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시성 관람객 후기

취미|2018. 9. 19. 12:55

예고편이 안티였다.

 

영화 안시성의 시작부터 뭔가 이상했다. 예고편에서 보여주던 그 허술하고 망작 뿔뿔 풍기는 이미지가 아니었거든. 그리고 내 만족도는 계속 치솟았다. 내가 보고싶던 장면, 이야기를 담아낸 이 작품이다.

 

분명 소품이나 스토리상에서 고증이 미흡한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은 영화적 요소를 위한 장치로 충분히 눈 감아줄 생각이었다. 실제로 관람을 하니 확실히 국뽕 영화이고 한국 역사물 특유의 신파도 들어있었다. 누군가의 희생, 죽음, 거기서 분기탱천한 군사들의 승리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난 이 작품을 통해서 보고싶은걸 봤다. 그래서 평점 기준으로 10점 만점에 9점을 준다.

 



내가 보고 싶었던 것

 

당나라 이세민의 침공때 그들은 총 3개의 퇴각로를 정했다. 그 중 가장 안 좋은 길이 바로 요택(늪지대)을 건너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세민은 그 길로 퇴각을했다. 이 말은 겨울이 와서 철군을 한것이 아니라 만신창이가되어 간신히 도망쳤다는 말이다. 그 전장이 바로 안시성 전투였는데 난 그 상황이 나올만한 전투의 과정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봤다. 대만족이다.

 

 

▲ 추석 연휴를 노리고 개봉한 협상, 명당과 함께 나와서 그랬나? 오전 9시 35분 상영이었음에도 사람이 10명 남짓이었다. 하긴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거다. 예고편이 전부일거라는 생각이었겠지.

 

이 작품은 예고편이 공개되면서부터 고증 미흡, 망작, 망삘이라는 말이 돌았고 설민석의 역사 강의가 영화의 이야기에 맞춰져서 진행되면서 내게도 불신을 심어줬다. 그의 강의가 홍보 수단임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지나친 내용이 좀 있었거든.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그럼 영화 안시성과 관련된 논란들을 되짚어보자.

 

고증

 

분명 소품이나 등장인물(여군, 맥궁이 아닌 석궁 종류의 무기 등)에서 고증 논란은 피해갈 수 없다. 하지만 토성에 대한 설명, 철개마무사대, 당나라 군사가 패퇴하여 돌아가는 과정 등에서는 충분히 좋은 점수를 줄만하다.

 

* 고당서와 우리의 역사 모두 안시성주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양만춘이라는 이름은 조선 후기에 튀어나온 이름이다. 그래서 사실은 아니다. 다만 편의를 위해서 고유명사로 쓰이고 있을 뿐이지.

 

* 개마무사대의 경우 전투에 말에 보호구를 씌워서 말을 보호한다고 알려져있는데 기습전 등의 기동력이 필수인 작전에서는 보호구를 쓰지 않는다는 설정도 잘 표현됐다.

 

* 고구려 성곽의 경우 흙을 아래로 넓게 경사를 만들어 쌓으면서 그 겉에 돌을 쌓아 만든다. 그래서 석포 공격으로 성벽이 훼손되더라도 무너지지 않는다. 그게 고구려 성벽의 핵심이다. 이 부분을 당나라 모사꾼의 입을 빌어서 설명하더라.

 



배우 - 조인성

 

그의 발성에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면 전혀 어색하지않다. 나도 놀랐다.

 

배우 - 남주혁

 

역시 현대판 헤어스타일과 여리여리한 이미지가 논란이 됐으나 그런게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배우 - 설현

 

은근히 말많은 배우인데 난 AOA를 알기 전에 드라마에서 봐서 그런가? 배우로서 활동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더구나 이 작품에서 적당한 분량과 연기력을 보여줬다. 솔직히 첫 등장 씬에서는 '설현 미모가 정말 물이 오를만큼 올랐구나' 싶더라. 그 뒤에 모습들은 평범했는데 첫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지. (남자들만 종일 보이다가 등장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모든 출연진이 다 연기를 잘했다.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설현의 감정씬이었는데 좀 애매하긴했지. 그래도 그 뒤에 이어지는 장면과 퉁치면 꽤 괜찮은 연기를 선보였다. 이 작품에서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은 없을것 같다.

 

 

▲ 영화 안시성의 액션은 수준급이다. 특히 주필산 전투와 안시성과 당나라의 첫번째 전투가 예술이었다. 추수지 역의 배성우씨의 창술이 참 인상적이었지. 후반부에 남주혁이 말타고 평양으로 튀는 장면에서 왜 슬로우모션을 걸었는지 모르지만 그것빼고 다 만족스럽더라.

 

사실 이 작품의 2번째 전투는 말이 안되는 전개였지만 그래서 국뽕이라고 했으니 그걸로 퉁친다.

 

 

▲ 절대로 평면적으로 그려지면 안되는 캐릭터였지만 입체적이지는 않았던 남주혁, 그걸 덮어준게 조인성의 캐릭터다. 그리고 애초에 이 영화 안시성의 스토리에서 그의 캐릭터가 중요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 주필산 전투에서의 철개마무사대 모습이다. 갑옷 고증 논란이 높은데 찰갑에 날개투구, 말 보호구까지 갖췄다. (찰갑 맞는거 같은데? 응?) 아마 주인공들 외모를 돋보이게 하려고 주조연급은 찰갑을 입히지 않은것 같다. 다만, 가끔 보이는 뿔투구는 좀 이제 버려라. 그건 너무했다.

 

* 찰갑은 작은 쇳조각이나 가죽을 이어붙여서 만든 갑옷이다. 그리고 이 갑옷은 고구려에서 쓰던 것으로 화살의 관통력을 상쇄시키는 능력이 좋다. 실제로 역사 프로그램에서 찰갑과 판갑에 활을 쏜 결과 찰갑은 빗맞아 튕겨나갔고 판갑에는 화살이 박혔다. 기마대 위주였던 고구려에서 맞는 효과적인 갑옷이었던거지.

 

이런 점으로 볼 때 영화 안시성은 준비가 부족해서 고증 논란을 맞이하는게 아니라 상업영화로서 논란을 감수하고 제작된것 같다.

 

 

▲ 가상의 궁수대 수장이자 가상의 양만춘 여동생인 백화로 나오는 설현 모습이다. 딱 한 장면만 빼고 다 괜찮았다. 주변 캐릭터와 연기력 차이가 많이나면 잠깐씩 자주 나오는게 더 낫지.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연기했다고 생각한다.

 

 

▲ 백하(설현)와 러브라인을 살짝만 보여줬던 파소(엄태구), 백하의 부장이었던 스테파니 리, 고구려의 신녀 정은채, 창술 달인 배성우 등 좋은 배우들이 출연해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작품이다.

 

실제 이 전투는 토산을 쌓는데 2달이 걸렸다고 한다. 그럼 그 외에 전투는 20일 남짓이다. 그럼 그 사이에 전투를 했고 당태종 이세민은 도저히 성을 함락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 토산을 쌓았다는 말이된다. 그 강력한 방어력을 이 작품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자료도 별로 없고 실제로 다룬 경우도 없어서 양만춘이라는 이름만 알려져있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역사가 아닌 픽션으로서 그 전투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충분히 그 정도 가치는 가진 이야기거든.

 

어쨌든 영화 안시성 예고편때문에 같은 날 개봉하는 다른 작품들과 고민을 많이했는데 잘 선택한것 같다. 상당히 재밌고 볼만했다. 연출도 깔끔, 스토리도 깔끔, 영상도 깔끔, 액션도 좋았다. 난 항상 예측이 틀리는데 이번에는 맞길 바래본다.

 

'이거 천만영화 될 수 있지 않을까?'

 

※ 아버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추석때 한번 더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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