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관련 청원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일상|2021. 5. 16. 19:16

2021년 5월 3일 코로나 사태로 금지됐던 공매도가 다시 시작되었다. 이후 SKIET 신규 상장시점에서 외국인의 무차별적 폭격 매도로 손실을 본 사람들이 신규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에 대한 안을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또한 외인과 기관과 다르게 개인의 대주 상환기간이 60일로 제한된 것이 불공정하다며 청원이 제기됐다.

 

그런데 무슨 의미가 있는가?

 

솔직히 말하면 청와대 국민 청원이 의미를 가지려면 그 행동으로 문제가 고쳐지지 않았을 때 국가가 위협받을만한 행동이 준비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단순히 '빼애액' 이잖아? 설령 20만명의 동의가 있더라도 답변은 원론적인 선을 넘지 않을 것이다. 우는 아이에게 손가락을 물고 있으라는 답변 밖에 더 받겠는가?

 

설마 현재의 상황을 위정자들이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사실 이번에 불거진 논란들은 이미 지난 보궐선거 이후로 다 끝난 문제이다. 현재의 위정자들은 이미 이 사안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이미 참패했고 앞으로의 건들도 모두 참패할 예정이기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에 최대한 주머니를 채울 생각 밖에는 없을거라고 본다. 그런 상황에서 국민 청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금융위원장의 불 끄기 발언이 이루어진것이 2월 17일, 공매도 재게 시점이 5월 3일이다. 보궐 선거의 결과에 관계없이 현재의 상황은 바뀔 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기든 지든 이 문제는 원안대로 진행을 할 것이라는걸 이미 2월달에 천명한 것이다. 그들에게 답변을 듣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무력이 따르지 않는 시위는 노예들의 아우성일 뿐이다.

 

이 즈음에서 언급되는 것이 바로 게임스탑 사태이다. 한국의 공매도 재게가 왜 문제인지 알 수 있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의 비중은 높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자본 시장에 진입한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근로자들이 자본 시장에 진입하자 뉴스로만 봤던 상황들이 불공정하고 부당한 현실이었다는 것을 인지했던 것이다. 그러자 신규 시장 진입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인 시장에 대해서 반감을 표시했고 그 수단으로 게임스탑의 주식을 사들였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과거에도, 현재도, 앞으로도 불공정하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아우성만 치다가 끝날 것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공매도가 사라져야하는 이유이다. 

 

'체력의 부재'

 

애초에 굴러갈 수 없는 시스템을 시장에 넣어놓고 일방적으로 개인의 계좌를 약탈하는 수단으로서 사용된 것이 공매도이다.

 

아직 대한민국의 주식 및 자본 시장은 불공정하고 부당한 경쟁에 대항할만한 최소한의 체력도 갖추지 못한 시장이기 때문에 공매도라는 시스템 자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 금지가 답이었지만 재게했으니 이미 답은 뻔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미 기사 말미에서도 통계가 쌓이면 상환기간 연장을 고려할 수 있다는 두루뭉실한 표현을 쓰고 있다. 확정이 아니라 가능성만 열어두고 여론의 뭇매만 피하자는 생각인 것이지. 장담컨데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바뀔 것이었다면 5월 3일에 재게를 할 때 수정이 되어 나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징징거리고, 칭얼대고, 아우성을 친다고 주인이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의 편의를 봐주지는 않는다. 제도와 시스템은 변경되기 어렵다. 확률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자본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된다.

 

가끔 주식 투자를 오래하고 성공적인 수익을 내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공매도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 말에 반발심이 들었다. 내가 주린이니까 어쩔 수 없는 반발심이었다. 하지만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그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이 가식이 아니라 진심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내가 요즘 부쩍 드는 생각이 지금까지 6개월간 내가 한 것은 주식 투자가 아니었고 공부도 아니었다. 그냥 기도매매였다. 대충 사 놓고 재료가 좋으니 제발 올라주세요. 라고 하늘에 대고 기도를 드리는 매매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도매매를 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다고 느꼈을때 조금 진지해지기 시작했다.

 

제대로 공부하자.

제대로 투자하자.

 

그러면 공매도로 인해서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게 될 것이다.

 

※ 진지해진 이후에 내가 매수했던 종목들의 일봉, 주봉 차트를 보는데 웃음 밖에는 나오지 않더라. 재료가 뭐든, 상황이 어떻든 왜 저 가격에서 진입했을까? 할 말이 없더라. 아직 묶여있는 자금이 커서 진지하게 공부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지만 적어도 공매도가 내 계좌를 박살내는 원흉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더 솔직한 내 심정은 4월 29일에 모든 종목을 다 현금화 해놓고 4월 30일에 신규 진입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5월 첫째주는 관망했어야 했다. 그럴 계획이었다. 급할 필요가 없는데 급했던 것이 내가 손해를 보는 이유이지 공매도가 재게가 내가 손해를 보고 있는 이유가 되지는 않았던 것이다. 20일선과 현재 주가의 중간쯤에서 횡보할거라고 생각했으면서 꽉 찬 양봉에 희망차게 들어갔던게 원인이지.

 

분명 이번에 재게된 공매도는 불공정하고 불평등하다. 부당하고 잘못됐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은 시장을 바꿀 힘이 없다. 그러므로 세상과 시장이 바뀌기를 바라지말고 자신의 계좌는 자신이 지키려는 마음가짐을 갖는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사족

 

전에 한번 주식 시장이 블로그 시장보다 더 안전하고 정직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적을 수 없지만 지금도 그 생각은 유효하다. 공매도가 재게됐음에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정직하고 안전하다는게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뜻은 아니다. 두 개는 별개의 개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 신규 시장 참여자, 개인 투자자들은 저 두 개의 개념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국민 청원을 통해서 하소연을 하고 있다. 종목 토론 게시판에서 화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힘이 없는 사람의 하소연과 분노는 단순한 칭얼거림에 지나지 않고 그것을 겁낼 집단은 없다. 오히려 덤비지 않고 욕설만 하는 상대를 보면서 뿌듯해하겠지.

 

솔직히 지금 저럴 시간이 없다. 자신의 계좌, 자신의 재산, 자신의 수익을 위해서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는게 칭얼거리고 화를 내는 것보다는 훨씬 낫기에 사람들이 빨리 냉정을 찾기를 바랄 뿐이다.

 

※ 이렇게 적어봐야 아직 나는 물려있기에 내일도 기도 매매를 할 수 밖에 없다. 익절은 바라지도 않는다 손절 폭만 좀 줄이자. 네가 얼마까지 올라가든 난 탈출할거다. 에잇.

 

* 본 글은 공휴일 저녁에 비워두기 아까워서 마구잡이로 적어본 잡담이다. 공매도가 재게되는 과정에서 외인과 기관의 대주 상환 기간이 생겼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국가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제공할 생각이 없고, 개인은 그것을 현실적으로 요구할만한 능력이 없다. 이런 결과를 익히 예상했기에 감흥은 없더라. 다만 그에 대해서 사람들이 무지성으로 분노하는걸 보면서 아직 우리는 싸울 준비조차 되지 않았다는데 생각이 이르렀다. 이 글을 잡담 삼아 적어낸 이유이다.

 

* 상대와 대등한 지위를 보장 받기 위해서는 동일한 힘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 단순한 진리를 공정과 정의, 자유라는 허황된 망상이 지워버린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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