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취미|2018. 1. 24. 20:01

군함도 개봉 이후 바로 8월 초 개봉한 택시운전사.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 이라는 캐릭터 강한 배우들이 뭉친 작품, 거기에 광복절을 앞두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보고 싶었던 작품. 미루다 미루다 어제 산책하다가 급 예매를 해서 보고 왔는데 재미와 감동보다는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흥행보다 사실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서 흥행하기 어려운 작품인데 시기와 배우가 적절히 잘 만나서 천 만 관객 달성하겠네요.

 

광주 민주화 운동

 

택시운전사, 화려한 휴가 모두 이야기에 중심을 두고있고,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각기 달라서 왜 이 이야기가 시작되는지 잘 다루지 않죠. 그저 '시민을 향해 발포했다'는 사실에 집중할 뿐. 저도 잘 모르지만 찾아서 조금 적어봅니다. 왜 5.18 광주민주화 운동이 있었는가에 대한 이야기.

 

1979년 10월 16일, 부마항쟁(부산/마산 지역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이 폭력적인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공수부대와 시민들 사이에 충돌이 빚어지면서 박정희 대통령은 최후의 수단으로 시민을 향해서 발포 할 생각까지 합니다. 이에 분개한 김재규는 (물론 차지철과의 권력 싸움에서 밀린것도 이유겠고 전 이 이유가 더 크다고 생각해요) 10월 26일 궁정동 안가 술자리에서 박 대통령과 차지철에게 총을 쏘죠.  이후 국민들은 당시 민주화를 외치던 3김(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 나라에 민주주의가 시작될거라는 희망을 품었습니다. 하지만 박통 시절부터 힘을 기르던 전두환이 12월 12일 사태를 일으켜서 신군부 세력으로 집권하게되죠. (김재규의 오판과 당시 합참의장과 대통령 대행의 무능력이 빚은 결과) 그와 함께 3김에 대한 구금/억류가 이루어집니다. 유신독재가 끝날걸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돌아온 현실은 신군부독재의 시작. 이에 전국의 대학생들은 서울에 모여서 데모를 하기 시작합니다. (서울의 봄) 결국 1980년 5월 17일 제주도 지역까지 전국 비상 계엄령을 발동시킨 군부는 각 지역에 대학교에까지 휴교령을 내리면서 강제로 학생들의 등교를 막습니다. 이때 광주 전남대학교에서 등교를 막는 공수부대와 학생간에 유혈 충돌이 생기고 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군부의 비정상적인 폭압이 진행됩니다. 이후 시민들이 시위를 할 때마다 공수부대는 폭력으로 해산을 시키고 이에 시위의 규모는 계속 커집니다. 결국 계엄군은 발포를 하게 됩니다. 이에 분개한 시민들이 경찰서의 무기고를 탈취/무장을 하기에 이릅니다.  <당시 통행 금지, 유선 연락선 차단, 언론 통제가 신속하게 이루어진것으로 미루어봤을때 신군부 집권에 대한 불만과 3김 지지에 대한 본보기로 '광주소개' 작전을 펼친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아는게 없어서 이 정도만 적습니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가치는 시선입니다. 독일의 기자 피터 (외국인), 서울사람 만섭 (타지의 내국인), 광주사람 재식(내지의 내국인). 이 세 사람의 시선으로 당시 사건을 바라보고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은 광주 지역에서도 상황을 잘 모른다는 사실. 영화 속에서 재식의 "우리한테 왜 저러는지 모르겠어요" 라는 말은 많은걸 시사합니다. 당시에 변화를 가장 갈망했던 집단이 20대 대학생이었고 피 끓는 청춘이라는 그들의 행동으로 민주화 운동이 전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식은 당시 상황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것. 그것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입니다. 사람이 파렴치한 폭력에 피어보지도 못한 꽃잎이 떨어지는 그 현장에서조차 그 사실을 제대로 직시할 수 없었고 손님을 맞아 따뜻한 밥 한끼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던 상황.

 

 

 

두번째 가치는 바로 당시에 시민과 대치하던 군인을 보여줬다는데 있습니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광주를 탈출할 때 묵인해준 군인 엄태구씨를 통해서 당시의 그 상황에 대해서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 군인들도 많았을거라는걸 보여줬지요. 이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논란이 되는 부분입니다. 명령에 따른것이다. 그래도 사건을 자행한 범죄자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끝까지 알 수 없는 이 논란을 조금 비춰 준 것에 그 가치를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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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면 재식이 잡혀가고 광주 택시운전사 태술의 불 꺼진 집에서 피터와 만섭의 투샷이네요. 등을 돌려 누운 만섭이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피터에게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를 합니다. 알아들을리 만무하지만 직전의 상황과 만섭의 상황을 두 가지를 모두 알고있는 피터에게는 등을 돌려 누운 만섭의 뒷모습과 목소리 만으로도 대화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럴수도 있겠다라는 공감. 전 이 영화에서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또 하나의 기억이라면 피터가 처음 광주 사태를 목격하고 카메라를 통해 영상으로 담을때에요. 외국인의 시선에서 그 상황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도 안되는 상황들이었을거에요. 그리고 '토마스 크레취만'은 카메라를 놓고 눈을 가리는 것으로 그 감정을 전달합니다. 전쟁도 아니고, 적군에 대한 학살도 아닌 자국민에 대한 학살. 그것도 정치적인 목적을 위한 일반 국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 그것이 피터에게 사명감을 만들어줬고, 순천까지 나갔던 만섭을 돌어서게 만든 동기가 아니었을까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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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사실 흥행에 목적을 둔 상업영화의 측면에서는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주연인 송강호부터 얼굴을 다 알만한 유명한 조연들까지 총 출동한 작품에서 튀는 사람 하나없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출된 느낌이 강합니다. 그래서 저 두 가지 가치에 130분이 넘는 이야기를 늘어지지 않게 만든 것에 대해서 큰 점수를 주고 싶어요. 재미와 감동보다는 다른 것을 보기 위해서라도 꼭 한번 보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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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만섭이 김사복이라는 이름으로 가짜 연락처를 적어준 것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한데요. 혼자 남을 11살짜리 딸 때문이죠. 피터가 건네준 쿠키는 딸 선물이고 만섭에게는 그게 가장 고마울 선물이었겠죠. 순천에서 돌아온 만섭의 결정이 가치있는 이유는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딸)을 뒤로했다는데 있어요. 피터도 그 사실을 알고 있죠. 그래서 연락처를 적어줄 때 딸 선물을 준거에요. 물론 만섭은 그 연락처를 가짜로 적었습니다. 왜? 1980년 이후로 민주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시작된게 1987년, 군부 출신이 아닌 일반인이 대통령으로 처음 당선된게 1993년입니다. 만약 만섭이 제대로 된 연락처를 적어줬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 피터와 만난 만섭은 남산으로 끌려가고, 집 주인은 화를 피하기 위해서 그의 딸을 버릴겁니다. 자신이 잘못되면 혼자 남을 딸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에서 만섭은 연락처와 이름을 가짜로 적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영화 택시운전사는 약간 지루할 수도 있는 작품이에요. 류준열,유해진 그리고 곳곳에 포진한 웃음 코드로 포장하려고해도 쉽지 않은 130분의 런닝타임. 그래도 보셔야 될 영화임은 분명해요. 저라고 이 영화 후기로 이런 허튼소리를 적어놓을 줄 알았을까요. 처음 보고 나와서 전화로 '감동도 재미도 없어' 라고 말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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