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에 해당하는 글 719

영화 비상선언 후기 : 수작일뻔?

취미|2022. 9. 11. 18:29

개인적으로 4년만에 극장에서 관람을 하게 된다면 그 첫 글로 영화 비상선언 후기를 올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마침 개봉날 보고 온 지인과 밥을 먹으며 후기를 듣고 vod 출시 후 보게 됐네요. 사실, 제가 본 것, 들은 평은 좋지 못했습니다.

 

매너리즘과 선민의식에 쌓여서 작품을 망친 감독의 뒷담화가 계속 들렸거든요.

 

그래서 전 뻔하디 뻔한 그런 망작일거라고 생각하고 vod 출시 후에도 좀 늦게 시청을 했는데요. 다 보고 나서 생각하면 가뭄에 콩 나듯 주는 제 평점 8점 이상을 줄뻔했는데 5점도 주기 싫은 엔딩을 봐서 고민이네요. 수작일뻔 했는데 망작이 된 이유가 뭘까? 한번 그걸 적어봅니다.

 

사실 영화 비상선언 후기에서 화를 내고 싶은 부분은 전체 런닝타임 중 10분 정도 밖에 안 됩니다. 그마저도 5분 정도를 빼면 그럭저럭 볼만하다며 7점을 줄만한 수준은 되더군요. 그래서 마지막을 보기 전까지는 '왜 그렇게 욕을 먹었지?' 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을 보면서 후반부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한재림 감독이 아주 어려운 수학문제를 들고 나와서 풀었구나 싶었습니다. 극에서 나온 임시완의 행동들과 그의 죽음 뒤를 채워줄 시간들은 최상급 감독과 작가들도 쉽게 풀 수 없는 매우 어려운 문제였거든요.

 

* 물론, 중간에 찬성과 반대 문제가 나오면서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파는구나 싶었네요. 저거 끌고 들어오면 깔끔하게 답안지를 채우기 힘든데 아주 작정을 했구나 싶었지요. 이런 류의 작품들 많잖아요. 대부분 정부, 기관, 전문가, 당사자만 남고 다 비공개로 돌려서 이야기를 전개하죠. 왜? 그래야 스토리를 집중시킬 수 있으니까.

 

그래도 한재림 감독이 저런 생각을 했어? 라며 놀라면서 작품을 보기 시작했지요.

 

* 예를들면 이런겁니다. 지구의 지면이 시속 100m로 주저 앉았으면 좋겠다. 돈이 많던, 남자든, 여자든, 가난하든, 힘이 쎄던, 약하던 누구도 살아나갈 수 없도록. 인류의 멸족. 혹은 이런 생각이죠. 한반도만 주저 앉았으면 좋겠다. 영공과 영해를 벗어나는 순간 전 세계의 방아쇠가 당겨져서 개미 한 마리도 도망칠 수 없도록. 민족의 멸족.

 

참고로 필자를 너무 이상한 사람으로 볼까봐 첨언을 합니다.

 

이런 생각은 제가 사회에 불만이 많아서가 아니라 성향이 그래서 고1때부터 했던 생각입니다. 물론 그때는 세계 3차대전이었고 시선은 전쟁이 아니라 전쟁을 앞에 둔 사람들의 발버둥(폭력과 약탈, 파괴 등)이었지요. 결과적으로는 누군가의 소설을 따라 적어서 냈다는 이유로 국어 선생님으로부터 인격을 말살당하고 모든걸 다 놓아버렸지요. 

 

* 갑자기 지역 신문사에서 단편소설 받는다고 1학년 학생 전부 다 2시간 동안 즉흥적으로 원고지에 소설을 쓰게 했는데 다음 국어 시간에 절 호명하더니 어떤 작품을 베꼈냐고 묻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면 극찬이었는데 어린 마음에 인생을 포기했었네. 쩝.

 

어쨌든 이런 생각의 한 종류가 이 작품에서 나와서 좀 많이 놀랐네요.

 

그 뒤에 관심은 어떻게 풀건데? 였습니다.

 

사실 전 사건이 시작되자마자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격추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항공기의 착륙을 거부하는 상황은 예상이 가능했지요. 하지만 그걸 선택하기는 쉽지 않기에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상황들과 비행기 안의 상황을 엮어서 다루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작품을 봤지요.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를 제일 어려운 방법으로 푸는데 잡생각이 너무 많이 있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쓸데없는 상황을 보여주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썼어요. 거기에 후반부 신파와 이병헌의 마지막 교신을 보며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 쓸데없는거 하나를 예로 들까요? 공범 쫓는 장면에서 차가 전복되는 상황이 있는데 그게 필요했나요? 굳이 뒷자석 시선으로 그렇게까지 보여줄 필요가 있었나? 그 시간만 빼서 비행기 내부로 돌렸어도 얼마나 좋았을까? 싶네요.

 

어쨌든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투박해도 그럴듯하게 잘 끌고 가고 있었는데 그게 살짝 에러라고 느꼈지요. 그래도 그걸 포함해서 7점은 줄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지저분하지만 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부분을 보기 전까지는 그래도 7점은 되네...였는데 마지막 부분을 보고 5점도 후하다고 봅니다. 런닝타임의 95%가 아까워서 1점은 못 주겠네요.

 

* 이 작품 정말 잘 만들었으면 8점은 깔고 가고 9점도 받았을텐데 결국 5점.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마지막 부분을 계속 봤는데 까놓고 말해서 클리셰고 나발이고 절정까지 잘 밀어올려놓고 터트리면 되는데 거기서 '울면 안돼! 뚝' 을 해버렸네요. (후반부 전부 다 예상 가능한 전개였지만 그래도 평범하게 갔으면 평타는 쳤을걸 그걸 거기서 잘라서 욕을 사서 먹고 있네)

 

덕분에 절정에서 뚝 그치고 어이가 없어서 욕 했네요.

 

제 평점은 신파는 넣고, 마지막 부분만 뺐을때 7점, 마지막까지 포함하면 5점입니다.

 

그럼 영화 비상선언 후기에서 스틸컷을 보면서 잡담을 추가해 볼까요?

 

▲ 해당 비행기의 승객으로 탑승한 이병헌입니다. 스토리도 좋고, 인물 관계도 잘 짜서 주연은 맞네 싶었습니다. 마지막 교신만 빼면 참 좋았을텐데. 진심.

 

▲ 비행기 외부에서 사건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형사로 출연한 송강호입니다. 이병헌과 마찬가지로 꼭 있어야되는 배역이었고 그의 모든 행동과 결정은 타당했습니다.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중요한 캐릭터였네요. (이 분은 일단 좀 츄리해야 어울려.)

 

 ▲ 비행기 사무장으로 출연한 김소진님입니다. 이 분도 상황이 약간 나빠야 빛이 나는 캐릭터를 갖고 있지요. 역시 영화 비상선언에서도 상황이 좀 진행된 뒤에 빛을 내기 시작합니다. 사실상 후반부에 좀 정신없는 화면을 잡아주는 역할도 했던것 같네요. 슴슴한거 같은데 다 보고 난 뒤에는 항상 기억에 남는 배우지요.

 

* 스틸컷을 따로 빼지는 않았지만 이 작품에서 승무원들의 열연은 박수를 받을만 합니다.

 

▲ 외국계 제약사하고 관련된 장면인데요. 이 부분에서 전 살짝 빡쳤습니다. 저 상황에서 사후 영장 집행하고 장갑차하고 탱크로 밀고 들어갔어야 좀 속이 후련했을텐데요. 어차피 영화인데 좀 쓰시지. 다큐 보는 줄.

 

* 쓸데없는 일본 항공 자위대 위협사격은 떡하니 넣어놓고 정작 제약사 철문 밀고 들어갈때는 소녀소녀 하더만요. 짜증.

 

▲ 스토리 전개에 아쉬움이 많았던 영화 비상선언 후기지만 그래도 신파는 참을만 합니다. 원래 신파를 좋아하기도 하고 제 생각과 다른 경로로 갔지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부분은 좀 선을 넘은거 아닌가?

 

한재림에 감독에게 묻고 싶습니다.

 

영화 비상선언 후기에서 사람들이 너무 뻔하다. 신파다. 즙을 짜냈다. 면서 자기 작품을 폄하할까봐 절정에서 결말로 팡 터트리지 않고 마지막을 만든건가요? 근데 그거 아나? 차라리 욕을 먹고 호불호 갈리고 좀 더 많이 보게 하지 그랬어? 이게 뭐냐? 까놓고 이야기해서 재난영화라면서 다큐 만들어서 끝낸건데 사기 아니냐?

 

진짜 너무했습니다. 정말로.

 

거의 20년 동안 1~4점을 준 작품은 없습니다. 그런데 절정에서 저 화면으로 넘어갔을때 평점을 누르라고 했으면 무조건 1점입니다. 혼자 담배 물고 보는데 욕 나와서 저 부분에서부터 5대를 피웠네요.

 

* 재난 영화는 신선한 과정과 뻔한 결말이 포인트인데 그걸 피하려다 싱크홀에 빠져서 나락을 갔구나.

 

개인적인 결론

 

솔직히 저는 누군가 영화 비상선언을 본다고 하면 보라고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 부분이 드럽게 아쉽지만 너무 희귀한 재료라서 보면 좋죠. 그래서 스틸컷을 많이 넣지 않았습니다. 작품 장르상 캐릭터보다 상황 전개가 더 힘을 받는 구조라서 스틸컷으로 담을만한 것도 별로 없었고요. 하지만 전 볼 만하다고 생각은 합니다.

 

단순히 주변 지인들의 평을 듣고 생각했을때는 제가 이 작품을 보고 크게 실망해서 화를 많이 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막상 보니까 최고급 재료를 난이도 높은 조리 과정으로 최상급 요리를 만들려다가 실패한 듯한 아쉬움이 드네요. 화가 난다기보다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더 크지 않나 싶습니다.

 

사족

 

영화 비상선언을 보기 전에는 단순히 임시완의 캐릭터가 너무 빨리 out 된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요. 다 보고나니 적절한 타이밍에 잘 빠졌네요. 그 뒤를 풀어가는 과정의 난이도가 높아서 깔끔하게 풀지 못했을 뿐이고 엔딩에서 너무 큰 실수가 생기면서 욕을 많이 먹었을 뿐입니다.

 

감독 개인의 선민의식이나 매너리즘으로 인해서 억지 메시지 전달을 하다가 역대급 망작으로 추락하는 작품들이 많아서 그런 종류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네요.

 

아쉽고, 안타깝고 그 정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