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집안일 완료 (영세 국산 굴농사)

일상|2019. 8. 3. 19:54

대규모 어장에서 굴을 키워서 공장에서 다 같이 모여서 까는 곳의 사정은 잘 모릅니다. 이 글은 그저 작은 섬마을에서 겨울에 소일거리로 하는 굴 양식 이야기입니다. 6~70대 어르신들이 뭐라도 해야하기에 하는 영세한 규모의 굴농사 이야기지요.


농사는 포자(씨앗)가 붙은 가리비 껍데기를 구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그걸 돈을 주고 구입한 뒤 튼튼한 전선으로 10개씩 한 줄에 꿰는게 봄부터 여름까지 할 일이지요. 그 씨앗들을 다시 10줄씩 묶어서 잘 쌓아놨다가 7월 중순부터 8월 초 사이에 물이 많이 쓰는 사리때 바다에 세워둔 틀에 걸어둡니다.


다음 해 3월~4월 사리때 물 속에서 굴이 잘 붙은 포자 꾸러미를 꺼내서 한 줄씩 다른 틀에 매달아놓습니다. 그 해 11월쯤 굴들을 한 줄씩 떼어서 배에 실어나른 뒤 집에서 까는게 바로 우리가 먹는 굴입니다.


그래서 3~4월에는 2주에 한번씩 집에가서 작년에 넣은 포자를 분망(굴이 잘 붙은 포자를 한 줄씩 틀에 매달아놓는 일, 이렇게해야 씨앗에 살이 붙게 됩니다.)합니다. 7~8월 중 3~4일은 날을 잡고 봄부터 어머니가 꿰어놓은 포자를 바다에 집어넣습니다.


그 집안일이 8월 2일 끝났네요. 마지막 날은 너무 덥고 바람도 안 불어서 어머니는 버티다 배에 드러누우셨고, 전 더위먹은 상태로 끝까지 버텨서 아버지와 함께 작업을 끝냈답니다. 이제 내년 3월까지는 집에 들어갈 일이 거의 없겠네요. (유후~)


하필 봄이오고 꽃이 피는 3~4월, 하필 백일홍 절정기인 7~8월에 잡혀있는 작업이지만 그래도 이 일이 먼저라서 어쩔 수 없네요. 그래도 끝나서 하반기는 좀 멘탈 좀 잡을 생각입니다. 그래야 2020년 40세가 되는 해부터는 좀 사람답게 살 수 있을테니까요.


일 다 끝내고 마을의 불타는 폭염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 일을 끝내고 들어와서 씻은 다음에 나가서 찍은 사진이라 바다에 세워진 틀이 다 물에 잠겼네요. 물 중간에 2개 정도 거뭇한 형체가 있는게 바로 틀입니다. 사리때(간조에 물이 많이 나갈 때)에만 작업이 가능한 정도로 나옵니다. 저기로 배를 가져가서 싣고간 포자를 걸어놓고 움직이지않게 줄로 고정하고 돌아오는 거랍니다. 덕분에 물이 본격적으로 해안으로 들이닥치기 전에 일은 끝나죠. 하루 중 작업시간은 약 3시간 남짓이지요.



▲ 작업 3일의 기간과 장마가 끝나면서 폭염이 시작되는 기간이 겹쳤습니다. 덕분에 2일은 시원하게 일을했는데 마지막 하루는 정말 바람이 한 점도 불지 않아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어머니와 제가 체질이 똑같아서 둘 다 작업 시작과 거의 동시에 더위를 먹었습니다. 집안일을 도와드리면서 힘이 든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어제 하루는 정말 정신이 없었네요. 그래도 다행히 들물(밀물)때 바람이 불어서 기력을 찾았지요.



▲ 일을 마치고 마을에 돌아오니 바람 한 점이 안 불더군요. 한여름 뙤약볕을 제대로 경험했네요. 8월은 정말 여름일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은근히 선선해서 전 아직도 가을날씨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어제만큼은 정말 너무 더웠네요.



▲ 일을 끝내고 배 시간에 맞춰서 육지로 나가는 중입니다. 몸 상태가 좋지 못해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에 나갈까 고민했는데 고집부리고 그냥 나왔네요. 덕분에 집에 어떻게 도착했는지 기억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눈 문제도 있고, 공간 감각이 형편없어서 평생 초보운전 딱지를 붙이고 다녀야되지만 그래도 조금은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어제는 차선변경을 못해서 그냥 경운기 뒤를 따라갔을 정도로 몸 상태가 별로였어요. 건강과 체력에 위기감을 느꼈네요. 좀 챙겨야겠습니다.


어쨌든 내년 3월까지는 특별한 일이 없을테니 스마트폰을 무음모드로 놓고 살아도 되겠네요.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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