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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의 골목식당 청파동 피자집 방송분 시청 후기

일상|2018. 12. 30. 15:04

매 주 수요일에 방송하는 백종원의 골목식당 가끔 기회가 될 때 보고 있는 시청자입니다. 평소 TV를 잘 안봐서 본방송을 보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그래도 채널을 돌리다 보게되면 쭉 보는 편입니다.

 

그 이유는 마치 백종원씨에게 제가 혼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인데요.

 

홍탁집, 피자집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충분히 잘 될 수 있었던 상황인데 항상 멘탈이 나가서, 우선순위를 잘못둬서 망한 경우가 많거든요. 그 이유를 항상 밖에서 찾고 핑계도 댔지만 사실 제게 절실함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라는 식이죠.

 

이 방송은 제게 그런 과거를 떠올리게 합니다. 아직도 제가 댔던 핑계는 해결하지 못했지만 전 이제 제 생각대로 살아가고 있거든요. 진짜 이유, 진짜 중요한 것이 제 핑계가 아니었다는거죠. 그래도 가끔씩 멘탈을 놓아버리고 시간만 흘려보내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봅니다. 혼나려고요.

 

 

제게 이 프로그램은 그런 이미입니다.

 

그런데 방금 청파동 피자집 방송분을 봤어요. 이미 제작진이 다 도착해서 촬영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김성주, 백종원, 조보아씨가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에서 정작 솔루션 당사자인 피자집 주인은 재료 준비를 하더군요.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는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만약 저 상황이 연출된게 아니라 정말 제작진이 올 때에 맞춰서 가게 문을 열고 준비를 한 것이라면 정말 문제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급하게 개발한 메뉴 2개 중 하나가 호평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백종원이 사장님의 신메뉴 2개를 맛봤을때 당연히 두 메뉴 모두 혹평을 넘어 욕을 먹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재료 준비 과정부터 보여준 사장님의 모습은 그냥 자취생이 처음 그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었거든요.

 

그런데 그 중 칠리소스? 근위밥? 그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제가 겪었고 제가 아는 그 상황이 된겁니다. 좀 해. 그런데 안 해. 그러면서 숨은 쉴 수 있어서 살아간다. 시간 좀 지나면 어느새 늙은이가 되어있는거지. 아무것도 없는데 굶어 죽을 정도로 힘들지도 않은 상태에서 근근히 목숨만 연명한 채 살아가는거야.

 

지금 딱 청파동 피자집 사장님이 그 모습이더군요. 제가 살아왔던 그 모습. 최악이죠. 남자로서, 인간으로서 가장 한심한 작태. 그 와중에 대외적인 활동들은 다 챙기더군요. 여기서 이미 결론은 나온 겁니다.

 

칠리 근위밥이 맛있다고 할때 속으로 '짜증나겠다.' 생각했네요. 그리고 저게 아무리 맛있어도 난 저 사장님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돈 내고 밥은 안 먹는다는 생각도 했어요. 왜? 돈이 넘처 흘러서 장난으로 장사하는 사람 집에서 왜 돈 내고 밥을 먹어요? (뒷부분에서 퇴직금 올인해서 가게 낸거라죠? 난 또 통장에 수 십억 쌓아놓고 장난치는줄 알았네)

 

백종원씨는 하면 잘 하니까 솔루션을 계속 진행한다고 했는데 저라면 저 회차에서 이미 포기했습니다. 왜 건물주가 조물주보다 한 끝발 위인지 아직 모르던데 직접 겪어봐야죠. 재능은 그 다음에 펴는게 좋겠습니다.

 

 

다음 회차 예고로 나온 장면입니다. 말이 안 되는 멘트가 나왔어요. 연출된게 아니라면 저 방송을 하는것 자체가 시청자에게 무례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창파동 피자집 주인을 제가 직접 아는 지인이라면 전 이런 말을 했을거에요.

 

"프랑스 요리학교에서 더 공부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중퇴하고 가게를 차렸다고? 그래서 장사해서 돈 벌면 다시 그 학교에서 공부를 마저하고 싶다고? 장사가 장난이냐? 넌 알려지지 않은 시골 구석에 유명한 식당들에 왜 사람이 미어터지는지 정말 몰라? 이미 그 집 사장님들은 더 배울게 없는거야. 그러니까 사람들이 줄서서 돈 내고 사먹는거고."

 

앞에서도 말했죠? 아무리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해도 전 저분이 운영하는 식당은 안 간다고요.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제 눈에 보여진 모습은 장난치는것 같았거든요. 소꿉놀이 같은거요. 솔직히 홍탁집보다 더 심해요. 거긴 안 해본 사람이었고, 애초에 관심도 없던 아들이 변하는 과정인건데 청파동 피자집은 정식으로 요리도 배운 사람이 요리로 돈 벌겠다고 차린 가게잖아요.

 

왠만하면 방송 본 썰은 안 적으려고 노력하는데 이번에는 적어봅니다. 저도 연말이라고 요즘 나태해졌거든요. 이번 방송을 통해서 스스로 채찍질하는 의미에서 한번 적어봅니다. 우리같은 자영업자는 그 일이 인생이고 삶이에요. 출근시간, 퇴근시간 지켜가며 휴일, 공휴일 챙겨가며 월급 받는 직장인이 아니라고요. 저도, 저 사장님도 얼른 정신차려야겠습니다.

 

2019년의 12월은 뿌듯하고 흐뭇하기를 바라면서 백종원의 골목식당 청파동 피자집을 본 느낌을 적어봤습니다. 나도 정신차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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