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년의 첫 시작 _ 가족과 함께

일상|2018. 1. 17. 21:43

서른 여덟, 마흔이 다 된 나이에 알게된 사실은 '가족이 소중하다'는 평범한 진리다. 평생 몸을 쓰며 힘들게 살아오신 부모님, 자식으로서 젊고 건강하실 때 한번 좋은 곳에 모시지 못한게 너무 죄송스럽다. 이제는 어디를 가려고해도 '걷기 힘들어서', '힘들어서' 싫다 하신다. 그래서 서른 다섯부터 새해 첫 날에는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보내게 됐다. 별스럽지 않은 것이지만 이것저것 챙겨가서 함께 먹는 즐거움. 2018 년 첫 날에도 그렇게 한 해를 시작했다.

 

 

나의 고향이자 부모님이 몸을 쓰며 살아오시는 '작은 섬'으로 들어가기 전 모습.

 

 

작년 11월부터 '와인' 먹어보고 싶다는 어머니의 톡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달콤한 화이트 와인을 준비해서 들어갔다. 곁들여 먹을 것들로 파인애플, 치즈, 치즈케익을 함께 가져갔다. 장을 보려면 버스를 타고 1시간 넘게 이동해야되는 섬의 특성상 갈 때마다 먹을거리를 잔뜩 준비하는건 필수다.

 

 

처음 와인을 접하시는 부모님에게 맞춘 달콤한 '모스카토 다스티' 한 병. 서산 이마트 와인 코너에서 겨우 발견한 녀석이다. 레드도 있으면 같이 구매할 생각이었는데 죄다 드라이한 제품들 뿐이더라. 달콤하고 먹기 편한 와인은 단 두 병 (모두 화이트와인)이어서 가볍게 이 녀석으로 골라왔다. 아버지 반응은 그럭저럭, 어머니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역시 내 취향은 엄마와 잘 맞는다.

 

 

다음 날, 3일 전에 쳐 놓은 그물을 걷어오신 아버지의 전리품들. 꽤 추운 새해 첫 날이었는데 집에서 간간히 먹을만큼 잡혔다며 좋아하셨다. 그리고 집에서 자주 먹는다며 한 마리를 골라 은박지에 싸서 그대로 난로에 올려 놓으셨다. "와인하고 이것도 어울릴까?" 어머니의 한 마디에 최상의 궁합이라고 말하니 바로 전 날에 먹다가 남은 와인을 가져오신다. 정말 좋아하시는것 같아서 다음에 섬에 일이 좀 한가해져서 서산 시내로 나오시면 집에서 좀 더 근사하게 와인을 대접할 생각을 해봤다.

 

잡아온 상태 그대로 은박지에 싸서 난로에 찐 생선 모습이다. 부드럽고 고소한 흰 살 부분만 먹는데 별미였다. 화이트 와인은 한 방울까지 다 드셨고 아주 만족해하셨다. 꽤 인상적이면서 동시에 마음이 아픈 첫 날의 기억이다. 자식이 다 커서 조금만 여유가 있었으면 좋은 경험을 같이 할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많이 들었지. 그렇게 나의 2018년 첫 날은 채워졌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