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파행에 해당하는 글 1

드루킹 사건은 흥미진진함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이슈다.

일상|2018. 4. 19. 10:58

동종 업계에서 비슷한 일을하며 젊은 날을 보냈던 입장에서 이번에 주목을 받고있는 드루킹 사건은 흥미진진 그 자체입니다. 언론에서 말하는 것들이 100% 사실이라면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공권력이 아무것도 모르는군요. 난 또 알면서도 큰 문제로 번지지 않는 업종이라서 놔두는줄 알았네. 덕분에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습니다. 결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하기 싫어서 쇼를 하는 정치인들의 코메디를 보겠네요. 흥미진진, 이 단어가 지금 상황에 적절하다고 보여집니다.

 

특검 도입을 진짜 원해?

 

정권 바뀐지 이제 2년입니다. 특검 도입하면 진실을 파헤칠 수 있나요? 대답은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요구를 할까요? 간단합니다. 갈등의 지점을 형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방선거까지 이제 대략 2달, 국회에서 민생 법안을 다룰 여유가 없습니다. 일단 2달 뒤 지방선거에서 이겨야 되거든요. 그래서 투표권자들에게 정보가 전달될 여유를 주지않고 시간을 끌 수 있습니다. 결국 선거때 유권자들은 2달 내내 떠들어대던 여론을 토대로 투표를 하게 됩니다. 자한당, 더민주 모두 아쉬울게 없는 싸움입니다. 유권자들이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모른채 대충 투표를 하게 만들었으니까요. 언제쯤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을까요? (이건 꿈이죠. 정치는 곧 약육강식의 전쟁터, 프레임의 싸움이니까요. 국민의 삶, 국가의 이익은 원래 애초에 안중에도 없는 싸움판이죠.)

 

드루킹의 생각은 이제 실현단계네요.

 

드루킹이 정치권력을 자신들의 통제권 안에 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답니다. 인터넷 사용률이 높아지고 그 사용자들이 주요 유권자로 자리잡으면서 넷상의 결과값을 조작할 수 있는 그들이 정치권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거죠. 드루킹으로 대표되는 인물이 그만큼의 언변과 사교성을 갖췄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이제 그가 세상이라는 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습니다. 수면위로 떠오르기 전에는 '숨겨져야할 존재'였기에 그의 생각은 망상에 불과했습니다. (권력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려면 '돈'과 '부정부패에 대한 증거'가 필요합니다. 그 수혜자가 부정으로 인해서 놓기 힘든 이익을 보고 있어야하죠. 그래서 부패할수록 협박이 잘 통합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화려하게 등판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습니다. 그가 인지도를 얻는 계기가 된 이번 논란으로 그는 진짜 통제권을 가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네요.

 

댓글조작의 현실은 '현재'입니다.

 

지금 당장 네이버 뉴스에서 정치관련 기사에 달린 덧글을 살펴보세요. 아이디는 다르게, 유사한 내용의 글을 유포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겁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현재까지 댓글조작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일로 그게 사라질거라고 기대하지마세요. 이번에 드루킹 파문은 전략적으로 터진 이슈일뿐입니다. 그리고 이 일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때면 아마 아무도 이 일을 기억하지 못할겁니다. 진짜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을겁니다. 드루킹이 했던 일과 유사한 형태의 댓글들이 지금 현재도 네이버 뉴스기사에 작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시간끌기용 폭탄이겠죠.)

 

의외인건 네이버의 허술함이었다.

 

사실 바이럴마케팅의 영역에서 일을하다보면 고객의 니즈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옳다고해도 고객이 원하지 않는 서비스면 판매되지 않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검색결과조작, 덧글 유포, 단순 배포 등의 일을 하게됩니다. 그리고 이 일은 사람의 힘과 생각만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듭니다. 바로 프로그램의 힘이 필요합니다. 한 때 '프로그램베이'라는 사이트에서 각 포털사이트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마케팅 프로그램을 구매할 수 있었는데 현재는 그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포털측에서 강력하게 제제하고 모니터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프리랜서 프로그래머가 사용자의 의뢰를 받아서 매크로(자동) 프로그램을 만들어줍니다. 제작 단계에서는 '로직'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게되죠. 이 로직은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 측에서 검색결과를 산정하는 기준인 동시에 허위 결과에 대한 제제 기준입니다. 실제로 포털은 자체적으로 산정한 기준을 통해서 사용자의 컨텐츠의 등급을 결정하고 있고, 불법 및 편법 사용 패턴에 대해서 제제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드루킹이 쓴 프로그램은 동일 시점에 다수의 댓글을 달았다고 합니다. 이 행위가 네이버의 눈에 잡히지 않고 제제를 받지 않았다는건 신기합니다. 개인적으로 추측컨데 그들도 이윤 추구를 하는 사기업이라서 광고 수익과 관련이 있는 바이럴 영역에 대한 제제와는 별개로 뉴스 댓글을 관리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마디로 사측의 이윤에 해를 끼치지 않으니 돈과 시간을 들여 제대로 제제를 할 이유가 없었겠죠.) 그래서 댓글조작, 여론조작이 '의외로 쉬운 일'이었을것 같습니다.

 

솔직히 드루킹이 쓴 매크로가 통하는 환경이면 네이버의 기술력이 2008년도와 비슷하다는 말인데 이는 말이 안됩니다. 그저 수익과 직결되지 않는 영역에 대해서 형식적인 액션만 취했을뿐 실질적인 정화 노력은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수 많은 직원을 고용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니까요.) _ 이 형식적인 액션만으로도 그들의 책임은 완벽하게 회피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허술함이 결국 여러 사람과 단체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위기'로 다가온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지켜봐야됩니다. 이 일이 왜 수면 위로 올라왔는지에 따라서 결과는 완전히 다를테니까요. (자신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는 입장이라면 자신에게 전달되는 정보는 목적성을 갖고 전략적으로 생산되는 것들입니다. 인터넷 뿐 아니라 뉴스까지도 다 목적을 갖고 탄생하죠.) 전 이 결과를 흥미진진하게 기다리고 있는겁니다.

 

조작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명심하세요.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모든 행위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이루어집니다. 쉽게 말해서 자기 돈 내고 산 물건이 좋다고 인터넷에 소문을 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좋은 말을 하기위해서 접속해서 장문의 글을 적는 사람보다 불편하고 화가나서 분풀이로 부정글을 적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댓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 뉴스마다 유사한 내용의 글이 반복적으로 올라오는것은 그 행위로 인해서 누군가 이익을 본다는 것입니다. 그런것만 걸러내면 됩니다.

 

그래서 저는 더민주와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박수를 치지 않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뉴스에 도배되는 수 많은 악플을 보면서 '난 잘 모르지만 댓글을 보니 지금 잘 하고있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또한 옳은 방법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 댓글은 여론이 아닙니다.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고 그를 통해서 특정 집단은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어도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즉, 행위는 벌어지고 책임질 사람은 없는 판입니다. 그러므로 모두 믿거나 모두 배척하는게 아닌 선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합니다.

 

프레임에서 벗어나 진실을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문제는 정치싸움으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 우파와 좌파로 나눠져서 대립하기 바쁜 정치싸움, 그들의 프레임 놀이에 빠지면 국민은 얻는게 없습니다. 이 문제를 통해서 우리가 이용하는 인터넷 환경이 얼마나 신뢰성이 없는지 깨닫고 그 안에서 습득할 수 있는 수 많은 정보들이 유권자의 투표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례를 만들어야합니다. 댓글과 여론조작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게되면 누구도 돈을 들여서 그 짓을 하지 않을것입니다.

 

프레임을 벗어버리면 의외로 문제는 간단합니다. 결국 드루킹 사건을 통해서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국회의원들의 직무인 4월 임시국회는 파행을 맞이했습니다. 이것이 이 문제의 실제 결과입니다. 아무리 떠들고 진실공방을 펼쳐봐야 국민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결과는 이미 나왔습니다. 국회의 기능 정지죠. 이제 지방선거를 통해서 이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 됩니다. 그게 유권자인 우리가 할 일입니다.

 

※ 국가의 정책도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가뜩이나 시장의 변화 속도에 비해서 법과 제도의 변화 속도가 느린데 이런 일로 계속 타이밍을 놓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른 손해는 국가 전체가 아닌 개인의 삶에 더 크게 다가올것입니다. 그러므로 드루킹의 진실 따위에 연연하지말고 그들이 지금 하는 짓에 대해서 유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생각을 해야됩니다.

 

※ 그런 이유로 전 드루킹 사건을 흥미진진하게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합니다. 세상은 다른 세계로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1960년대 정치 프레임에 갇혀서 국력을 낭비하고 있거든요. 이제 구경이나 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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