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악마판사 정주행 잡담 (횡설수설)

취미|2021. 7. 17. 12:18

얼마전부터 시작한 TVN 악마판사를 4회까지 정주행한 후기를 남겨봅니다. 경이로운 소문 때부터 잘 만든다 싶어서 보고 있는 스튜디오드래곤은 덩치가 많이 커졌네요. 저 같은 조막손은 건드리기 힘들어서 관종에 넣어만 봤습니다. 어쨌든 감상과 잡담을 적어보죠.

 

참고로 저는 1회 초입을 보고 관심을 끊었던 시청자입니다. 제가 평소에 생각하는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전개가 이어졌거든요. 오히려 방송용으로 만들다보니 싱거울거 같았습니다. 그러다 유튜브에 돌아다니는 짤을 보고 1회부터 다시 정주행을 한 케이스입니다.

 

솔직히 4회 마지막 부분을 보기 전까지는 꽤 묘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성당 화재 부분을 보고 살짝 기대감이 줄어들었습니다. 결국 개인의 복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거라면 소재가 아깝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불구하고 계속 볼 이유는 있습니다. 그건 글 속에서 말해보죠.

 

▲ 대중의 인기와 현실의 권력 사이에서 감시자로서 활동하게 되는 김가온 판사의 등장 장면입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눈을 가리고 저울과 법전을 들고있는 동상이 있습니다. (가방 끈이 짧아서 뭔지는 모릅니다.) 그런데, 세상에 정의와 공정이 존재합니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네요.

 

정의와 공정이 있다면 법과 제도가 필요없었겠지요. 소수의 집단이 다수의 대중을 통제, 통치하기 위해서는 환상이라는 중독성 강한 약이 필요합니다. 그 약 만으로는 대중의 진화를 막을 수 없기에 법과 제도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세상은 법과 제도가 감당하지 못하는 자본과 권력의 욕망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것이 드라마 악마판사 속 대한민국이면서 현재의 대한민국입니다.

 

* 얼마전에 모 공군부대의 이 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왜 끊었을까요? 범죄의 피해를 당했고 그에 대해서 관계 기관에 절차를 밟아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받지 못했기 때문에 삶을 버린 것입니다. 법과 제도는 있으나 그 체계가 붕괴된 현실을 발견하고 세상을 놓아버린 것입니다. 드라마 속과 다를게 없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공정과 정의를 말하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공정과 정의는 일본군이 조선 식민지 노예를 길들이기 위해서 진행한 교육의 한 페이지일 뿐입니다. 현재는 일본군이 아닌 한국인이 자국민을 그렇게 길들이고 있을 뿐이지요."

 

제 생각이 이러니 악마판사가 그렇게 확 와닿지는 않겠지요.

 

 

제 개인적으로 한 세대 정도, 세습되지 않는 절대 권력을 가진 사람의 의지가 정의에 가까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드라마 속에 강요한 판사와 비슷하지요. 그래도 작가가 머리가 좋아서 시스템을 잘 엮었습니다. 정치, 문화, 미디어, 경제, 사회단체까지 한 통속으로 엮어서 그들의 세상을 건설해가는 과정에 강요한을 끼워넣었으니까요. 현실성이 많이 들어갔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세상을 바꾸는 일은 선의를 가진 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할 수 있는게 아니거든요. 좋은 일을 하더라도 밥은 먹어야 사는게 사람입니다. 모든 일에는 경제적, 정치적 이익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것을 담아준 것은 썩 괜찮았습니다.

 

여기서 잘 보셔야 할 부분은 바로 강요한의 배경입니다. 돈, 돈으로 산 권력, 돈으로 산 무력을 모두 갖고 있는 금수저입니다. 그렇기에 광대들 속에서 자기의 길을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개인이 아닌 세력을 중심으로 싸움이 벌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세상은 선과 악으로 구분되는게 아닙니다. 악과 악의 전쟁에서 명분과 대의를 퍼즐처럼 얼마나 잘 끼워서 맞추느냐의 싸움일 뿐이지요. 자본주의 체제에서 선과 악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무능하고 무지한 것입니다. 모든 것을 '돈'으로 봐야지요.

 

화려한 가짜를 쫓는 대중의 천박함을 명분으로 사용하기 위한 특권층의 놀이터로 나오는 재판정의 모습입니다. 예전에 로마 시대에 콜로세움을 세우고 귀족들과 시민들이 노예들의 생사를 건 전투를 구경했지요. 그 느낌이 악마판사에서 보이더군요. 물론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제 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 진실은 단순하고 거짓은 화려하지요.

 

▲ 금고 225년, 태형 30대 이 부분에서 통쾌함을 느끼고 바로 현타가 왔습니다. 현재의 대한민국의 사법 신뢰도가 바닥은 바닥이구나 싶더군요. 드라마 속 판결에 시원함을 느끼다니요. 저 틀에 나도 묶일 수 있다는걸 인지하지 못하고 환하하는 겁니다. 이미 이 땅은 독재와 군사 정권을 통해서 한번 겪었는데도 저기서 환호성을 질렀네요.

 

▲ 제가 악마판사를 정주행하기로 결정했던 이유는 바로 숨겨진 실세가 김민정의 캐릭터였기 때문입니다. 귀족은 절대로 나서지 않죠.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요. 광대들을 세상에 뿌려놓은 패로 손에 들고 게임을 즐기는 실세의 등장이 이 드라마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그래서 강요한의 밑바닥과 김민정의 밑바닥을 어떻게 보여줄까? 기대를 했던게 사실인데요. 성당 화재 장면을 보고 일단 광대 1명의 스토리에는 관심이 없어졌습니다.

 

* 김민정이 연기하는 캐릭터의 밑바닥을 어떻게 그려내는가에 따라서 작품의 수준이 결정되지 않을까 싶네요. (외국은 대부분 철학을 공부한 사람들이 작가를 많이 하죠. 한국도 점점 가치와 관념에 기반한 스토리들을 생산하는 작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작가는 어느 정도의 스토리를 완성할지 궁금하네요.)

 

나의 관심사

 

아비규환 현실 속 동화책 1페이지, 가온과 첫사랑. 적 앞에서 적의를 드러내고 분노하는 순수한 사회 구성원들이지요. 이 들이 전체 스토리에서 어떻게 녹아들어갈지 기대가 됩니다.

 

강요한 판사의 집도 기대감을 높이는데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무채색 궁궐에 네츄럴한 온기가 들어가기 시작하니 기대감이 더 커지더군요.

 

동생인 엘리야가 삼촌인 강요한과 함께 일하는 오판사를 보면서 사귀냐고 묻고는 재미없다고 말했던 장면이 있는데요. 그 재미없어 라는 말이 이 집의 스토리를 담아낸다고 생각했거든요. 돈도 많고 권력도 갖고 있고 많은 것을 소유하고 즐길 수 있는 최상위층인데 '사람'들이 아니었던 지난 시간들을 보여줬다고 봅니다.

 

그래서 재미없어 라는 말만 달고 살던 엘리야를 중심으로 강요한 주변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기대하게 됐습니다. 지금도 재미없어라는 말을 달고 사는 제게 대리 만족을 제대로 줬으면 좋겠네요.

 

* 아마 그 따뜻한 온기가 강요한에게 브레이크가 되겠지요. 온기가 돌면 사람으로서의 감정을 갖게되고 그 감정은 지켜야하는 것들을 만들어내게 되지요. 그러면서 점점 겁이 많아집니다. 그것이 사람이지요.

 

어쨌든 메인 스토리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은 드라마가 될 것 같네요.

 

사족

 

마지막으로 스토리에 대한 아쉬움을 자본주의에 대한 제 개인 소신을 밝히는 것으로 대체하여 적어봅니다.

 

악마판사도, 현실도 몇 명이 해처먹던지 관심이 없는데 자본주의라도 제대로 좀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제대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본을 쫓는 행위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 자본과 그로 인해서 획득하는 권력은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없다. 만약 이 대전제를 침해할 때는 그의 모든 신체적 지유와 경제적 여유를 몰수한다.

 

이 말이 어렵죠? 조금 쉽게 써볼까요?

 

편의점에서 파트 타임으로 근무하는 직원은 해당 영업장의 고용주와 계약을 맺고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그에 합당한 금전적 보상을 받습니다. 또한 편의점에 방문한 고객은 해당 영업장에서 재화를 획득하고 정당한 값을 지불합니다. 이 두 가지 과정에서 직원은 상대방보다 낮은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노동력을 돈과 등가교환한 것이고, 고객과의 관계는 돈과 재화를 교환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즉, 고객과 사장은 직원에게 소위 갑질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질을 한다면 이는 자본과 그를 통해서 획득한 지위를 이용하여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한 행위이므로 체제에 대해 부정하는 사회 구성원으로 인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처벌은 당연한 것입니다.

 

이런거죠.

 

다만 지금까지는 상대적 약자를 유린하면서 그것을 '서비스 정신' 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는것을 사업 행위로 인정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반감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 타인을 유린하고 착취하면서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천박하고 기형적인 자본주의.

 

* 소위 서비스 정신을 극단적으로  욕하자면 집에 남자 손님이 방문하면 부인이나 딸을 잠자리에 들여보내는 풍습을 가진 나라와 뭐가 다른가요? 시대가 변하면  가치도 변해야되는데 아직도 노동력 착취로 돈을 모으는 것 밖에 아는게 없는 한국 기업들을 보며 실소를 금치 못합니다. (2000년대 이후에 생긴 IT 기업들도 다 7~80년대 스타일로 돈을 긁어모으지요.)

 

다만, 정치를 통해서 자본과 탐욕의 눈 먼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수 있습니다. 바로 법과 제도로요. 요즘 기본소득 이야기가 나오는걸 보면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저도 대중의 한 사람인지라 지독하게도 화려한 희망을 쫓아봅니다. 현실에서의 희망은 바로 '정치'니까요. (앞으로 한 100년은 더 밥그릇 싸움에 열중하며 조선 시대부터 이어온 틀에서 못 벗어나겠지만 200년쯤 지나면 달라지겠지요.)

 

이런 생각을 갖고 나만의 지옥에서 살아가는 입장에서 악마판사는 조금은 심심할 수 밖에 없겠지요.

 

※ 다 쓰고 나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곧 나가봐야되서 막 적었더니 정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후기라는 단어 대신에 잡담이라고 정리를 해봅니다. 물론 이런 내용들을 진지하게 적으면 문제가 되지요. 이렇게 가볍게 씨부려야 무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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