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스트맨 관람후기

취미|2018. 10. 18. 15:10

오늘 아침 조조로 영화 퍼스트맨을 보고왔습니다. 외국 작품이기에 덧글로 난리치는 조작부대는 안 오겠네요. 한국 작품이면 서로 작업치느라 남의 글에 덧글을 달아대는데 그건 다행입니다. (이미 전 덧글을막아놨지요.)

 



▲ 난 아무래도 수전증이 있나봐. 스마트폰 카메라로 이렇게 흔들린 사진을 찍다니 문제가 많다.

 

어쨌든 전 이 작품의 감독이나 그의 전작들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도 본 적이 없습니다. 맞습니다. 전 우주 영화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런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모 전문가의 평점밑에 달아놓은 코멘트 때문이었습니다.

 

' 미국이, 헐리우드가, 그리고 닐 암스트롱이 본 각자의 우주'

 

아 이거 봐야되는 영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봤습니다. 전 저 코멘트를 제 식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최초의 달 착륙에 대한 미국 정부, 미국 국민, 그리고 비행사가 본 각자의 우주'

 

 

솔직히 이 작품을보고 바로 네이버 평점을 봤습니다. 1점이 난무해야되는데 다들 점수가 높더군요. 지난 흥행작들의 수준을 봤을때 이렇게 높은 점수가 나오면 안되는데 신기했습니다. 마치 다들 훌륭한 작품이라는데 훌륭한거겠지. 짜증나게 지루하지만 어쨌든 좋은 작품이라니까 나도 허세를 떨어야지라고 아우성을 치는 느낌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영화 퍼스트맨은 지나치게 긴 런닝타임을 자랑합니다. 9시 34분에 시작해서 11시 44분에 끝났으니까요.

 

그리고 이 작품은 우주의 신비, 경이로움에 대한 판타스틱한 내용을 담고있지 않습니다. 58년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할때까지의 과정을 닐 암스트롱 개인의 시선, 미국 국민의 시선, 미항공우주국의 시선, 미국의 국회의원의 시선으로 담고 있습니다. 아, 가십거리에 목마른 쓸모없는 기자 나부랭이들의 시선도 포함시켜야겠네요.

 

* 진심으로 닐 암스트롱에게 던진 기자들의 질문은 열이 받을정도로 짜증이 나더군요. 2018년의 한국의 모습을 50여년전 미국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분명 미칠듯이 지루합니다. 정말 아무리 후하게 쳐도 너무 길고 자잘해. 난 외국인이 아닌데 외국 사람의 감정선을 따라가려니 가랭이가 찢어질것 같았습니다. 쭉쭉 밀고나가는 대사에 허덕이다 중반쯤 가야지 등장인물과 그들의 이름이 매치가 되더군요.

 

 

▲ 그래도 의미가 있었던 이유는 역시 달 탐사선 내부, 그들의 훈련, 우주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에 대한 영상 자료로 봤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의미가 좋고 대승적인 가치가 있다고해도 이야기를 한 토막도 잘라내지 못한채 140분에 가까운 런닝타임을 채웠기에 전 평점으로 10점 만점에 6점을 드립니다. 그나마 6점이라도 준 이유는 제가 9점을 준 히든 피겨스 같은 느낌이었기때문입니다. 3점이 빠진 이유는 닐 암스트롱의 상황과 심리를 보여주느라 재미와 작품을 선택한 관객의 기대치를 무시했기때문입니다. (난 고매한 메시지를 얻으려고 영화관을 찾은게 아니잖아?)

 

 

▲ 왠지 필요에 의해 제작된 느낌이 강한 작품입니다.

 

영화 퍼스트맨은 미국에서 미항공우주국(nasa)의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세금을 퍼붓는데 국민적 동의를 구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달 착륙을 했을때의 세계는 소련의 공산주의와 미국의 자유주의가 양분되는 시기였습니다. 아직 소속을 정하지못한 중립국을 자기들 진영으로 끌어들여야하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NASA의 일을 진행할 수 있었죠.

 

* 제 기억이 맞다면 히든 피겨스의 배경도 이 시기일겁니다. 소련이 먼저 실험에 성공하면 우리는 다 죽는다는 식의 이야기가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수 십년이 흐른 지금 돈의 전쟁을 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을 잡아먹는 NASA의 실효성에 모두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영화 퍼스트맨은 그걸 타개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닐까?라는 상상력을 발휘하는 이유입니다.

 

이 작품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 미국은 지금 NASA를 통해서 또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는것 같다. 다음 시대에도 그들이 세계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카운터 펀치같은 것이겠지. 그리고 이번에도 1960년대처럼 대중들은 세금을 쏟아붓는 국가의 행태에 불안감을 갖게되고, 언론은 그 불안감을 부추겨서 돈을 벌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겠네. 결국 이번에도 실험이 성공하면 자신들은 미국이라는 국가에 소속됐다는 이유로 약자를 핍박해서 많은 이익을 챙길거면서 개돼지처럼 언론에 선동되서 또 난리를 피우겠구만.

 

그래서 만들어진 영화라는 느낌이 들었죠.

 

 

▲ 주인공 닐 암스트롱이 실험 비행 중 사고가 발생하자 그의 부인이 직장으로 찾아가 상관에게 따지는 모습입니다.

 

제가 영화 퍼스트맨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대사가 나온 장면입니다.

 

'당신들은 다 아마추어잖아. 지금도 어쩔줄 몰라서 우왕좌왕하고 있잖아.'

 

저도 요즘 이 말을 어떤 집단에게 하고 싶습니다. 국민의 위에 군림하면서 일을 제대로 안하는 것들. 사기업이었으면 손해배상하고 전재산 다 털리고 패가망신해도 이상할게 없는 철밥통들. 힘 쎈 놈들 때문에 국민들이 번식도 못하고 있는데 애꿎은 약한 놈들만 때려잡는 잡것들.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재벌 회장님 같은 지위를 누리는 이 썩어빠진 나라에 하고싶은 말이었네요.

 



제게 영화 퍼스트맨이 가지는 의미는 한 가지입니다.

 

우주비행사가 받는 훈련들, 우주선 안에 풍경들, 우주에서 생길 수 있는 일을 어렴풋이나마 구경할 수 있다는 것

 

그것 외에는 특별한 재미나 큰 감동이 없어요. 거의 대부분의 갈등은 닐 암스트롱 캐릭터의 심리적인 부분에서 비롯되고, 주변 사람들은 그저 수동적으로 존재합니다. 그 갈등을 위해서 불필요하다 싶을정도로 닐의 가정이 많이 비춰지죠. 우주여행도, 실헝도, 훈련도, 가정에서조차도 영화적 재미보다는 잔잔한 감정을 건드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 작품이 한국에서 제작된 한국적인 주제로 비슷하게 만들어졌다면 아마 평가는 달라졌을겁니다. 하지만 외국인의 국뽕 작품에서 제가 굳이 감동을 받을 이유가 없겠죠. 지루했지만 나름 볼만했는데 재미를 찾는 분들에게는 권하고 싶지는 않은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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