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운영 13년차의 마지막을 바라보며 적는 글

일상|2021. 5. 10. 22:15

저는 티스토리 나무야 블로그 운영을 하며 밥벌이를 하는 사람입니다. 이 공간에 터를 잡고 밥 먹고 산 시간이 3년이 넘어가네요.

 

'직장은 없고 직업은 있는 백수' 이것이 제가 스스로 소개할 때 하는 말이었습니다.

 

이 공간을 운영하기 전까지 합치면 13년차 바이럴마케터라고 소개할 수 있을까? 요즘처럼 텍스트 기반의 컨텐츠 크리에이터가 기획, 이미지, 영상 편집까지 다 하는 시대에는 맞지 않는 말이지요. 저는 그저 글을 쓰는 것으로 광고 효과를 발생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 공간에 있는 제 글을 보면 지나치게 길고 너저분합니다. 어쩔 수 없는 시간의 흔적이지요. 네이버 환경에서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 장문 나열 방식일 뿐입니다.

 

어쨌든 이제 13년차로서 거의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네이버도 아니고 다음 포털 사이트에 컨텐츠를 제공하면서 먹고 사는 입장에서 마지막이 너무 초라한 것이 아쉽네요. 2년 전에는 다음의 애드핏이 카카오의 전략적인 한 수가 된다면 구글 애드센스에 기대지 않고 티스토리 서비스 제공 주체인 카카오와 함께 살아갈 수 있을거라는 희망도 품었는데 헛된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실소를 금할 길이 없군요.

 

이미 네이버는 검색 포털 사이트로서의 지위를 잃었고 그들 스스로 쇼핑 중개업자로서 수수료 수익으로 살아가겠다고 밝힌 상황, 시장은 세대 교체가 일어나면서 영상 중심으로 트래픽이 집중되는 상황, 카카오의 다음 포털 사이트는 20년째 방향성을 잃고 허우적대는 상황. 거기에 나는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티스토리 블로그에 구글 애드센스를 통해서 간신이 밥 값이나 버는 상황이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안 나오는군요.

 

카카오의 티스토리를 운영하면서 구글의 애드센스 수입으로 살아가는 인생이라, 아이러니 그 자체죠.

 

최근 3년 내내 이 이질감에 몸서리를 쳤는데 800개가 넘는 글이 모두 쓰레기로 전락한 지금 마지막이 보이는것 같습니다. 비참하고 초라하네요.

 

※ 이제 다음 애드핏에 기대하는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미 시장은 변했고 상황은 바뀌었으니까요. 죽어가는 시장에 기대서 연명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황무지와 같았던 13년전 검색시장에서 노력과 열정으로 경험과 실력을 쌓았던 시간도 있었지요. 하지만 경쟁이 심화될수록 컨텐츠 자체의 힘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의 힘이 더 강해졌습니다. 결국 혼자 일을 하면서 밥이나 먹고 사는 처지가 되었지요. 그리고 이제 끝이 보이네요.

 

바이럴마케팅이라는 영역에서 발을 완전히 뺄 수 있게 되는 끝이 눈 앞에 보이고 있습니다.

 

곧 굶어 죽을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한 편으로는 후련합니다. 왜냐하면 이 일을 하면서 속 시원하게 밝힐 수 없었던 수 많은 답답함에서 완벽하게 해방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적어도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정상적인 영역의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게 주어졌다는거죠.

 

초라하고 비참하지만, 반 년도 못 버티고 굶어 죽을지도 모르지만 한 편으로는 후련한 이유입니다.

 

애초에 30대를 넘기지 못할거라고 예상했던 인생이기에 40대가 되어 죽음을 맞이하는게 억울하거나 무섭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않고 끝내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발바닥이 터지고 피눈물이 흐를때까지 발버둥을 칠 것입니다. 그래도 안되면 그때 미련없이 소멸할 예정이네요.

 

지금까지와 다른 부분이라면 이제 끝을 넘어선 지점을 바라보고 끝을 향해서 달려간다는 점입니다. 죽어가는 시장에 의미없는 발버둥으로 헛 꿈을 꾸는건 여기까지 입니다.

 

13년차 블로거로서, 바이럴마케터로서 남는 후회라면 딱 하나입니다.

 

'편법을 썼다면 달랐을까?'

 

1인 1블로그 운영을 고집하지 않고 남들처럼 수 십개의 블로그를 운영하며 모든 영역을 다 공략했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공허함과 비참함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후회.

 

지난 3년 동안 수 없이 고민하고 고민했던 부분이지만 결국 제 선택은 1인 1블로그였고 기껏해야 잡담용 서브 1개를 추가한 것 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키워드 분리도 못하는 이 공간과 같은 계정에 만들었지요. 그래도 밥은 먹고 살 줄 알았고 그래도 시간과 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믿었지요. 그 결과는 보시다시피 비참함과 참혹함, 그리고 공허함이네요.

 

정상적인 광고부터 편법, 불법, 위법에 걸쳐있는 매체들까지 다루지 않은게 없었는데 혼자 일하면서 깨끗한 척이 하고 싶었는지 이 길을 걸었고 고작 3년만에 마지막을 눈 앞에 두고 있답니다.

 

사양 산업에서 '열심히'는 헛소리일뿐.

 

나의 마지막이 좀 더 아름다울 수 있도록 남은 시간을 피와 땀과 눈물로 채울 생각입니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서 블로그 운영자였던 시간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게 되고 내가 아직 현생에 미련을 두고 살아가게 된다면 이 곳에 쓰레기가 아닌 진짜 글을 채워가고 싶네요.

 

비록 눈 앞에는 '죽음'이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지만 그 덕에 환상에 갇혀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40년이 끝나서 기분은 좋네요. 이제 1년을 살더라도 행복하게 살다가 아름답게 가고 싶어서 이 글을 적습니다.

 

※ 저녁 6시가 넘어서 블로그에 글을 적은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요. 언제부터인가 일로 대하면서 너무 많은 것들을 신경썼던것 같습니다.

 

사족

 

원래 이 글의 작성 목적은 답답함 마음을 풀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사실은 내 진짜 마음이 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원래의 의도는 13년 동안 바이럴마케팅을 하면서 겪었던 비공식적, 비상식적, 비인도적인 경험들을 공개적인 공간에 남기고 싶었던 것인데요. 글을 쓰다보니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끝을 맺었네요. 눈 앞의 죽음은 익숙해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아직은 더 살고 싶은가 봅니다.

 

덕분에 최근 많이 답답했던 가슴이 좀 풀리네요. 마지막이 내일일지, 모레일지 혹은 11월 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순간에 도착할때까지는 10년 뒤, 20년 뒤, 50년 뒤를 보면서 즐겁게 살아야겠습니다.

 

40년을 이렇게 살았어도 죽기 전 단 하루만은 행복하고 싶다.

 

이게 제 소원이라는걸 '지금' 생각해냈습니다.

 

* 내년 5월에는 여기에 13년차 블로그 운영자가 아닌 그냥 나무야 운영자로 따뜻하고 즐거운 글을 적고 싶네요.

 

이 생이 언제 어디에서 끝날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끝은 해피엔딩이면 좋겠습니다.

 

※ 잊고 있던 나의 또 하나의 소원은 밥을 먹고 살기 위해서 마구잡이로 적는 이런 글자의 나열이 아니라 진짜 글을 적고 싶다는 것입니다. 대학교 졸업 이후로 그런 글을 적어본 기억이 없네요. 그게 지금 생각이 나네. 참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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