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에 해당하는 글 12

영화 미쓰백 관람 후기에요.

취미|2018. 10. 11. 12:47

영화 미쓰백 (Miss Baek, 2018)

 

한지민은 내게 있어서 그저 단아하고 예쁜 배우였다. 그래서 이 영화에 관심이 없었다. 예고편이었나? 방송에서였나? '치유에 관한 이야기'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 극장에서 이 작품을 볼 생각은 애초에 없었지.

'치유에 대한 이야기, 미쓰백'

 

이 작품을 보면서 단 한번도 한지민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예쁘다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그저 백상아만 보였다. 그녀에게도 꽤 좋은 작품이 되길 바란다.

 

 

▲ 결국 나는 10월 11일 목요일 오전 9시 10분 첫 회차를 관람했다.

 

그리고 영화 미쓰백 시작 후 5분만에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상아와 지은이 처음 만난 그 장면을 본 순간 기대치가 마구 올라갔다.

 

비록 작품을 보는 입장에서 후반 20분이 아쉬웠다. 그래도 보는 내내 나의 눈을 물로 채웠다가 마르는 상황이 계속 이어졌고 딱 한번이었지만 온 몸에 찌르르 전기가 오기도했다. 최근 본 영화 중에 이런 작품은 없었는데 내용이 내게 너무 잘 맞았나보다.

 

치유, 그 단어가 갖는 힘이다.

 



▲ 포스터는 위에 것이 제일 잘 맞는것 같다.

 

영화 미쓰백의 줄거리가 궁금한 분들이 많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30대의 여자, 미취학아동 두 사람이 서로 위로를 하는 영화다. 중후반부를 의미없는 몸싸움으로 채운게 못내 아쉬운 작품이다.

 

이 작품은 두 사람의 여성이 서로 위로하면서 마음을, 인생을 치유하는 내용이다.

 

※ 세상은 약자의 지옥이라고 했던가? 영화 속 약자가 하필 둘 다 여자였다는데 아쉬움과 씁쓸함을 느낀다. 더 씁쓸했던건 살아서 만나는 지옥을 보여준 이 영화가 현실에 너무 많다는걸 알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영화 미쓰백 주인공 백상아

 

어릴때 어머니께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생활하면서 살다보니 고등학생이 되었다. 술 먹고 놀다가 돈 많은 부잣집 아들래미가 덥치려고해서 죽을 힘을 다해서 밀쳤더니 성폭행 미수범 뒤통수가 깨졌다. 경찰과 검사, 판사는 그녀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전과자로 만들었다.

 

어른이 된 그녀가 갈만한 곳은 많지 않았다. 세차, 마사지, 홀 서빙 등 닥치는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았다. 마흔쯤 되어보니 인생이 완전히 망가져있다. 남들처럼 가정을 이루고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친척으로 살고 싶은데 그럴 자격은 있는지도 모르겠다. 억척을 떨며 살다보니 그냥 어쩌다보니 살고있는 인생이네. 참 잣같다.

 

내 인생이 이렇게 꼬인게 다 날 버린 엄마 때문이겠지? 스스로 눈 앞에 없는 엄마를 미워하며 현재의 상황을 합리화한다. 그러다 지은을 만났다.

 

'내가 지금 손을 내밀어주면 저 아이는 나처럼 살지 않아도 될텐데'

 

 

 

▲ 영화 미쓰백 주인공 김지은

 

엄마와 아빠가 사고쳐서 태어났다. 엄마는 도망갔고 아빠는 게임 중독자다. 집 안에서 게임만하는 아빠에게는 내 앞으로 나오던 양육수당이 유일한 수입이었는데 그게 탐이 났었나? 여자 하나가 들러붙었다. 수당은 받아야되니 내가 살아있어야했기에 화장실, 베란다에서 맞으면서 살았지만 이제 그 수당도 끊겼다. 이제 아빠도, 그 여자도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며 밤마다 물을 뿌리고 날 집 밖에 내놓는다.

 

어제 실컷 맞았더니 천 원을 주며 밖에 내놓는다. 배가 고파서 나왔는데 어떤 아줌마가 대뜸 내게 두꺼운 옷을 입히더니 이것저것 음식을 사준다. 그런데 날 불쌍하게 쳐다보지도 않고, 꼬치꼬치 캐묻지도 않는다. 그냥 먹고 가란다. 지금까지 몇 번 도망쳐서 살려달라고 세상을 향해 애원한적이 있지만 다들 불쌍하다며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다시 아빠와 그 여자에게 날 돌려보냈는데 이 아줌마는 다르다.

 

결국 그 여자가 찾아왔을때 난 그 아줌마의 손가락을 잡았다. 가기 싫다고, 살려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왠지 그 아줌마는 나를 이해할 것 같았다.

 

 

▲ 작품 속 아빠와 엄마가 현실에서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캐릭터라는건 참 씁쓸한 일이다.

 



이 영화 미쓰백에서 백상아는 지은이에게 '내가 돈도 별로 없고, 잘 살지도 못하지만 네 곁에는 있을게, 지켜줄게' 라고 말합니다. 그런 백상아에게 지은은 '나도 위로해줄게요'라고 말합니다. 사람의 시간이 가진 상처에 가장 효과적인 약은 사람의 마음이라는걸 확인하고 싶었던 순간이었어요.

 

하지만 전 이 작품에서 보고 싶은걸 다 못 봤습니다. 후반에 악랄한 일반인의 발광을 보여주느라 백상아와 지은의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담지 못한것이 아쉽습니다.

 

솔직히 두 사람(백상아, 지은)이 용기를 내서 서로의 손을 잡았을때부터는 그 두 사람은 나중에 간략하게 다루고 등장시키지 말았으면 어땠을까? 싶었어요. 오직 지은과 상아 두 사람의 마음에만 내용이 집중했다면 좀 더 제가 기대했던 영화 미쓰백이 되지않았을까 싶습니다. 정말 이 영화의 주제가 치유라면 후반부가 좀 아쉽죠.

 



그래도 한번은 꼭 보세요. 보고 좋은 아빠, 좋은 엄마, 좋은 가족이 무엇인지 한번씩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 영화 미쓰백을 보면서 작품 분위기와는 맞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상아와 지은의 치유 과정이 좀 더 따뜻하고 예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감독은 지독하게 현실적인 모습으로 두 사람 사이의 위로와 치유의 과정을 보여줘요. 마지막 장면까지 너무 현실적이었지만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심한듯 담담하게 툭툭 뱉어내는 두 사람의 이야기.

눈시울이 많이 붉어졌던 작품이라 저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것 같네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