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간중독 후기

취미|2018. 2. 11. 18:21

차세대 첫사랑 임지연 출연

영화 인간중독 후기를 적어봅니다.

 

인간중독포스터




볼 때는 어려운, 보고 난 뒤에는 너무 쉬운 영화

 

김대우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어떤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요? 보는 내내 고민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남자는 사랑을, 여자는 연애를 원해서 그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그려내는 영화로 알고 보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시어머니가 등장하기 전까지 제 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김진평은 첫사랑이었던 이 만남에 자신의 삶을 걸었고 종가흔은 무미건조한 결혼생활 중에 알콩달콩한 연애를 즐기는 이 만남에 삶의 기쁨을 찾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즉 남자는 삶을 걸고 여자는 삶이 즐겁기 위해서 시작된 만남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중반부터 여자가 남자를 사랑한답니다. 여기서부터 영화가 갑자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때까지 보여준 종가흔의 모습은 내성적인 성격이라는 단어로 덮어버리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었거든요.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 '사랑'이라는 단어조차 아슬아슬, 알콩달콩한 연애의 설레임을 즐기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몸을 섞게 되고 시어머니가 알게 되고 김진평이 연애의 선을 넘어서려고하자 피곤해졌던건 아닐까? 두 사람 모두 가정이 있었고 자신들의 인생을 위해서 절대로 그 가정을 깰 수 없는 상황에서 순진무식한 남자 김진평이 무턱대고 선을 넘으려고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건 아닐까? 한번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김진평이 죽는 것을 제외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종가흔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거든요.

 

화면이참예쁜두사람

 

배드신이 독이었다.

 

영화 쌍화점에서의 배드신은 두 주인공이 정신적으로 얼마나 가까워지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미인도에서는 남장을 한 주인공이 여자로서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하는 기회로 비춰지죠. 두 영화 모두 배드신이 명분과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인간중독에서는 초반 조여정과의 배드신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별다른 의미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1시간 30분동안 지겹게 외쳐대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육체 탐닉'으로 바꿔버렸습니다. 인간중독이라는 제목에 걸맞지 않게 행위 자체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두 사람의 관계가 사랑일까? 탐닉일까?를 고민하게 만들었고 이는 배드신을 제외한 모든 상황에 몰입을 방해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김진평이 이해가 안 되는 것입니다. 분명 극 중 김진평이 보여준 모습들은 순진하게 열심히만 살아온 남자의 첫사랑이 가진 폭발력을 보여주기 충분했으나 첫 만남부터 배드신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행위는 그런 김진평의 감정을 거짓말로 만들었습니다. 사랑으로 인한 남자의 파멸은 이별 이후 공허감을 채울 줄 몰라서 생기는 것입니다. 즉 행위가 아니라 마음을 대신할 것을 찾지 못해서 인생을 파멸로 몰아가는 것이지요. 결국 탐닉하기 바빳던 김진평, 종가흔 커플의 사랑은 남자가 자기 가슴에 총을 쏠 정도의 것이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래서 전 인간중독에서 배드신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죽음을 선택하는 짓은 용서받지 못한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베르테르입니다. 그는 짝사랑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사랑했던 베르테르의 죽음을 전해들은 여자는 슬퍼합니다. 비록 짝사랑이었지만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고 있었고 내 소식을 들을 수 있다면 죽음을 선택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상대방에 대한 시위이며 복수입니다. 적어도 그 사람이 내 소식을 들을 수 없는 먼 곳으로 가거나 기억에서 잊혀질때까지는 아무런 소식도 보내지 않는게 마지막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인간중독의 마지막에 김진평이 종가흔의 눈 앞에서 총으로 자신의 가슴을 쏘게 되는데 이때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90분 이상 지루하게 끌고 오다가 마지막에는 자기 연민에 빠져서 사랑하는 이의 기억에 핏빛얼룩을 만드는구나 싶었거든요.

 

외로움과욕망사이



 

 불륜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자신의 마음으로 시작해서 서로의 마음으로 끝내는 감정입니다. 그런데 인간중독 속에서 보는 감정은 시작은 비슷한데 끝이 다릅니다. 왜 그럴까요? 그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 불편한 집착이고 당당하지 못한 탐욕인 불륜이었기때문입니다. 그래서 끝내는 일에 있어서 다투지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김진평의 마음 하나에만 의지해서 터져버린 것입니다. 그 결과 가정을 지키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요. 어쩌면 이 영화가 그렇게 지루했던 이유가 그들의 감정이 순수하지 못했던 불륜이었기때문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라는 이 식상한 말을 굳이 비싼 돈 들여가며 영화로 만들려니 이렇게 되어버리네요.

 

시어머니의 태도를 관객이 받아들이기에는 온주완이 너무 귀여웠다.

 

분명 극 중 온주완은 어머니와 아내에게 나쁜 아들이었을겁니다. 그래서 시어머니가 힘들게 큰 며느리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고 결국 불륜을 지지하는 상태까지 이르렀습니다. 아마 제 예상에서 온주완은 종가흔을 사랑해서 결혼한게 아니었을 겁니다. 어린 나이에 호기심은 왕성한데 건드려도 되는 여자가 있으니 덤벼들었던거고 아들의 심성을 잘 아는 시어머니가 종가흔에게 온주완을 떠 넘긴거죠. 친정도 없는 고아로 얹혀 살았던 종가흔은 생존을 위해서 그 결혼을 받아들였을 겁니다. 온주완이야 사랑이라는 감정에 별 관심도 없었기에 그저 엄마가 찍어준 사람과 결혼을 한거죠. 더군다나 그 정도 미모에 신경 쓸 처가도 없는 아주 좋은 조건이었으니까요. 즉, 영화 속에서 나쁜 아들이라는 온주완에게 종가흔은 그냥 '여자의 생식기를 갖고 있는 몸뚱아리'였을겁니다. 근데 그 몸뚱아리가 의외로 쓸모가 많았던거죠. 이렇게 아무리 의미를 부여한다고해도 인간중독 안에서는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철 없어보이고 뺀질거려 보일뿐 종가흔에게 얼마나 나쁜 남편인지를 관객에게 충분히 느끼게 해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그런 부분이 잘 표현이 되었고 그로 인해서 종가흔이 어떤 마음상태인지를 전달하려고했다면 영화 인간중독의 깊이나 감동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결론.

 

영화 인간중독은 이야기를 보는 관객들이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고 캐릭터를 얼마나 이해하게 될지 염두하지 않고 김진평, 종가흔 두 사람(특히 김진평)의 감정과 시선만 집중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이야기 속에 배치된 여러 장치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었습니다. 또한 사랑과 탐닉의 경계에서 그걸 정확하게 구분짓지 못해서 사랑이라고 외치던 감정선에 찬물을 끼얹었죠. 결과적으로 갈등이 제 구실을 못했고 지루함으로 이어졌다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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