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왕이 된 남자 느낀점 기록

취미|2019. 2. 27. 13:41

최근 월요일과 화요일 저녁을 책임지던 TVN 왕이 된 남자가 다음주 종방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제 도승지(김상경)가 목숨을 다 하며 끝났는데요.

 

제가 재미있어서 본방사수를 했기에 신경쓰지 않았는데 시청률이 9.5%가 나왔더군요.

 

이 드라마를 보면서 TVN은 드라마 장인인가? 싶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는데 다른 분들도 그리 생각하는것 같아서 이 글을 남겨봅니다. 너무 지나친 칭찬도 있는것 같아 제 생각을 살짝 남겨볼게요.

 

 

이 드라마는 영화 '광해'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길을 잃은 군주와 충신, 왕과 똑같은 외모를 가진 광대, 왕 대신 나이 어린 궁녀의 죽음등이 그러했죠.

 

하지만 그 느낌은 진짜 왕을 도승지가 독살하면서 지워집니다.

 

매 주 본방사수를 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라면 역시 로맨스죠. 붉은색으로 강렬하게 표현된 군주의 모습을 한 광대 여진구 포스터를 놔두고 위에 포스터를 올린 이유입니다.

 

왕 (이헌), 도승지 (학산), 좌의정 (신치수), 대군 (진평군), 대비라는 정치적 갈등선이 명확한 상황에서 이야기의 중심은 중전 (유소운)과 가짜 왕 (하선)의 관계에 집중됐으니까요.

 

비교적 비율을 잘 맞춰서 왕의 갈등과 남녀 사이를 4:6 정도로 맞췄지만 그래도 그 둘이 반대가 됐으면 더 좋았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실제로 왕비와의 로맨스에는 그리 디테일을 챙기면서 정치적으로 위험에 처하는 과정은 너무 간략하게 그려졌거든요.

 

그래도 보는 맛이 남달라서 전 막방까지 TVN 왕이 된 남자를 시청할 예정입니다.



드라마 출연자들에 대한 이야기

 

 

▲ 김상경 (도승지 역)

 

제가 이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게 된 이유가 바로 이 배우 때문입니다. 사실 여기에서는 스토리때문에 좀 어설픈 부분이 있어서 그리 감흥이 크지는 않았는데요. 이 분의 사극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KBS 대왕세종을 보세요. KBS의 대하 사극이라 역사왜곡 및 고증 논란이 심했지만 '이야기'로만 보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대왕세종 이후로 이 분이 사극하면 무조건 봅니다.

 

*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전부 소장중이라죠.

 

솔직히 왕이 된 남자에서는 확실한 적군인 신치수(권해효)와 마주할때 너무 이빨을 많이 드러내서 별로였어요. 아이들 기싸움하는것도 아니고 적 앞에서는 웃어야죠. 칼은 마지막 순간에 한번만 휘두르면 됩니다.

 

 

▲ 여진구 (이헌, 하선)

 

왕과 광대 역을 소화한 여진구는 제가 치켜세우지 않아도 이미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배우죠. 다만 전 하선이 왕 노릇하는 것보다 이헌으로 나오는게 더 좋았습니다. 악역을 연기하면 잘 어울릴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을 보면서 느낀건데 잘 만든 사극을 만나면 대박날것 같습니다.

 

* 저 장면은 같은 남자가 봐도 너무 멋지네요. 개인적으로 미술팀, 의상팀 칭찬해주고 싶어요.

 

 

▲ 장광 (상선)

 

영화 광해에서도 이병헌씨 옆에서 상선으로 연기했던 장광씨입니다. 내시 전문으로 보일 정도로 자주 만날 수 있는데요. 사실 전 이 분을 볼때면 악역 전문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영화 도가니에서 교장으로 나오죠. 어린아이에게 나쁜 짓을 하는 어른으로 나옵니다. 그 때 보면서 주먹을 꽉 움켜쥐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런 감초 역할에 너무 잘 어울리고 연기력도 좋아서 작품을 많이 하는 배우죠.  

 

 

▲ 이세영 (유소운)

 

중전으로 출연한 이세영씨입니다. 제 기억에 처음 박힌게 작년에 방영한 화유기때였는데요. 지난 주말에 멍 때리면서 대장금을 보다가 금영이 아역으로 나온걸 봤네요. 어찌나 반갑던지. 잘 컸구나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왕이 된 남자에서 좋은 캐릭터를 만나서 호평을 받고 있는데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생각해요. 워낙 비중도 높고 밉지 않은 캐릭터에 단아한 외모도 한 몫을 했죠.

 

그 시대에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서는 너무 가혹한 여성상을 보여주지만 그 또한 판타지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드라마를 보면서 '정말 손을 꼬옥 잡아주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제게 역대급 왕비는 영화 상의원에서 박신혜였습니다. 작품은 흥행에 실패했지만 의복을 만들어 경합하는 내용이라 예쁘다가 아니라 아름답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거든요. 지금도 고수가 옷을 만들기 위해 박신혜의 치수를 잴 때 그 미세한 떨림들을 담은 장면이 떠오르네요.

 

근데 이 작품에서 중전을 따르는 궁녀가 한 명 나오죠. 등장인물을 보니까 오하늬씨네요. 전 그 분도 눈에 띄더군요. 이세영은 그림같이 예쁘다면 그 배우는 눈길이 가게 예뻐요. 표정도 그렇고 대사도 그렇고 통통튀는 다람쥐 느낌이라 다른 작품에서도 제가 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장무관하고 썸 안타나? 분위기는 탈 것 같던데 벌써 막방이 코 앞이네)

 

 

▲ 권해효 (신치수, 좌의정)

 

상당히 노련한 전략가이자 악역으로 등장한 신치수 역할을 한 권해효씨입니다. '마뜩찮다'는 말을 표정으로 보여주더군요. 어찌나 빠져들던지 너무 좋았습니다. 앞으로 사극에서 자주 뵙기를 기대해봅니다.

 

사실 신치수에 비해서 학산이 너무 감정을 잘 드러내서 맥이 빠지는 경우가 많았죠.

 

이 외에 진평군으로 나온 이무생씨도 눈빛과 마스크가 아주 좋더군요. 다른 작품, 다른 역할로 만나도 좋을것 같았습니다.

 

 

▲ 한옥과 한복이 얼마나 아름답고 잘 어우러지는지 볼 수 있는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

 

 

▲ 제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입니다. 이세영이 수줍게 자기 마음을 고백하고 입맞춤을 하는 장면인데요. 사실 이 장면에서의 포인트는 이세영씨의 자세입니다. 머리에서 목, 어깨, 등, 힙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한복의 색상과 만나서 아주 잘 표현됐어요. (여진구는 그냥 눈 감고 앉아있었을뿐)

 

* 저 장면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아' 하고 탄식을 했죠. 아마 누군가 그걸 봤으면 직구를 던졌을거에요. '아 저 변X새X"

 

물론 전 저런 감정을 몰라서 지루했죠. 다만 화면이 너무 아름다웠을 뿐!



사족

 

사실 진짜 왕을 독살한다던가, 도승지가 진심으로 하선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던가 하는 부분은 예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두 장면만큼은 절벽 끝까지 이야기를 밀어붙여서 고개가 끄덕여지게 만들었죠.

 

운심에서 마음을 드러내는 학산을 보며 죽는걸 예상할 수 있었고, 중전에게 내년 겨울에도 이 곳에 오자고 말하는 하선을 보며 내년까지 같이 있지 못하겠다 생각했죠. 드라마니까 예측이 되더군요. 그래서 더 재미를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다음주가 막방이라고하니 학산이 없는 하선이 어떻게 일을 처리하고 어떻게 결말이 날까? 너무 궁금하네요. 다음주 막방은 꼭 본방사수해서 봐야겠어요.

 

※ 개연성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중전이 콕 찝었던 마을 제일 끝에 작은 집에서 둘이 사는걸로 끝났으면 좋겠네요.

 

영화 광해의 그림자를 밟고 시작한 왕이 된 남자, 그래도 독자적인 색깔을 잘 갖춘 스토리와 좋은 배우들 덕분에 꽤 볼만했던 드라마로 기억될 듯 합니다. 소장할 정도는 아니고, 광해의 이병헌과 비교할만큼은 안되지만 그래도 중견부터 신예까지 좋은 연기자들을 많이 볼 수 있던 작품이었네요. 덕분에 몇 달간의 월요일, 화요일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