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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게이트 후기 _ 관객에 대한 모욕

취미|2018. 3. 22. 20:27

배우 정려원, 그룹 샤크라 시절보다 배우로서 활동하는게 더 좋았던 연예인입니다. 비록 톱스타의 반열에 올라 많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해도 한지민, 신혜선 같이 꾸준히 브라운관과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며 배우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영화 게이트에 출연한걸 알고 뒤늦게 VOD로 만났습니다. 그런데 좋은 말은 할 수가 없네요. 모욕당한 느낌. 한국 관객이 그리 우스웠을까요? 어떻게 이 시나리오가 상품으로 제작될 수 있는건가요? 할 말이 없습니다.

 

영화 게이트 포스터

 

줄거리

 

냉철한 검사로 활약하며 거대 비리를 파헤치던 검사 규철은 결정적인 순간에 교통사고로 기억을 모두 잃고 불법 업소 전단지를 돌리며 연명하는 한량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의 옆 집에는 다단계에 사금융까지 이용해서 벼랑 끝까지 몰린 여자와 나이 많고 연줄도 없는데 자존심까지 강해서 의상실에서 해고당한 사촌 언니 소은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런 삶을 이어가던 중 소은의 아버지가 교도소에서 출소해 딸에게 찾아옵니다. 돈 때문에 술집에 팔려가 웃음과 몸을 팔아야하는 상황에 놓인 딸을 본 아버지는 또 한번 큰 건을 계획하지만 소은의 합류로 타겟을 바꾸게 됩니다. 아빠, 딸, 사촌동생, 매제, 옆 집 청년, 병원비가 필요한 천재 해커가 모여서 한 탕을 벌이며 꼬여가는 일을 다룬게 바로 이 영화입니다.

 

물 말아먹은 시나리오

 

최순실 게이트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들었다는 이 영화는 곳곳에 그 사건을 연상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근데 근본적으로 국민의 기본적인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사금융 대표인 정상훈이 돈이 없어 벼랑끝에 몰린 소은(정려원)에게 스폰서를 제안하고 성적으로 협박을 했기에 소은이 아빠와 함께 정상훈의 금고를 털려고 하는 장면까지는 그래도 볼만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아버지가 사촌 조카와 딸에게 바바리걸을 시키나요? 그 과정에서 사촌 동생의 외모 비하까지 코믹 요소로 등장합니다. 작전때문이지만 딸이 남자를 홀리기 위해서 발가벗은 몸으로 바바리걸을 하는건 너무했죠. 그럴 수 있는 여자였다면 애초에 정상훈(사금융 대표)의 스폰 제안을 받아들였겠죠.

 

거기부터 끝까지 정말 해도해도 너무한 스토리의 향연이 펼쳐집니다. 어이없는 스토리의 정점은 바로 한탕을 제대로 친 그들이 음식점을 같이 운영하면서 최고급 스포츠카를 끌고 퇴근하는 설정이었지요. 감독님 영화 '마스터' 한번 보세요. 아무리 시국에 편승해서 관객을 우롱하려고 했어도 예의는 지켜야죠. 영화 속 캐릭터도 사람이에요. 생각 좀 하고 시나리오 씁시다.

 

혹시 고민하기 싫었나요? 도둑 전과자 아버지와 악착같이 삶을 버텨내는 딸, 기억을 잃은 전직 검사, 돈 많은 아줌마, 그 아줌마의 애견 노릇을 하는 젊은 남자 이 설정이 그렇게 이야기 만들기 어려운 과제였나 싶네요. 전체 뼈대는 살리고 아버지와 딸에게 좀 더 스토리를 만들어줬으면 정려원도 그 특유의 이미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었을텐데 너무 아쉽습니다.

 

드라마의 경우 선호하는 작가가 있어서 확인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영화는 처음이네요. 다음부터는 믿고 거르겠습니다. 솔직히 저도 시나리오를 쓴 적이 있습니다만 이 영화는 시국에 대해 화풀이를 한 장문의 글을 보고 만든것 같네요. 무명 작가 지망생이 막 휘갈겨서 분풀이한 초고를 가지고 와서 몇 명이 붙어서 각색을 해서 겨우 이 정도 다듬은 느낌이 들어요. 초고부터 프로 작가가 직접 썼다면 할 말이 없네요.



 

최악이었던 임창정

 

B급 연기로 입지를 탄탄히 굳힌 배우 임창정이지만 이번 영화는 정말 아니었습니다. 전직 검사라는 설정이 영화 게이트에서 어떤 의미였죠? 대체 불필요한 장면이 몇 분이었는지 울화통이 터집니다. 연기력이 문제가 아니라 필모 관리 좀 하셔야겠어요. 솔직히 치외법권은 볼만했는데 이번 작품은 정말 대책이 없네요.

 

정상훈은 만능이네요.

 

영화 흥부에서 김삿갓으로 살짝 얼굴만 비췄지만 인상적이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제대로 날아다니시네요. 마지막에 흥분해서 이경영씨와 만나는 장면 전까지는 등장인물 중 가장 좋았어요. 그 뒤에 코믹으로 넘어가서 망쳤지만 주조연급으로 감초 역할하는 배우로 전업하셔도 되겠네요.

 

기본은 지켰으면 좋겠다.

 

절반 이상의 국민이 분노했던 시국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으로 소개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으면서 풍자는 커녕 드라마도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런 작가와 감독이 한국의 영화판에서 작품을 하는건 관객에 대한 모욕입니다. 능력이 부족한게 아니라 속 마음이 괘씸한겁니다. 관객에게 무엇을 보여줄지 고민하지 않고 시국에 대한 분위기가 사그라들기 전에 빨리 만들고 싶었던 그 욕심에 손가락질을 해야됩니다. 시국도, 풍자도, 이야기도 만들지 못한 채 언론과 매체를 이용해서 분위기 몰이만 했던 파렴치한 상업성에 화를 내고 싶습니다. 상업영화라도 기본은 지켜야하지 않을까요?

 

 

평점 알바의 헛발질

 

영화 정보를 검색하면 관람객 평점 9.16 입니다. 기자, 평론가 평점은 자기들만 아는 헛소리를 지껄여서 원래 신뢰하지 않지만 저 관란객 평점은 정말 답답하네요. 저도 해당 업계에서 일을 해봤기에 저 평점을 다 믿지는 않지만 좀 적당히 합시다. 장난도 먹힐만한 작품에나 합시다. 답답들하네요.

 

결론 _ 시간 때우기로 보기에도 난감한 작품입니다. 황제를 위하여, 리얼 이후로 처음 이 말을 합니다. 볼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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