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담뺑덕 후기 (2014)

취미|2018. 5. 7. 11:35

2014년에 정우성, 이솜이 주연으로 등장한 영화 마담뺑덕 후기입니다. 전 작년에 봤는데 당시 상황이 좀 특별해서 이 영화에 감정이입을 잘 됐답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의 후기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느끼는 평은 비슷하네요.

 

 

방자전(김주혁, 조여정)과 비교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마담뺑덕의 포스터입니다. 개인적으로 카피는 잘 뽑았다고 생각합니다. '욕망에 눈 멀다. 집착에 눈 뜨다.'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한 줄로 간략하게 잘 표현했습니다.



 

이 작품은 고전 심청전을 모티브로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덕이, 학규, 청이 등 고전 속 등장인물의 이름을 떠올리는 캐릭터들의 이름을 보면 알 수 있죠. 또한 시력을 잃는 학규, 제물로 팔려간 청이가 귀인을 만나 돌아오는 설정 등도 억지스럽게 갖다붙인 대목입니다. 아마 방자전을 떠올렸거나 심청전을 마음에 두고 이 작품을 본다면 좋은 평점을 내놓기는 힘들겁니다. 하지만, 시선을 덕이에게 맞추면 또 다릅니다.

 



 

인적도 드문 시골에 놀이동산 매표원 덕이를 중심에 두고 이 영화를 보면 적어도 중반까지는 아주 볼만한 작품이랍니다.

 

홀어머니와 둘이 소소하게 삶을 버텨내는 젊은 여자 덕이. 그녀의 주변에 도시에서 온 글 쓰는 아저씨가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한참 연애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을 나이, 꾸미고 싶을 나이에 할아버지들만 가득한 곳에서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덕이에게 젠틀하고 멋진 학규는 백마탄 왕자였을겁니다. 주변에는 온통 영농후계자나 할아버지들만 즐비한 인생에 꽃이 핀거죠. 여자로서 살고 싶은 욕심을 표현조차 할 수 없던 덕이에게 새로운 '시대'가 열린겁니다.

 

다행히도 그녀의 호기심을 받던 학규는 '멍청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관심을 어르고 달래서 결국 연애를하는 '꾼'이었습니다. 덕분에 두 사람은 불륜이었지만 서로가 원하는 것을 주고 받으며 연애 그리고 사랑을 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덕이에게는 세상이 바뀌는 경험이었을겁니다.

 

하지만 영원한 사랑이라고 믿었던 '처녀 덕이'의 마음과 달리 이성의 작은 관심조차 잠자리로 끌어들일 수 있는 '선수 학규'에게는 수 많은 사랑 중 하나였을 뿐입니다. 아내와 딸이 있는 남자가 외지에서 어린 여자를 만나 사랑을 나눈다? 그게 사랑일까요? 쾌락을 쫓는 욕망일뿐입니다. 학규에게는 시골에서 시간 때우기에 가장 좋은 욕망의 수단이었죠.

 

덕이와 학규가 만나서 사랑하고 쾌락에 빠지고 서로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다가 두 사람의 마음이 다른 색깔이었기에 헤어지게 되는 순간까지가 이 영화가 가지는 가치입니다. 덕이의 욕망과 첫사랑, 학규의 욕망이 결합되서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심청전의 재해석?은 애초에 무리수였던거죠. 그래서 덕이가 재등장하며 학규의 인생을 망가뜨리고 복수를 하는 후반부에서 억지스럽고 지루한 분위기가 지배했습니다. 만드는 사람 조차도 정리가 안되는 느낌이었죠.

 

개인적으로 저는 덕이가 복수를 하는 과정을 보면서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복수'가 아니라 '집착'을 하는 느낌이었죠. 자신을 망친 그 사람을 혼내주는게 아니라 너무 잘 나가는 그 사람을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어서 내 옆에 두고 싶은 또 다른 '욕망'을 보는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지루했지만 계속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설프고 서투르지만 복수를 가장해서 그를 옆에 끼고 보살피는 덕이의 모습이 '앳되' 보였거든요. 그래서 영화 마담뺑덕에 대한 제 평이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것 같습니다.

 

 

저는 마담뺑덕을 통해서 배우 이솜을 알게 됐는데요. 솔직히 놀랐습니다. 정우성이 그녀의 호기심을 눈치채고 작업을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표정과 숨소리, 눈빛이 너무 강렬했거든요. 특히 지금도 기억에 남는건 정우성이 그의 강의에 참석한 이솜의 책상을 손가락으로 톡톡 칠 때 그걸 바라보던 이솜의 눈빛입니다. 그 순간의 숨소리까지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파격적인 배드신보다 전 그 장면이 제일 '야'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강도 높았던 배드신은 안타까웠습니다. 카메라에 비춰진 여자의 몸은 얼굴과 밸런스가 너무 잘 맞아서 아름다웠지만, 작품 속 덕이의 사랑은 구걸로 보였습니다. 내게 온 학규를 '만족'시켜서 내 곁에 두고 싶다는 노력으로 보였습니다. 묘사할 수는 없지만 그 첫 배드신에서 보여준 덕이의 모습은 그렇게 보였습니다.

 

이미 처음부터 그녀에게 학규는 자신을 기존의 삶에서 탈출시켜줄 기회였겠죠. 그녀에게는 첫사랑이었기에 학규를 몸과 마음으로 꽉 잡으면 그가 가정을 포기하고 자신에게 올거라고 생각했던거죠. 이 순진한 마음이 마담뺑덕의 후반부를 만듭니다. 물론 그 이야기가 매끄럽지 않았지만 전반부의 그녀의 순진함이 후반부를 만드는 것에는 개연성이 충분한거죠. (개인적으로 청이의 이야기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아픈 러브스토리'로 예쁘게 끝날수도 있었을것 같습니다. 심청전의 재해석이라는 과욕이 부른 실패죠.)

 

덕분에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정우성의 '그 때도 사랑이었다.'는 대사가 힘을 잃었고 이솜의 결말도 맛을 잃었습니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슬픈 사랑이라는 타이틀은 달 수 있었던 두 주연 배우의 열연은 심청이의 금위환향으로 색을 잃은거죠. 이 영화가 아쉬운 이유입니다. 만약 덕이와 학규 두 사람의 이야기로만 후반부까지 달렸다면 마지막 두 사람이 모습이 '사랑'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을것 같습니다.



 

※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또 시작은 두 사람의 마음이 만나서 하더라도 이별은 한 사람의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게 사랑입니다. 그래서 이기적인 마음이라고 욕하지만 삶의 온도를 달라지게 할 수도 있기에 최고의 가치라고 추켜세우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love'만으로 이루어진게 아닙니다. 일본에서 사랑 대신에 '연애'라는 말을 만들어서 쓰게 된 이유입니다. '알콩달콩한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 사랑을 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실제로 경험삼아서 그럴듯한 상대를 골라 연애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영화 마담뺑덕에서 보여준 덕이의 사랑은 '판타지'로 비춰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수 많은 혹평에도 불구하고 제가 영화 마담뺑덕에 대해서 좋은 느낌을 갖는 이유는 '덕이'의 순진한 마음이 '학규'의 욕망에 의해 '사랑'에 눈 떴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를 보여주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고 불필요한 설정을 무리하게 넣다보니 이야기는 망했지만 그 느낌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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