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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완벽한 타인 시청후기

취미|2018. 12. 20. 21:40

방금 치킨을 먹으며 영화 완벽한 타인을 봤습니다. 이 작품이 개봉할 당시에 다른 것을 관람하지 않았는데도 집에서 본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주제 자체가 극장에서 군중 속에 섞여서 볼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느낌은 역시 제 생각이 맞았다고 생각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관람객이 520만명을 넘긴건 의외입니다. 불편할텐데 그래서 사람들이 잘 안 볼텐데 싶었는데 너무 많이 봤더군요.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겪은게 있어서 기분이 나빴을텐데 의외였습니다.

 

제가 관람을 했다면 평점을 7점쯤 주겠네요. 설정 한 가지, 초반 한 장면을 빼고는 괜찮았습니다.

 

 

아쉬웠던 부분부터 말해볼까요?

 

1. 초반에 이서진이 송하윤 가슴을 움켜쥐는 장면

 

내용은 청소년관람불가겠지만 화면은 아니었는데 그 장면이 필요했는지 의문입니다. 처음 그 장면을 봤을때 이 영화가 적나라한 장면이 나오나? 싶었을 정도로 불필요한 장면이었죠. 내용 전개상 필요한 장면이었다면 어디가 나와도 이상할게 없지만 전혀 아니어서 매우 불쾌했습니다.

 

2. 성소수자 이야기

 

중후반부에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성소수자 이야기는 사실 내용 흐름을 망치는 부분이었습니다. 작가 혹은 감독이 하고 싶었던 말은 저 또한 겪었던 일이기에 공감하지만 적어도 영화 완벽한 타인의 이야기 흐름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그 이야기로 염정아와 유해진 사이를 터트린건 더더욱 난감했네요. 더 세련된 방법을 썼다면 좋았을것 같습니다.

 

어쨌든 그 부분은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부부들 이야기를 할까요?

 

유해진 - 염정아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증오스럽던 유해진 캐릭터. 자신의 아내가 여자라는 사실, 사람이라는 사실, 자식들의 엄마라는 사실, 나와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의 감정과 체면만 중시하는 스타일이지요.

 

제 인생의 경험을 비춰봤을때 이 영화에서 가장 나쁜 캐릭터가 바로 유해진이 연기한 배역입니다.

 

물론 염정아 캐릭터도 잘한건 없습니다. 싸울지언정 피하지는 말아야죠. 아직 30대, 40대니까 피하면 편하죠. 60대, 70대가 되면 지옥입니다. 세상에 싸우지 않는 사랑은 없습니다. 싸우고 화해하고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상대방의 감정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알아가는것도 사랑의 일부분이라는걸 염정아는 몰랐던것 같네요.

 

이서진 - 송하윤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유일하게 폰 공개 게임이 잘 된 일인 케이스입니다. 유아무야 넘어가서 평화롭게 살았다면 송하윤 인생은 작살나는겁니다. 아시죠? 여자 문제는 해 본 놈만 합니다. 업소를 가 본 남자만 가는 것처럼요.

 

평생 송하윤이 그 사실을 모른채 살아간다면 서로 행복한 인생이겠으나 한참 지나서 알게된다면 그녀의 인생이 너무 아깝잖아요. 바로 깨진게 오히려 다행인 신혼부부였네요. 그 외에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조진웅 - 김지수

 

음... 노력을 많이하고 배려를 많이 하는게 느껴지는 부부입니다. 물론 조진웅이요. 하나만 이야기하죠. 과연 김지수의 귀걸이 이야기를 조진웅이 몰랐을까요? 전 후반부로 갈수록 알고 있다고 느꼈어요. 참을 수 있다는건 알게된지 아주 오래됐다는 말이겠죠. 아마 정신과치료를 받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겠지라고 미루어 짐작해봅니다.

 

가장 나쁜 사람은?

 

1. 유해진

 

자신의 옆에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사람조차 살피지 못하는 한심한 사람. 저런게 변호사라니 세상이 말세네요.

 

2. 이서진 - 김지수

 

불륜? 저지를 수 있지. 사랑이라는건 언제나 핑크빛은 아니니까. 내가 느끼는 사랑의 정의와 상대가 느끼는 정의가 달라서 외롭고 불행할 수도 있어. 그래서 다른 이성을 찾아서 헤멜수도 있어. 그런데 남편과 연결된 아는 오빠, 친구의 아내는 좀 아니잖아? 차라리 업소를 가지. 그게 더 보기 좋겠다.

 

* 전에 지인에게도 했던 말인데 이 커플에게도 해주고 싶더라. '끝이 정해진 관계는 절대로 사랑이 될 수 없다. 쾌락을 탐하는게 아니라면 시작도 하지마라.'

 

3. 영배

 

모임의 유일한 솔로로 나온 캐릭터. 커밍아웃을 하려면 유해진이 전화통화를 할 때 하던가 아니면 아예 하지 말았어야지. 여자들 다 빠지고 일이 터진 뒤에 '나야' 라고 하는건 뭐냐?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억지로 설정을 맞춘것 같은데 최악이었다.

 

그리고 서로 웃고 즐기자고 모인 자리에서 뭐 그리 이상한 소리만 주절대는지 모르겠더라. "나도 꽤 부정적인데 나도 저런 자리에서 그러지는 않나?" 한번 뒤돌아보게 만든 캐릭터. 난 살면서 저러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인상적이었던 장면

 

1. 유해진이 이서진에게 "내가 너한테 말하지 않은게 화가 나는거야? 내가 성소수자인게 화가 나는거야?" 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얼굴로 클로즈업이 들어갔는데 정말 연기 쩐다고 생각했다.

 

2. 염정아가 지인(김소월)과 통화를 하는데 평소 김지수 뒷담화한 내용이 고스란히 스피커폰으로 흘러나오는 장면.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유일하게 가볍게 웃을 수 있었던 장면이다.

 

3. 조진웅이 딸과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는 장면. 김지수가 "잘했어" 라고 말을 할거라고 예상했지만 아버지의 입에서 그런 멋진 말이 나올지는 몰랐다. 물론 현실에서는 매우 어려운 말이지.

 

* 아주 예전에 나를 남자로 안 보던 여자애가 남친이 자꾸 요구하고 거부하면 삐친다고 고민을 털어놨을때 내가 그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하고 싶으면 해, 그런데 남친 기분 맞춰주려고 억지로 하지는 마.' 잠자리가 꼭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하는 법은 없고, 사랑하면 꼭 잠자리를 해야하는것도 아니다. 그 두 가지를 강제로 연결시키는건 옳지 못하지. 그걸 강요하는것 또한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완벽한 타인을 본 썰

 

나 또한 주변에 한 달에 한 명씩 젊은 남자로 갈아치우며 사랑을 갈구하는 유부녀를 알고있고, 아이가 둘 딸린 30대 중반 남정네들이 20대 중반 여자아이에게 마음을 주고 감정을 태우던 일도 직접 봤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맞선남, 전 남친, 클럽에서 만난 원나잇 남, 흑인 남, s파트너 총 5명을 만나며 일주일에 5회씩 즐기며 사는 화려한 커리어 우먼도 알고있지. 가난한 살림에 사는게 힘들어서 돈 많은 늙은이에게 팔려간 사람도 알고 있다.

 

그런데 영화 완벽한 타인의 내용이나 내가 아는 사람들의 내용이나 극히 일부의 사례일 뿐이다. 내가 목격하는 대부분의 커플은 만나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낳고 살아가더라. 그리고 그런 커플의 사는 모습이 제일 예쁘고 행복해보이더라. (난 이상하게 로맨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불편한데 그냥 지인들이 사랑하는걸 보면 그렇게 연애하고 싶더라. 그게 제일 예뻐보여.)

 

아마 이 작품을 본 대다수의 커플, 이 글을 읽는 일부의 사람들은 평범하지만 행복하고 예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저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라며 웃으며 보면 좋을것 같다.

 

사실 내용 자체는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깔끔한 장소, 준수한 외모의 배우들, 적당히 더럽고 지저분한 대사들, 그 과정에서 상처받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우린 행복하네'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사족

 

솔직히 처음 커플들이 모일때 김지수 - 이서진은 불륜일거라고 예상했다. 물론 그 귀걸이 주인공이 김지수일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지만 난 2커플은 불륜으로 엮여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1 커플이더라. 어쨌든 생각보다는 훨씬 재미있게 봤다. 조진웅이 엄청 멋지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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