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박람회 공동구매 행사에 대한 썰

일상|2018. 2. 4. 17:55

아파트 입주박람회 공동구매 행사에 대한 썰

 

요즘 경기는 살아나고 있고 내수가 회복되는 추세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선 자영업 시장에서 체감을 할 정도로 뚜렷하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판은 어디일까? 모르긴 몰라도 신축 아파트 준공 이후 입주와 맞물리는 박람회 행사겠지. 어쨌든 돈이 있는 사람들이 아파트를 분양받고, 그들이 실입주를 하게 되는데 새 집에 투자하는 자금에 거부감이 적으니까 그럴거다. 사실 나도 몇 차례에 걸쳐서 공동구매 행사에 참여를 해봤는데 이제 그 때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한다. 눈 크게 뜨고 살자는 의미로 남긴다.

 

 

일반적인 프로세스

 

내가 사는 곳은 지방이다. 이 곳의 신축 아파트 초기 실입주율은 30% 내외. 천 가구가 지어지면 300 가구 정도가 입주지정기간 동안 이사를 하게되고 그 외에는 잔금을 납부하지 못하거나 전세, 월세 세입자를 찾느라 공실로 비어있다. 2016년부터 2018년 12월까지 이 곳에 지어지는 아파트만 10여개. 이런 작은 시골에도 입주가 예정되면 물 밑 접촉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박람회 주관사를 자처하는 곳에서 입주자 대표와 만나 일명 쇼부를 친다. 선정이 된 주관사는 패밀리를 이끌고 공동구매 행사를 하지. 이 때 패밀리인 단위 업체들은 주관사에 일정 금액을 참가비로 지불하고 그 돈을 가지고 각종 진행비와 행사장 대관, 이벤트 등을 진행한다. 물론 엄청나게 남는 장사지만 참여 업체도, 주관사도 수긍이 되는 프로세스다.

 

공동구매, 정말 쌀까?

 

원래 공구를 통한 판매가가 싼 이유는 대량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령 A라는 제품을 한 번에 3개 주문하면 운임비와 단가가 100원이라고 할 때 공구를 통해서 100개를 주문하면 운임비와 단가가 50원으로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평상시 판매가보다 낮은 가격에 행사 진행이 가능하다. 물론 이는 원론적인 이야기다. 실제는 어떨까? 업종과 업체에 따라서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이용해서 나쁠건 없다. 왜냐하면 보통 행사를 진행하면 동종 서비스를 2개 업체 이상 지정한다. 비슷한 서비스에 질적인 차이도 적어 가격 경쟁이 불가피하지. 일명 눈탱이를 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입주청소의 경우 공구를 진행하고 쉴 시간이 없을 정도로 주문이 폭주하는데 클레임 몇 번에, 인건비 문제로 업체가 중도 파산하는 경우도 있다. 경쟁에 급급해서 회사 유지가 가능한 마진까지 포기한 경우다. 이 정도로 치열하기에 가격은 안심해도 된다.

 

다만 가구와 커튼은 다르다. 커튼의 경우 질적인 차이가 거의 없지만 디자인이나 시공 능력에 따라서 가격을 쉽게 비교하기 어렵다. 그래서 꼼꼼한 비교와 신중한 선택이 요구된다. 가구의 경우는 '눈 뜬 장님' 수준의 정보 차이가 발생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적기 힘들지만 공구까지가서 브랜드 제품은 피하길 권한다. 가구는 사제가 브랜드보다 더 고급이다. 그리고 업체들이 정상적이라면 가격이 확 다운될 수 없기에 여기저기 많이 가보기를 권한다. 다른 업종과 다르게 가구는 그렇다.



 

최악의 기억

 

사실 위에 올린 사례만 놓고 보면 할 말이 별로 없다. 개별 컨텍이 힘든 업체들을 모아서 입주자 대표단과 접촉해서 박람회 행사를 하는 주관사에 돈 좀 쥐어주는게 뭐 대수인가? 그런데 말로만 듣던 최악의 사태를 최근에 겪었다. 내가 알기로 지역 행사에 거의 다 참여를 했던 가구업체가 이번에 빠졌단다. 그 사장님 성격상 절대 할리가 없는 행사였다. 그 내용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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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신축 중인 아파트가 있다. 도심에 위치해 입주 전부터 저기 행사에 들어가면 돈 좀 만질 수 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아파트 단지, 그 입주자 대표가 박람회를 준비하려니 너무 힘들어서 아는 부동산 업자에게 위임을 했다고 한다. 이 부동산 업자가 가관이다. 주관사를 배제하고 지역 매장들을 위주로 업체를 선별하는데 자신들의 아파트 입주자로부터 나온 매출액에 8%를 자기한테 달라고 했단다. 애초에 물건 값이 뻥튀기가 안된 업체라면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런데 여기에 30여개 업체가 들어갔다. 아 몇 년 동안 지역 공동구매 행사를 진행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로만 듣던 이런 일을 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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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적극 활용하자.

 

솔직히 가구와 가전을 제외한 다른 부분들은 박람회 행사를 적극 활용하기를 권한다. 제시하는 금액 그대로 하는건 바보다. 깍아라. 난 깍는 문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여긴 한국이니까 어쩔 수 없다. 애초에 업체들도 깍아줄거 계산해서 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무조건 깍아야된다. 다만 가구는 마음에 드는걸로 장만해라. 일반 소비자는 가구를 잘 모른다. 그래서 가격 비교도 흥정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자기 마음에 드는걸 고른 뒤 최대한 깍아서 사라. 그게 답이다.  그리고 어느 업체든 행사 기간에만 특별히 싸게 해주는건 없다. 실입주자 전부 와서 사가도 30% 밖에 안되는데 그때만 그 가격에 팔면 답이 없거든. 그래서 굳이 행사때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 시장조사를 한다고 생각하고 느긋하게 봐도 된다. 단, 몇몇 업종은 참여 업체의 제품이 좋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니 동일한 서비스에 질적 차이가 별로 없는 업종에서 행사 혜택을 볼 생각으로 접근해야된다.

 

마무리가 안된다. 그저 난 새 집에 들어간다고 너무 넋 놓고 당하지는 말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자기들 입주자 대표가 무엇을 하는지, 입주자로서 자기들의 권리는 무엇인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자신들이 신경쓰지 못하는 사이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등등. 얼마나 돈을 잘 버는지는 몰라도 자기 권리를 남에게 빼앗기고 남들의 돈벌이 판으로 새 아파트 입주과정을 내어주지는 말자는 뜻이었다. 장담컨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찮은 일 발벗고 나서서 해준다니 땡큐' 이 정도 생각일거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걸 알면서도 '고맙다'는 말을 연신 하더라. 참, 뭐가 고맙지? 입주자 대표나 스텝들은 행사 업체들한테 무상으로 서비스 받을텐데? 쩝. 그런것까지 따질 수 없으니 신경이라도 쓰자고 하는 넋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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