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주가를 보면 많이 아쉽다.

일상|2018. 5. 14. 16:20

주식을 기업에 대한 가치투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기를 바란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오로지 '차익'을 위한 겜블일 뿐이다. 그래서 가상화폐 시장과 다를게 없기에 모든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남과 북의 대치 상황보다 더 심각한 위협요소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 오직 '차익'을 어떻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실현하느냐만 관심이 있다.

 

내가 엔씨소프트 주가를 확인하기 시작한게 2010년이었다. 당시 8만원 ~ 25만원을 사이에 주가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요즘 주식 시장에서 엔씨 주가를 보면 참 이해가 안된다. 얼마전 (5월 10일) 엔씨소프트가 2018년 1/4분기 컨퍼런스 콜을 진행하고 실적발표를 한 뒤에 올라오는 온라인 상의 많은 글을 보면 기가 막힌다. (전문가라며 온라인에 글 올리는 사람들인데 왜 실적발표를 작년 동기와 비교하지? 그럴 이유가 충분하다면 왜 작년 동일 시점과 지금의 주가 차이가 미미하지?)

 

 

▲ 엔씨소프트 IR 자료에서 제공하는 매출액 추이

 

분명 작년 1분기에 비해서 매출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국내 매출의 경우 거의 300% 상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와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주가를 형성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사례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미 가치투자는 의미가 없다는건 확인이 된 셈이다. 그저 시장 분위기와 차익 실현 가능 시점의 문제만이 지배하는 시장이다.

 

사실 작년 1분기는 모바일게임 출시 전의 상황이다. PC 매출과 6개월 전 모바일에 대한 기대심리가 만든 주가가 32만원 정도였다. 모바일이 출시되고 수익이 급격하게 상승했을때 50만원 정도로 올라갔고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이다. 현 상태는 모바일 매출로 전체 규모가 3배 늘어났음에도 모바일이 제외된 작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주가를 보여주고 있다. (가치투자를 말하는 사람은 일단 거짓말을 해서 돈을 벌려는 범죄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주식이 기업에 대한 가치투자고 지금까지 그 원리에 충실하게 반응했다면 현재 엔씨소프트의 정상 주가는 40만원 초반대가 되어야한다. 하지만 한국의 주식시장은 야바위 성격이 강한 불안정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에 모바일 매출이 없던 작년 동기 수준에서 게걸음을 하고 있다.

 

모바일게임의 열풍이 불기 시작했을때 컴투스 같은 회사들이 주식 시장에서 게임주로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그 당시에 엔씨소프트는 모바일 쪽으로 계획이 전무한 상태였고 향후 개발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내놓은 적이 있다. 자신들은 게임 본연의 모습에 충실한 기업으로 남고 싶다며 PC 시장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거지. (사실 리니지라는 튼튼한 버팀목이 존재했기때문에 굳이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서 모바일 시장을 염두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발표 때문에 NC SOFT의 주식은 20만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확실한 성장 모멘텀이 있을 때 (B&S 출시 등) 20만원 중반까지 오르고 다시 10만원대 초중반으로 돌아갔다.

 

그런 상황에서 작년 3분기에 리니지M을 출시한 엔씨소프트는 50만원대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한다. 그리고 단일 제품의 특성으로 인해서 꾸준히 하향 곡선을 그리며 모바일 매출이 줄어드는 형국이다. (물론 줄어들어도 PC 매출의 몇 배는 뽑아내고 있음에도 주가는 확 내려갔다는게 포인트다.)

 

솔직히 엔씨의 사례를 보면 한국에서는 재무재표를 볼 필요가 없다. 그것과 별개로 주가는 움직인다. 정확히 말해서 한국 주식시장은 호재와 그 호재로 인해 오르게 될 주가의 수준, 차익 실현이 달성될 매수 시점에서 매도 시점까지의 기간에 대한 기대심리가 객관적 지표보다 더 큰 힘을 갖는다. (블소2 모바일 개발이 내년 하반기로 지연된 소식만으로 이미 매도 의견이 나오는 상황이다.)



 

사실 지정학적 특성이 그대로 사람의 특징이 굳어진 점을 인정한다면 지금은 매도를 하는게 맞다. 리니지M의 매출은 출시 시점에서 멀어질수록 계속해서 하락할 것이고 PC 매출은 유지만해도 천만다행인 상황이다. 비록 그들의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서 비약적으로 상승했으나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는 특별한 이슈가 없기때문에 한국 시장의 특성상 주가는 계속 내려갈거라고 본다. 그런 상황에서 내년 하반기까지 기다릴 수 없다면 지금 팔고 지켜보는게 낫다. 어차피 모바일 이슈가 나오지 않는한 이 시장에서 엔씨소프트의 주가가 50을 넘길 일은 없다. 또 리니지M과 추가 모바일 상품 출시 시점이 너무 떨어져있기 때문에 신규 모멘텀 이후 상승하게 될 매출액 수준은 작년 중반만큼 획기적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배당 이익이 아닌 주식 당 차익을 위해서 진입한 사람들은 잠시 관망세로 돌아서는게 더 낫다.

 

※ 만약 내게 충분한 돈이 있다면 지금 엔씨 주식을 사지는 않는다. 다음번 신규 제품 론칭으로 올라갈 매출액의 규모가 2017년 3/4분기 수준에 비해서 큰 차이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 해 후반기나 내년 초반에 30만원 내외의 주가일때는 들어갈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리니지M과 블소2의 간격이 너무 많이 벌어진다. 또 PC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신규 PC 게임을 개발한다는 소식조차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엔씨소프트에 대한 기대심리는 계속 하락하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그들의 재무재표는 매력적이지만 '심리'는 매력적일 수 없는 상황이다.

 

분명히 PC 게임 부분에서 충분한 매출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모바일의 지속적인 하락 기조와 신규 모바일 게임의 개발 지연 소식은 엔씨소프트에게는 악재일 수 밖에 없다. 올 해 예정된 PC 게임의 업데이트 소식들은 정기적인 일정으로 매출 상승이 아니라 매출 유지를 위한 것들이다. 즉, 최소한 내년 하반기에 블소 2 모바일이 나오지 않는한 NC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수 밖에 없다.

 

가치투자를 운운하면 아직도 목표주가를 40만원대 중반으로 설정하고 매수 의견을 내는 곳들이 상당히 많은데 한국 시장에서 가치 투자는 통하지 않는다. 오로지 심리투자밖에 제대로 작동하는 원리가 없다. 아쉽지만 현실이다. 그래도 매출 규모가 있기때문에 올 해 상반기에는 심리적 지지선이 30만원대는 지켜줄 것이라고 보지만 하반기에는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목표가인 40만원 중반대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 현재 PC 부문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내는 온라인게임이 블레이드앤소울이다. 이미 출시된지 6년이나 지났고 유저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신규 캐릭터가 출시된다고 하지만 기존 유저들이 부캐로 새롭게 키우는 경우가 많아서 매출액이 유지는 될 수 있으나 더 높아질 수는 없는게 현실이다. (그나마 전분기 대비해서 약 60억원 정도 매출이 감소했다. 이 상태에서 현상유지라면 선방하는 상황이지.) 모바일이든 PC든 출시 시점에서 멀어질수록 매출이 떨어지는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엔씨소프트의 다음 제품 출시는 내년 하반기라고 한다. (올 해 상반기에서 밀렸다는 소식이 지난 컨콜에서 나왔다.) 아무리 운영을 잘해도 올 해 후반기에 엔씨소프트이 주가는 30만원대 밑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럼 투자자들의 심리 또한 위축되서 애초에 목표 주가는 의미가 없어진다.

 

개인적으로 엔씨소프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엔씨소프트의 입장에서 주가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아주 많이 중요하다는 전제하에 남겨본다.)

 

* PC게임 추가 개발 _ 모바일은 매출액 규모는 크지만 수명도 짧다. 나중에는 PC 시장이 사라지겠지만 지금 당장은 안정적인 매출 규모를 기대할 수 있는 PC 게임을 1개 정도는 추가로 개발해서 제품 라인업에 추가해야된다. (모바일 이후의 신사업 시대까지 버티려면 간식이라도 있어야되지 않을까?)

 

* 모바일 게임의 개발기간 단축 _ 대규모도 좋고 획기적인 게임도 좋다. 하지만 상품과 상품 사이에 출시 간격이 너무 길면 성장이 아니라 유지만 하는 형국이 되어버린다. 그러면 심리에 의해 좌우되는 시장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강약중강약을 조절해서 모바일 라인업의 시장 진입 간격을 좀 더 좁혀야된다.

 

* 신시장 _ PC에서 모바일로 이미 완숙 단계까지 넘어왔다. 나보다 젊은 세대, 그들보다 더 젊은 세대가 돈을 쓰며 살아가는 시대에는 지금의 게임이 퇴보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게임 먹거리'를 찾아야된다. 그리고 기존의 틀에 갇혀서 '게임'을 정의하지말고 생활 속 일부가 되는 '게임'을 다시 정의해서 먹거리를 찾아야된다. 아마도 모바일까지는 시장성을 선발 진입자들의 성공을 통해서 확인하고 자금력과 브랜드파워로 밀어붙여서 쉬웠을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다음의 신시장은 그렇지 않을거다. 선두가 아니면 도태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 자금력과 인재들이 있을 때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라. 그리고 그 먹거리는 한국이 아니라 세계를 대상으로 만들어라.

 

원래 이런저런 블로그를 보다가 컨콜 이후에 엔씨 주가에 대한 글을 작성한 주식 전문가의 블로그를 보고 이 글을 적게 됐는데 잡탕찌개가 되어버렸다. 가치투자가 아닌 단타 수익 실현에 목메는 시장을 질타하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됐다. 언제까지 교과서나 읽을 수는 없잖아. 그나저나 모바일 시장에서는 공룡도 오래 못 버틸텐데 참 걱정이다. 회사 수명만 줄어드는건 아닐까 싶기도 하네. 하긴 나도 이제 게임을 취미로 즐길 나이는 지났으니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