제에서 전선이 휴전선에 고착되는건 변함이 없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이 더 불편해지지. 애초에 이 땅은 2차대전의 당사자인 소련과 일본이 괜히 건드려서 당사자가 된 미국이 이념 경쟁의 논리에 의해서 분단시킨 곳이다. 식민지 시대, 독립, 분단, 현재까지 우리의 의사로 일이 진행된 적이 없다. 그게 달라질까? 그게 달라지려면 우리 땅이 폐허가되면 중국과 미국의 영향력있는 집단에 막대한 손해를 입힐 정도의 가치를 가져야하는데 아직 그 정도 영향력은 없잖은가. 겪지 않아도 답이 뻔한 상황인거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의 전쟁 혹은 북의 붕괴를 바라는 이가 있을까? 잘 생각해봐라. 독일의 통일은 그들 스스로 장벽을 무너뜨린데에서 시작됐다. 우리는 아직 그 누구도 그럴 의사가 없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

 

미국은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에 직접 당사자가 아니다. 언제나 뒤에서 지켜만보다가 전후복구를 이유로 중립적인 위치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그렇게 쌓은 부를 이용해서 더 큰 부를 얻기 위해 세계의 경찰을 자처했고 1980년대까지 그를 위해 체제 경쟁을 이용했다. 이후 소련이 붕괴하며 자본을 통한 경찰놀이를 하는 중이다. 애초에 미국은 체제 경쟁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말. 돈으로 죄는게 이념으로 죄는것보다 더 편하고 쉽고 강력하다는걸 그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 상황에, 이 땅에서 아직도 분단된 채 공산주의, 빨갱이, 종북좌파 같은 단어들이 난무하는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다. 선출직 공무원들의 표 놀이에 전국민이 백 년째 놀아나고 있다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마무리는 영화 이야기로.

 

아마 내가 작가였다면 영화 강철비에 나온 소재로 스토리를 짤 생각은 못했을거다. 웹툰과 연계한 덕에 다소 허무맹랑한 전개로 마무리가 됐지만 한반도에서 개봉한 영화의 소재로서 부적절했으며 담는 무게도 가벼웠다. 김갑수와 조우진이 아니었다면 아마 보는 재미도 많이 반감됐지 않을까 싶다. 이미 저 현실에 살고 있는 내가 저 내용에 공감하지 못하는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아쉽고 안타깝지. 참고로 이 소재라면 대하드라마 한 편은 짤 수 있을거다.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러시아, 북한까지 낀 1000부작 대하드라마. 그걸 웹툰으로 담으니 저런 코메디가 되는구나. GD 노래 밖에 생각이 안나는구나.

 

사족.

 

미국의 핵폭격을 저지할 좌표를 불러준게 중국이 그저 미국 망신주고 싶어서였다는 설정은 내 평생에 가장 웃긴 농담일거다. 저들은 이 땅이 영원히 긴장상태로 남아주길 원하는거다. 그래야 서로 처마를 맞대지않고 으르렁 거리며 1, 2위 다툼을 할 수 있거든. 싸움은 안 하고 세력만 불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반도가 통일되면 저들은 서로의 본토에 미사일을 쏴야하는 부담을 등에 엎고 외교를 해야되거든. 그 부담을 감수하는것보다 어떤 위험을 안고서라도 이 땅을 이대로 유지하는게 낫겠지. 우리는 그들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 위치를 확보해야한다. (지리적으로 거저 얻은 이점 말고 자본 논리에 따른 유리한 위치, 이 땅에 전쟁이 터지면 미국의 힘 있는 누군가에게 막대한 타격이 간다면 쉽게 우리를 버릴 수 없을거다. 그들에게도 목숨은 하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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