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의 결혼식 관람 후기

취미|2018. 8. 30. 12:35

지난주에 개봉했을때 바로 봤어야했다. 아니 오늘도 괜찮았다. 멜로라고, 로맨스라고 넘기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영화 너의 결혼식을 보고 집에 돌아오는 내내 내 얼굴은 웃고 있었다. 한국 작품 중에서 멜로를 보고 이렇게 기분이 좋은 적이 없었다. 너무 좋다.

 

 

▲ 개봉 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 끝난 휴가철 등 여러 이유로 아침 9시 20분에 시작하는 1회차 상영관에는 나 혼자 앉아있었다. 영화를 보다가 너무 웃겨서 키득거리는데 뒤에서 다른 관객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나, 여자 2분이 이 작품을 봤다. 하필 내 바로 뒷자리, 그냥 키득키득, 큭큭큭, 끄흐흡 등 별의별 소리를 다 내면서 영화를 봤다.



 

 

▲ 상영관 티켓

 

2018년에 본 영화 중 유일하게 엔딩크레딧을 다 보고 나왔다. 상영이 끝나고 엔딩이 올라가는데 박보영 목소리로 노래가 나오더라. 그냥 다 듣고 나왔다. 그리고 지금 영화 나의 결혼식 엔딩크레딧에 나온 '내 얘기 좀 들어봐'를 무한반복 시켜놓고 이 후기를 남긴다.

 

 

▲ 이 작품의 포스터

 

내가 박보영을 보기 시작한게 작년 봄일거다.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봉순이가 내 눈에는 당시에 내가 좋아하던 여자아이와 닮아서 본방사수를 하면서 봤지. 그 전에는 예쁘다고 생각한적도 없는 배우다. 그 기억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내게는 쥐약인 멜로/로맨스인 영화 너의 결혼식을 보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공감이 너무 많이 됐고 결말이 예뻐서 너무 좋았다. 그렇지 않을줄 알았는데 첫사랑이 떠오르더라. 마지막으로 좋아했던 사람도 떠오르더라. 그리고 못난 내 모습도 떠올랐다. 지금은 읽고 쓰고 일하느라 바쁘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는 내 모든 순간이 그 사람 생각이었거든. 어쩌다보니 시간이 흘러 기억 속에 남은 사람이지. 딱 첫사랑과 마지막사랑이 떠올라 공감이 많이 됐던 작품이다.

 

원래 이 영화를 보러 가기로 한 이유는 후기에 적힐 내용이 정해졌기 때문이었다. 드라마 라이프에서 이동욱이 원진아에게 했던 말이 그 주제였다.

 

'너도 내 친구야, 내가 어떻게 너한테 이 전투에 뛰어들라고 말해?'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이 전쟁같은 삶에 왜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 첫사랑 이후로 단 한번도 좋아한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본적이 없는 이유였지.

 

그런데 이 작품을 보고 나오면서 할 말이 완전히 바뀌었다.

 

 

▲ 너의 결혼식 속 박보영과 김영광의 경찰서 모습

 

이 작품을 보면서 70%는 키득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입을 틀어막고 싶을 정도로 웃음이 계속 나오는거야. 나중에는 웃긴 장면이 아닌데도 박보영이 웃는 모습만 나오면 그냥 웃음이 나오더라. 어쩜 저리 예쁘고 귀엽나? 싶더라. 외모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내용 때문일거라고 믿는다.

 

힘쎈여자 도봉순에서 남주가 '뭐할까?' 라고 신나서 말하니까 뒤로 착 돌면서 활짝 웃는 얼굴로 '치킨?~' 이라고 대답했던 그 모습처럼 너무너무너무 예쁘고 귀여웠다.

 

영화 속에서 김영광과 박보영은 외모도 열일을 했지만 내용도, 표정도, 상황도 모두 열일을 했다. 정말 너무 재미있었다.

 

계속 웃을 수 밖에 없었던 장면이 꽤 많다. 몇 개만 뽑아보면

 

1. 나도 너 생각 많이했다? 밤 11시만 되면 아 얘가 되게 바쁘겠구나 이런 생각? (키득키득)

2. 아니 왜~ 한국 사람이 다 땡땡이라고 하는데 너희만 xxx라고 하는건데~!! (쿠오옹)

 

※ 난 원래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강요받는게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내가 사람은 무조건 긍정적이어야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너무 예쁘고, 너무 밝고, 너무 사랑스러웠다. 남자든 여자든 우울할 필요가 뭐가 있나? 사랑할때 사랑하고, 행복할때 행복하고, 슬플때는 슬프면 되는거다.

 

 

▲ 영화 너의 결혼식에서 김영광과 박보영 커플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사이였다. 아픔을 봤고, 슬픔을 봤지만 함께 있으면 편하고 즐거운 사이잖아. 그래서 둘이 사귀면 너무 잘 어울리는 이상적인 커플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둘이 정말 사귀게 됐을때 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고 만난건 좋은데 그게 사고를 통해서 맺어진게 마음에 걸렸다. 사귀기 시작했을때는 그게 마음에 남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남아서 누군가에게는 짐이되고, 죄책감이되고 후회가 될 수 있거든. 그래서 사귀던 여친과 헤어지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이 사귀게 됐을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사귀는 모습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지만......

 

 

▲ 결국 내가 걱정하던 그 상황으로 전개가 됐다. 박보영의 말처럼 김영광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것 자체가 이미 두 사람은 지속될 수 없는 관계가 되는거였다. 싸우고 헤어지는것과 이 두 사람의 경우는 너무 달랐던거다.

 

샤방샤방, 러블리 핑크를 남발하던 순수한 첫사랑이 현실 연애가 되는 순간이었다. 하필 그 순간이 이별로 직행했지만 공감이 많이 됐다. 덕분에 결말까지 너무 기분좋게 본 것 같다.

 

멋있더라 김영광, 예쁘더라 박보영

<여기까지가 영화 후기입니다.>



 

영화 너의 결혼식은 나의 첫번째 첫사랑과 네번째 첫사랑을 모두 생각나게 했다.

 

풋풋했던 20대의 그 마음은 앞, 뒤로 내게 추억팔이를 강요했다. 그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 사람이 좋아하는 행동을 했었지. 유독 내가 그 행동만하면 미친듯이 내 팔뚝을 때리며 숨 넘어가게 웃는 그녀를 보고 싶어서 참 열심히도 했었다. 영화 속 남자 주인공처럼 멋지게 미친짓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 팔뚝에 시퍼런 멍이 들 정도로 열심히 했었던 추억을 팔아본다.

 

또 두 사람의 이별에 결정적인 장면이 된 장례식장에서의 일은 그 사람을 처음 만난 계기와 비슷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둘이 살던 그 사람의 어머니 장례식때 남자친구가 일방적인 이별통보를 했단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부모님을 모두 잃은 그 아이에게 철 없이 어린 남자친구가 '구질구질하다'며 이별을 통보했고 그녀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그 이후로 급격하게 살이 쪘다. 그와 맞물려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친구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게되자 그 아이를 걱정한 내 후배가 나를 강제로 그 아이 옆에 앉혔고 그렇게 첫사랑의 추억이 만들어졌다. 나보다 두 배나 덩치가 큰 그 아이를 어쩌다보니 좋아하게 됐을때 그 당황스러움이 지금도 어렴풋이 기억에 남네.

 

* 그래서 김영광이 극 중 박보영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그 말을 내뱉었을때 '저런 xxx, xxx' 라며 나지막히 중얼거리기도 했다.

 

왜 하필 그 순간인데? 왜 하필 ...

 

첫번째 이후 10년이 넘었을때 했던 마지막 첫사랑이 생각난건 아마 욕심 때문이었을거다. 이 전쟁같은 삶에 끌어들일 수 없어서 아무 말도, 어떠한 표현도 할 수 없으면서 그 사람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웃음이 나거든. 어릴때 도망치듯이 전국을 돌아다닌 기억 대신에 이제 새로운 경험으로 이 생을 채우고 싶다고 생각했을때 내 모든 첫 경험을 그 사람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가졌다. 문득 영화 나의 결혼식을 보는데 그 사람 생각이 나더라.

 

어쨌든 여러가지로 많은 추억을 팔 수 있고, 많이 웃을 수 있었던 영화가 너의 결혼식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사랑이라는 감정에 너무 심오하고 성스러운 가치를 두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좋으면 사랑하고, 힘들면 헤어지는게 사랑이다. 서로 각자 다른 공간에서 다른 삶을 살면서 사랑과 연애를 반복하다가 '이 사람이다.' 싶을때 결혼을 한다. 내 마음이 진심이라고 그 사랑이 위대하고 아름다운건 아니다. 그 사람이 좋을때 시작하고 어느 한 쪽의 마음이 끝났을때 헤어지면 되는게 사람의 사랑이 아닐까?

 

* 아마 내가 좋아했던 그 사람도 연애하고 사랑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살다가 좋은 사람과 인연이 닿으면 결혼을 하겠지? 행복했으면 좋겠다.

 

사실 영화 속 김영광의 행동은 지나칠 정도로 자기 마음 중심적이었다. 박보영이 벨기에로 떠나기 전까지 그랬다. 그런 마음이 현실에서 벌어지면 박보영처럼 받아주고, 김영광처럼 순수하게 행동하는 커플이 얼마나 될까?

 

그냥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을때 고백해서 내가 가장 젊은 날의 한 페이지를 아름답게 채워라. 이별을, 헤어짐을 두려워하지마라. 한번 쉬면 내가 후회할 과거가 한 뼘만큼 늘어난다. 너무 아깝잖아. 한번뿐인 그 순간.

 

영화 너의 결혼식을 보고 개인적인 넋두리까지 남겨봤다. 엔딩 테마곡 너무 좋다. 당분간 이 노래만 엄청나게 들을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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