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한산성 : 해석을 잘 해야하는 수작

취미|2018. 1. 24. 19:58

병자호란

 

청이 명을 본격적으로 치기 전에 후방 정리 차원에서 일으킨 난. 명과 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광해를 몰아내고 왕위에 오른 인조가 왕이던 시절 2차례의 호란 중 2번째. 청을 배척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어서 북방부터 병사를 주둔시키고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청은 각 성을 그대로 지나처서 서울로 진격했고 강화도로 도망칠 시간을 벌지 못한 왕은 남한산성으로 몸을 피해 약 2달간 버티다가 청과 군신관계를 맺는다. 산성으로 도망칠 수 있었던것도 최명길이 청의 선봉대와 만나 시간을 끌어서 가능했을 정도로 이 나라는 힘이 없었다. (이 난은 청이 벌인 싸움으로 그들은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후방을 안전하게하고 전쟁물자를 조달받기 위해서 왕만 잡아 항복을 받는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영화 남한산성의 가치

 

신념과 신념의 대립

 

비록 김상헌과 최명길의 영화 속 관계가 허구라는 사실이 아쉽지만 볼거리가 아니라 느낄거리는 준 영화라는데 엄지를 치켜들어봅니다. 서로의 신념을 존중하면서 각자의 신념에 목숨을 걸어 나라를 이끌어나가려는 모습. 이 지구가 수명을 다해서 폭발할 때까지도 나오지 않을 캐릭터였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세상에 '옳고 그름은 없다'는걸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애초에 이 작품을 예매하면서 재미나 감동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지루하겠다 예상하고 관람을 했습니다. 단지 배우들이 너무 매력적이라는 이유로 조조 6천원을 날릴 각오를 하고 봤습니다. 하지만 점점 두 주연 배우의 캐릭터에 빠져들더군요. 최명길의 말도 옳고, 김상헌의 말도 옳은 상황. 모두가 옳은 상황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모습이 남한산성 안에 참상과 대비를 이루면서 묘한 즐거움을 만들어냈습니다. 그게 이 작품에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꼭 볼 영화는 아닙니다.

 

조조로 혼자 영화관에서 봤습니다. 좌우에 아무도 없고 혼자 팔짱을 껴고 신발 벗고 편하게 생각하면서 봤습니다. 이병헌, 김윤석이 주고 받는 대사 하나하나가 참 멋지더군요. 설전을 벌이는데 감정의 격돌이 아니라 신념의 격돌이라는걸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잘 연기했고, 잘 찍은 영화입니다. 그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산성 안 밖의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그려낸 미장센도 훌륭했습니다. 그래서 전 상당히 만족스러운 느낌을 갖고 영화관을 나왔는데요.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같이 본다면 이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무겁고 진중해서 즐거움을 찾을만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역사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지 말자

 

영화 남한산성을 이야기하면서 역사 운운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생각할게 있고 관객 각자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서 평이 갈릴 수 있는 작품이지만 역사는 아닙니다. 이미 국내 배우들의 연기력은 최상을 찍고 남았고 남자 배우들의 스펙트럼은 주연에서 조연, 엑스트라까지 차고 넘칩니다. 그렇다보니 영화 외적인 부분에서 이슈를 만들어내고 관객을 끌려는 욕심을 욕할수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역사 의식 고취라며 '학생들이 봐도 도움이 되겠어요'라는 평가는 남기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으로 그것을 익히는자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합니다. 영화 하나로 역사 운운하며 교훈을 입에 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내용이 허술한데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작품의 진정한 후기를 적기에는 공개적인 공간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하거든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분란만 만들고 합의에는 도달할 수 없는 것들이 몇 개 있습니다. 진짜 후기를 적는다면 그것들을 건드려야되거든요. 그래서 대략 영화 남한산성을 본 느낌만 살짝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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