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추 _ 너무 뻔뻔했던 뻔한 스토리

취미|2018. 2. 10. 22:56

만추 _ 현빈, 탕웨이 주연

 

격정적이고 열정적인, 거친 사랑을 기대했는데,

내가 본 만추는 서정적이고 은근한 만남이었다.

 

너무 뻔하고, 너무 진부한 이야기

마치 탕웨이의 혼잣말을 보는 듯,

예술작품이었나? 질문을 던져본다.

 

 

현빈은 여전히 왕자님이었다.

 

아쉽다. 딱히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아닌데, 다른 모습을 기대하며 만추를 찾았는데, 아쉽게도 여전히 탕웨이를 아주 잘 리드하고, 멋진, 그리고 배려심까지 갖춘 멋들어진 왕자님으로 그려지고 있다. 비록 기존의 재벌가의 자제는 아니었지만, 그의 얼굴은 아직도 왕자님의 모습으로 비춰주기에만 열을 올렸다.

 

 

 현빈은 조연, 주연은 탕웨이다.

 

의도적인지, 아니면 기분탓인지 모르겠으나, 내게 있어서 만추의 주인공은 탕웨이였다. 남주는 여주를 리드하며 하나씩 이야기를 끌어내지만, 결국 조연으로 머물며, 탕웨이를 비춰주는 역활에서 머무른다. 다소 가볍게 보이는 남자 주인공 캐릭터는 찬찬히 뜯어보면, 매우 섬세하고, 능숙하며, 배려심 깊은 멋진 남자로 그려짐을 알 수 있다. 카메라의 앵글, 갖가지 상황은 여자 주인공을 비추지만, 그래도 현빈의 모습이 겹치거나 두드러지는 모습은 그에게 배우 호칭을 붙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만든다.

 

예고편에 완전히 속았다.

 

난 아직도 만추의 예고편을 기억한다. 안개가 짙게 깔린 부두 위에서 격정적인 키스를 나누며 애달푼 눈빛을 나누던 탕웨이와 현빈, 그리고 난 돌아가야 한다는 한 마디. 난 이 예고편을 보고 뭔가 애절하고 격정적이며, 상당히 거친 사랑 이야기를 기대했다. 실제로 그런 영화를 보고 싶었기도 했고, 평소와 다르게 거칠게 표현된 현빈의 모습에서 또 다른 이미지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만추를 보고 나오면서 이런 나의 기대는 무너지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버렸다. 그렇다고,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상당히 서정적이고, 잔잔한 하나의 슬픈 멜로디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기대하던 것과는 분위기가 너무 다르다는게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좋았던 두 장면,

리드는 현빈이 마무리는 탕웨이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뻔뻔하다고 말하고 싶은 이유는 너무 빤해서였다. 다음에 일어날 일, 저 일이 나중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 느낄 수 있어서, 막상 그런 상황을 그려 놓을때 푸념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만추에서 기억에 남는 두 장면이 있다. 그리고 서비스로 현빈의 리드를 볼 수 있는 한 장면도 기억에 포함시켜본다.

 

#1 두 사람이 놀아공원에서 범퍼카를 타다가 나누는 연극 설정

 

현빈과 탕웨이는 우연하게 시애틀에서 다시 만나 놀이동산에 가게 된다. 그러나 공사중이라는 팻말만 있고, 문은 닫혀있다. 그러던 중 문 앞에 범퍼카 타는 곳은 열려 있어서, 둘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갑자기 범퍼카와 놀이공원 문 사이를 막던 장애물들을 공사장 인부들이 치우면서, 범퍼카를 탄 채로 두 사람은 놀이공원 앞에 사람들을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 그 중 두 사람의 움직임과 표정을 보면서 현빈은 남자를, 탕웨이는 여자를 대신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대사로 넣는다. 그리고 이 설정은 탕웨이가 속 마음을 처음으로 내비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걸 리드한 것은 역시 현빈이었다.

 

#2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있었을 때, 현빈의 능글맞음

 

현빈은 탕웨이에게 자신은 "하오"(좋다) 라는 중국어만 안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좋지 않다는 무슨 말이냐고 묻는다. 탕웨이는 "화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 있게 되고, 탕웨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관객들도 궁금해 할만한 지난 이야기를 하는데, 현빈은 연신, "하오", "화이" 하며 두 단어로만 맞장구를 쳐준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현빈이 맞장구 치는게 탕웨이가 말하는 상황과 안 맞는다. 어색함을 느끼며 보고 있다가 난 깜짝 놀랐다. 탕웨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중국말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중국말을 모르는 현빈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겠지. 그래서 그의 맞장구가 어색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빈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이전 장면부터 중국어를 모른다는 밑밥을 깔았다는 사실을, 그리고 내 예상은 정확히 맞았다. 현빈이 탕웨이가 좋아했다는 오빠에게 "너 웃으면 내가 죽인다." 라고 했을 때 알 수 있었다. 이 순간 난 현빈에게 무슨 모습을 하던 캐릭터는 멋진 놈만 고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지.

 

#3 탕웨이 이름은 뭘까? 현빈의 재치.

 

두 사람은 어색한 사이다. 서로 이름도 모르고 그저 함께 돌아다니고, 불쑥 자자고 모텔에 들어가서 그냥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갑자기 현빈이 예약을 했다며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더니 예약은 탕웨이가 했다고 한다. 당연히 직원은 그녀에게 이름을 묻게 되고, 그렇게 두 사람은 통성명을 하게 된다. 탕웨이의 극중 이름은 예나 첸, 현빈의 이름은 훈 이다.

 

내가 본 만추는 진지한 예술영화였다.

 

나는 꽤 많은 부분에서 영화를 보면서 심각해져야 했다. 남들이 웃을 때, 난 입을 가리고 침을 삼켜야 했고, 다소 순간적이고 충동적인듯한 탕웨이와 현빈의 관계에서 얼굴을 찌푸려야 하기도 했다. 시애틀의 안개 자욱한 분위기는 끝끝내 그대로 유지되었지만, 마지막 카페에 앉아서 차를 마시는 탕웨이의 탁자 위에 햇빛이 내려앉는 것만으로 영화의 엔딩으로서 위안을 삼아야 했다. 이 영화가 예술영화라면, 영상미에 주안점을 둔 독립영화라면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의 혹평은 피해갈 수 없지 않을까? 난 이 영화를 재미있다고 추천할 수는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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