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 후기

취미|2018. 1. 24. 20:12

역시 헐리우드

 

사대의 예를 갖추는 표현이 아니지만 가끔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보면 저 반응을 보낸다. 킬링타임용으로 가볍게 만들었는데 일부러 진지하고 무겁게 만들려고 애를 쓴 국내 작품들보다 메시지 전달이 더 좋아. 재미도 있어. 감동도 있다. 이번에 스파이더맨 홈커밍도 그렇다. 130분이 넘는 긴 런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여기부터 시작, 홈커밍!

자신이 거미에게 물려서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가졌다고 생각해보자. 30대던, 20대던 영화 속 피터 파커와 다를것 같은가? 아마 내가 저런 능력을 10대에 갖게 된다면 학교는 안 다니고 국가에서 생활비 지원 받으면서 스파이더맨으로서 활동만 할 것 같다. 물론 그 전에 미친듯이 놀러 다니겠지. 딱 피터 파커처럼 놀 것 같다.

 

그럴듯한 티셔츠에 쫄쫄이 바지를 입고 조잡한 거미줄을 사용해서 자전거 도둑이나 잡던 피터에게 토니 스타크의 최첨단 수트가 전달된건 이전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의 작별을 고하는 장면이 아니었을까? 어쩌다 거미에 물려서 바로 영웅이되어 도시를 구하고 인류를 위해 헌신하던 기존 시리즈에 좀 더 마블스러운 개연성을 부여한 것. 그게 수트다. 소니식 블록버스터에 마블식 스토리가 더해져 어벤저스3에 합류할 신입사원의 소개 영상을 거하게 제작됐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아주 만족했던 이유는 결국 그런 개연성과 피터 파커의 성장을 그렸다는데 있다. 볼거리는 충분하다 넘치는 상황에서 좀 더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아이언맨을 통해서 그가 아직은 '어리다'는 사실을 알려주는것도 좋았다. 보는 내내 '바보' 라는 말이 내 마음속에서 몇 번이 나왔는지 모르겠더라. 그때마다 나타나서 상황을 해결해주고 훈계하는 토니 스타크는 페퍼 포츠가 반할만했어.

 

이 작품은 시간때우기용 블록버스터지만 영웅의 탄생을 좀 더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10대의 발랄함과 통통튀는 신선함은 기존의 스파이더맨과, 영웅들과는 조금 다른 재미를 준다. 화려한 액션을 보러왔다가 싱긋 미소가 지어지는 소소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보는 느낌이랄까? 화면은 화려한데 눈에 들어오는 이야기는 빙긋 웃게 만든다. 그래서 재미있었던것 같다.

 

아마 기존의 분위기처럼 영웅 등장 -> 악당 출몰 -> 근본없는 사명감으로 목숨걸고 싸우고 ->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였다면 아마 이렇게 긴 글로 관람 후기를 남기지는 않았을것 같다. 그냥, 볼만하다. 티켓값이 아깝지는 않다. 정도였겠지. 하지만 이 스파이더맨 홈커밍은 그 수준을 넘었다. 단지 재미만 주던 블록버스터에서 감동과 메시지도 함께 준다.

 

※ 모든 시리즈에서 한 가지 변하지 않는 불편의 설정이 있다. 바로 주변 사람에게 위험이 닥쳐야만 비로서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쓸 지 결정하게 된다는 것. 이번에도 그랬고 내가 기억하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도 그랬다. 큰 이유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아는 사람이 다치는게 싫어서 능력을 쓰다보니 영웅이 되는거지. 모든 상황에서 이기적일수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동물에게 헌신과 희생을 짊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그들의 것에 상처를 내야 된다는 사실. 홈커밍에서도 그걸 확인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 다른 이야기지만 이제 어벤저스는 마블의 완성품이 되었다. 개개의 영웅들 이야기에 많은 공을 들여 첫 완성품을 만들때까지는 몰랐는데 그 뒤에는 어벤저스 시리즈를 위해서 개별 영웅들의 작품이 쏟아진다는 느낌이 든다. 이번 홈커밍도 결국 내년에 개봉할 3번째 완성품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였다는 생각이다. 그것들이 잘 엮여서 계속 훌륭한 완성품을 만들어내고 있는건 아닐까? 단지 시리즈물이 아니라 회사 전체의 작품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굴러간다는 생각. 멋지다. 마블. (개인적인 잡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