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선물세트 고르는 중이에요.

일상|2018. 9. 3. 18:42

이제 3주 정도 있으면 2018년 추석이네요. 저는 백수라 연휴가 의미없지만 토요일부터 5일이네요. 괜찮네요. 덕분에 지금부터 슬슬 추석선물세트를 골라야 할 시기라 알아보고 있습니다.

 

* 전에 직원들 월급 줄 때를 생각해보면 참 사장님들 속이 타들어가겠네요. 거의 10일은 붕 뜨겠군요.

 

저희 집은 부모님과 동생 가족이 모두 제 집으로 오기때문에 따로 포장이 화려한 보여주기식 선물을 살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실용적인 것, 부모님이 오래도록 쓸 수 있는것 위주로 알아보고 있어요.

 

10여년 전에 첫 직장생활을 서울에서 할 때는 명절을 보내겠다고 서울에서 서산으로, 서산에서 벌말로, 벌말에서 배를타고 섬으로 들어가는 험난한 여정을 거쳐서 부모님을 뵈러 갔었어요. 당시에는 차도 없을때라 정말 하루종일 교통수단 위에 몸을 싣고 있었는데요.

 

사회에 진입한 뒤 첫 명절때 들고갔던 선물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답니다. 홍삼과 고기, 과일을 사갔었거든요. 삼이 체질에 맞지 않는 부모님은 몇 번 드시고 나중에 다 버리셨던 홍삼세트, 너무 일찍 도착해서 안절부절하며 3~4일을 냉장고에서 모셔뒀던 한우세트, 그리고 포도 한 상자를 떠올리면 너무 웃겨요.

 

그 뒤로 한 동안 건강식품 위주로 부모님과 할머니 생신선물, 명절 선물을 챙겼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10여년이 흘렀고 절대 안하죠.



 

저희 집이 명절을 보내는 형태가 제사 없고, 자유로운 분위기라서 조카들 재롱을 좀 보고, 조카들을 맡아주면 동생 내외가 데이트 좀 하고 오고 고기굽기 장인인 매제를 믿고 비싼 한우를 단골 정육점에서 사다가 구워먹는 식이에요. 요즘 슬슬 대하가 나올때라서 부모님이 대하와 낙지, 조개를 가져오실테니 그걸 요리해서 소주 한 잔 하면서 조카들의 소음을 듣는게 전부랍니다.

 

* 솔직히 아버지는 조카들이 오면 2시간 만에 넉다운 후 7살짜리 조카와 tv 채널을 두고 싸우시고요. 전 둘째 조카에게 회전목마를 태워주다가 허리를 잡고 침대에 눕고요. 동생 내외는 이 때가 기회라며 나가서 안 들어옵니다. 흔한 명절 풍경이죠.

 

* 참고로 동생 시댁에서는 우리 집부터 들렀다가 오라고 하셔서 처음 2~3일은 저희 집에서 다 같이 모여요. 시댁하고 동생 내외가 자주 왕래해서 명절에는 거의 저희 집에서 지내죠.

 

어쨌든 제가 추석선물세트 고르는 기준은 이런 상황에 맞춘겁니다. 다른 분들처럼 값비싼 건강관리기계, 고급 고기세트, 유니크한 디자인 제품 같은건 없어요.

 

* 이미지는 참고만 하세요. 저 상품들이 좋아서 올린게 아니라 깔끔해서 사용한거에요.

 

 

▲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한 팩씩 들려보낼법한 선물

 

사실 주방세트, 샴푸세트 다 통합입니다. 저렇게 1~2개씩 들어있고 집에서 꼭 필요한걸 하나 갖다 놓으면 부모님이 섬에 들어가실때 몰래 끼워서 보낼 수 있습니다. 스팸, 런천미트 같은거 평소에 구매를 안하시는데 제가 몇 개 사다놓으면 1~2개씩 가져가시더라고요. 또 샴푸, 바디워시 세트도 슈퍼가 없는 섬에서 떨어지면 곤란한 생필품이라서 한 상자 들려보내면 좋습니다.

 

* 전 이번에 클렌징 폼과 핸드크림을 좀 많이 갖다놓고 짐에 넣어드릴 생각이에요. 추석이 끝나면 굴 농사 시즌이거든요.

 

 

▲ 하루견과 100봉지 세트

 

식사 외에는 군것질도 잘 안하시는 부모님이셔서 하루 견과 세트는 아주 유용하답니다. '이걸 뭐하러 샀냐?'라는 타박은 페이크에요. 집에 갖다두면 식사 후에 입이 심심하실때 한 봉지씩 드시거든요. 부족한 영양소도 챙기고, 밤에 심심한 입도 달래는데는 이만한게 없답니다.

 

* 시내에서 섬에 갈 때마다 자주가는 제과점에 들러서 빵을 수 십 봉지를 사가요. 생각 날때마다 한 봉지씩 드셔서 그게 그렇게 빨리 떨어져요.

 

* 찾아보면서 알게 된건데 부모님이 당뇨가 있으면 당도가 낮은 국내산 호두, 잣, 귀리 같은 견과류가 들어간 제품이 좋다고 합니다. 위에 사진이 그런거에요. 물론 저희 부모님은 당뇨가 없으시지만 참고삼아 올려봅니다.

 

 

▲ 1순위로 장바구니에 담았던 추석선물세트 차 세트에요.

 

이제 곧 날이 추워질거에요. 부모님은 겨울 내내 집에서 굴을따서 까고 수출업체에 보내겠죠. 그 때 필요한게 믹스커피와 차랍니다. 커피는 안 떨어지게 매 번 잘 공수하는데 차는 좀 애매해요. 괜찮은곳 찾기가 힘들거든요. 저거 3병이면 아마 올 겨울은 보내실거에요.

 

 

▲ 한라봉과 천혜향을 합친 황금향이에요.

 

이건 추석때 맞춰서 저희 집으로 도착하게 할 물품이에요. 마침 제가 사업할 때 직원들 부모님께 명절 선물 보낼때 이용했던 제주도 농장이 있거든요. 거기가 물건이 좋아서 자주 이용했는데 지금도 운영하고 있으면 황금향을 시킬 예정이에요. (한라봉, 천혜향은 많이 드셨으니 이번에는 요놈으로 결정했어요.)

 

* 소규모 업체를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은 한번 써보세요. 직원한테 흔해빠진 선물세트 들려보내는것보다 집 주소 물어봐서 한라봉이나 천혜향, 황금향 같은 과일을 보내는게 훨씬 반응이 좋아요. 추석 연휴 시작되기 전에 받게하고 연휴 시작하는 날은 넉넉한 명절 떡값 봉투를 들려보내면 사무실 분위기가 아주 좋아진답니다.

 

* 너무 흔한 과일은 받는 입장에서 짐이 되요. 선물을 했다고 생색내는 용도가 아니라 받는 사람이 좋아할만한걸로 선택해보세요.

 

 

▲ 정관장 에브리타임

 

가격이 매우 사악한 녀석이에요. 저도 알아요. 그런데 홍삼정이나 환보다 나아요. 작년에 50포 한 상자 갖다드렸는데 두 분이 일하고 들어와서 쉴 때 한 포씩 드시더군요. 환과 달리 이건 괜찮다고해서 이번에도 한 상자 준비하려고요.

 

※ 원래 전 직장 동료가 일하던 홍삼 제품 제조업체가 있어서 그곳을 이용했어요. 그런데 그 업체에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제품에 물을 타기 시작했죠. 그래서 지인도 못 다니겠다고 그만뒀는데 저도 그 뒤로 그냥 정관장에서 구매합니다. 그 업체가 변하기 전에는 중소기업 제품이든, 정관장이든 홍삼 100% 농축액을 써서 좀 더 저렴한 소규모 업체쪽 제품을 선호했는데 물 타는걸 듣게 된 후로 그냥 비싸도 여기서 사요.



 

추석선물세트로 뭘 할까? 찾아보다가 일단 골라놓은 것들을 보니까 다 먹는거네요. 상황상 어쩔 수 없는거죠. 대신 고기는 단골집 두 곳을 돌며 육회거리와 등갈비를 살 예정이에요. (정육점마다 부위별로 품질이 다르거든요.) 등갈비 사는 곳에서 한우 등심이나 사서 매제의 환상적인 고기 굽는 실력을 적극 활용해야죠.

 

그리고 올 겨울 대비용 온수매트도 하나 주문해놔야되요. 꺼짐 예약 되는 제품이 필요해서 올 초부터 알아봤거든요. 대충 전 이걸로 추석선물세트는 퉁을 칠 예정입니다. 그래도 이것저것하고 기름값까지 따지면 돈 백은 쓰겠네요. 끄악~ 내 한 달 생활비.

 

※ 일단 이번 추석때는 절대로 조카들을 데리고 이마트에 가지 않을겁니다. 장난감 코너가 나오는 길에 있어서 전쟁이라고요. 한번 붙잡고 울기 시작하면 정말 힘들어요. 흑흑. 오기전에 장 다 봐놔야지.

 

※ 딱 이것만 준비하고 동생의 용돈 공격은 한 마디로 방어할겁니다. '오빠 지금 백수다.' 깔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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