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집안일 완료 (6개월간 휴식)

일상|2019. 4. 23. 10:06

4월 17일부터 22일까지의 노동휴가를 무사히 마치고 어제 집으로 복귀했습니다. 예년과 다르게 부모님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었고,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었던 휴가였네요.

 

꽤 고되고 불편한 생활이었지만 마지막까지 정해진 물량을 정상적으로 처리하면서 만족스럽게 서식지로 복귀했습니다. 물론 감기와 근육통과 체중감량의 만족감을 한꺼번에 안고서 말이지요.

 

이제 약 반년 정도는 오롯이 저만의 시간을 갖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현재 저희 부모님이 이용하는 배에 4월 집안일의 실체가 담겨있는 모습입니다.

 

저희 집은 아직까지는 간신히 굴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해가 갈수록 부모님이 힘들어하셔서 전체 물량은 계속 줄고있지만 겨울내내 할 일이 마땅치않아서 아직도 붙잡고 계시죠.

 

4월에는 지난 해 10월쯤 물에 담가뒀던 굴 씨앗들을 꺼내서 정해진 틀에 매달아놓는 작업을 합니다. 6개월 동안 바닷물 속에서 큰 굴 씨앗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약 반 년 동안 알이 굵어지는거죠.

 

여름 내내 포자(씨앗)가 붙은 가리비 껍데기를 줄로 묶어서 쌓아놓고 가을에 바닷물 속에 담가놓고, 그걸 다음해 봄에 꺼내서 한 줄씩 매달아놓으면 11월부터 양식 굴을 까서 팔게 됩니다.

 

들어가는 시간, 노동력에 비해서 턱없이 낮은 수익이지만 노년의 부모님 두 분이 그럭저럭 경제적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는 유일한 일거리죠.

 

지난 노동휴가는 바로 위에 과정 중 4월에 하는 일을 하러 간 것입니다.

 

 

▲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자유시간입니다.

 

이 일은 그 특성상 바닷물이 가장 많이 썼을때 (뻘이 가장 많이 드러날때)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달력을 보고 사리때에 맞춰서 집에 가면 됩니다.

 

항상 사리때마다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서 꼭 이번 사리에 해야됐는데 무사히 예정된 수량을 작업하고 왔네요.

 

일 자체가 대부분 포자를 옮기고, 방망이질하고, 철근으로 만든 틀에 달아놓는 일이라 모두 근력을 요구하는지라 체중 증가로 고민하던 제게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6일 정도 하루 4시간 정도 일하고 종일 퍼질러 잤는데도 4kg이나 빠졌네요. 체지방은 2%나 줄어들고 근육량은 3%나 늘었습니다.

 

* 올 해 이 일을 기다린 이유입니다.

 

 

▲ 노동으로 인해서 몸에 근육들과 지방들이 좀 풀렸기에 바로 다이어트에 돌입했습니다. 이 기세가 너무 아깝잖아요. 위에 사진 (계란후라이 2개, 목살 한 덩이)이 제 식사입니다. 냉동실에 있는 목살 물량이 다 떨어지면 닭가슴살로 대신할 예정이에요. (이미 100팩 준비완료)

 

항상 뺀다고 말만했는데 이제 진짜 빼야겠습니다.

 

이제 2019년 상반기 일정도 다 끝났으니 좀 한가하게 시간을 즐겨야겠네요. 11월에 첫 굴은 조금 가져다가 음식이나 해먹어야겠어요. 본격적으로 업자가 가져가기 시작하면 저도 잘 못 먹거든요. (국내에는 아예 안 풀리고 모두 일본 수출용으로 나갑니다.)

 

어쨌든 일주일 가까이되는 시간을 인터넷 없고, 스마트폰이 잘 안 터지는 저만의 '정신과 시간의 방'에서 보내고 오니 평범한 일상이 너무 행복하네요. 이래서 가끔 이런 노동휴가를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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