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 시즌2 본방을 기다리는 이유

취미|2018. 2. 10. 16:39

지난 주 일요일 오후 9시를 시작으로 JTBC에서 효리네 민박 시즌2를 방영했어요. 예고편과 본방송을 보니 직원으로 임윤아와 박보검이 채용되고 수 많은 신청자 중 선별된 민박 투숙객이 10일 동안 머물다 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요. 예능을 즐겨서 시청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2회를 기다리고 있네요. 왜? 한번 제 시선을 적어볼게요.

 

 

관광지 제주도의 품격

 

국내의 관광지, 명소, 여행지를 다녀본 짧은 경험에 의하면 제주도가 관광지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볼 거리, 먹을거리, 숙박, 편의시설, 조경 등 모든 면에서 국내에서는 으뜸이지요. 적어도 2012년 2월까지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주는 누군가에게는 삶의 터전이고 일터. 효리네 민박 시즌2는 그런 제주도에 사는 유명한 뮤지션 부부의 집에서 민박을 하는 내용. 덕분에 제주에 대해서 조금씩 알 수 있고 사람들이 어디를 가서 무슨 경험을 하는지도 재잘재잘 수다를 통해 들을 수 있지요. 전, 그 '수다'에 매력을 느낍니다. 검색만 하면 나오는 제주도의 이야기가 아니라 소소한 진짜 제주의 모습을 들을 수 있으니까요. 아직도 기억하는 제주의 겨울은 수목원 딱 한 컷으로 정리가 됩니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찌를듯 솟아오른 나무들이 들어찬 수목원, 폐 속으로 힘차게 몰려드는 맑은 공기, 하얗게 뒤덮인 눈. 우리가 제주를 찾을 때 왜 가는지 한번쯤 생각해보며 이 프로그램을 봤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거라고 믿어요. (저도 50쯤되면 제주로 가려는 꿈을 꾸고 있어요.)

 

 

타인의 소소한 일상을 옅보다

 

1회의 첫 시작은 벽난로의 불꽃과 민박집 주인 부부의 반려견들의 모습으로 채워졌어요. 유기견 관련 봉사활동이 계기가 되어 인생의 반려자를 만났다는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를 알 수 있죠. 이 예능에서 반려동물은 빠질 수 없는 존재. 일상에 깊이 녹아든 가족이니까요. 위 사진 한 장으로 많은 말을 담을수는 없지만 전 이 예능을 '다른 이의 일상을 통해 내 삶에 더 신경쓸 수 있는 유용한 영상'이라고 생각해요. 참여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 말, 상대와 나누는 대화, 그들이 머무는 공간까지 내가 아는 남의 일거수일투족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욕심'을 가지는 것. 그게 이 예능의 참 의미이며 일상이 가지는 가치가 아닐까 싶어요.

 

'웃자고 보는 예능에 너무 큰 가치를 부여한다' 할 수 있지만 웃자고 보는거면 2회 본방송 시간을 기다리지 않지요. 별로 웃기지는 않으니까. 그렇다고 엄청나게 재미있지도 않아요. 다만, '힐링' 되는 느낌을 받아요. 영상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묘하게 기분이 좋은데?' 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 그들의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보며 나름대로 저도 위로를 받는 느낌. 그게 타인의 일상이 내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 아닐까 싶네요.

 

※ 반려동물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

 

저도 강아지를 좋아해요. 하지만 한번 키워보고 동물을 사랑하는 이웃집에 보낸 후로는 다시 집에 들이지 않아요.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반려동물을 곁에 두는건 죄라는걸 단 한번의 경험으로 알게 됐거든요. 애초에 내 가난한 마음을 채울 수 있을까 싶어 집에 들였고, 내 이기심과는 다르게 그 아이의 마음도 가난해졌던 경험은 끔찍했지요. 병원을 가서 진단을 받은것도 아니고 그저 그 아이의 눈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녀석의 마음이 많이 상했었어요. 그래서 강아지를 좋아하고 아껴주는 이웃집 아주머니께 소개를 시켜드렸죠. 그 뒤로는 그저 지나가는 강아지에게 잘해줄 뿐 집으로는 들이지 않아요. 아직, 전 마음이 건강하지 않거든요. 이미 4년이 지난 추억인데 어쩌다 그 집 앞을 지나가면서 그 아이를 보면 가슴이 짠해요. 미안해서, 그리고 날 아직도 기억해줘서 고마워서.

 

 

민박집의 전경을 감상한 느낌

 

'부럽군', '돈 많군' 이런 생각이 아예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에요. 다만, 이 집을 보며 든 생각의 종착점은 '사생활 보호' 였어요. 유명세를 치르며 사는 이 부부의 집이 저 넒은 마당에 둘러쌓여 있어야 하는 이유. 저런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게 부러우면서도 두 사람에게 호기심도 생기더군요. 화려함만 가득한 모습으로 젊은 날을 보냈던 효리 & 상순, 6년째 저 집에서 살고 있는 소길리 주민. 성격에 맞지 않으면 쉽지 않은 생활일수도 있는데 잘 해내고 있는 두 사람의 진짜 모습은 어떨까? 가수가 아닌, 뮤지션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주인 부부를 보는 재미도 또 다른 형태의 재미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아무래도 효리네 민박 시즌1도 한번 정주행을 해야겠네요)

 

 

이 민박집 최대 핫플레이스

 

전 이 부부의 가정집 내부 중 식탁이 자리한 공간이 제일 좋아요. 조리 공간과 가깝지만 시야에서는 가려질 정도로 분리가 되어있어 마음에 들어요. 차와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 느낌도 좋아요. 10명 정도가 사용할 수 있는 큰 테이블을 들이고도 사람이 들고 나기에 불편함 없는 적당한 공간도 눈길이 간답니다. 다른 분들에게는 몰라도 제게는 유난히 여기서 촬영된 영상이 제일 꿀잼이에요. 언젠가 내 마음대로 공간을 꾸미게된다면 '잠을 자는 용도'인 방은 최대한 작게 만들고, 거실과 서재, 식사공간은 여유롭게 만들고 싶어요. 조리 공간과 식사 공간의 배치는 이 집이 최상인듯 싶어서 나중에 따라할 생각이네요.

 

 

상순, 효리, 윤아, 구아나 넷이 한 겨울 햇살 아래 모여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이제 내일이면 2회가 방영되요. 이제 유명인 세 분을 빼고,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반려동물들 빼고, 내가 알 수도 있는 흔한 민박 손님들의 일상이 여기에 곁들여지겠네요. 기대가 됩니다. 시즌1도 띄엄띄엄 본 상황이라 1회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윤아가 벌써 스물 아홉이라는 사실. 마음으로는 아직도 스물 다섯, 여섯 같은데 조금 있으면 서른이군요. 보면서도 조금 당황했지요. 하핫. 어서 내일 오후 9시가 됐으면 좋겠네요.

 

여기까지 효리네 민박 시즌2를 바라보는 제 개인적인 생각들을 남겨봤어요. 이제 '이야기'를 즐겨야겠네요. 매 회 스크린샷 퍼 나르며 중계할 생각은 없네요. 이 예능에 대한 내용은 이 글이 마지막이 될 예정입니다. 종영까지 좋은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듣는 재미로 208년 2월을 지나가야겠어요. 3월부터는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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