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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굴 양식 도와드리러 왔어요.

일상|2018. 3. 30. 16:29

3월 초에 굴 틀을 깔끔하게 털어내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 4~5일 정도 집에서 일을 했는데요. 이제 그 틀에 작년에 바다에 담가둔 굴 씨앗들을 걸기 위해서 다시 본가에 들어왔어요. 이번에도 짧으면 4일, 길면 5일 정도 일을 하게 될 예정이에요. 저희 집의 경우 굴 틀이 사리때만 눈에 보이기때문에 보름에 한번씩 일을 하게되요. (사리는 물이 가장 많이 쓰는 시기에요.) 굴 양식은 2년 농사로 전 그저 잔손이나 보태려고 왔어요. 제가 와서 도와드리면 조금이라도 편하니까 서른 다섯이 넘어서부터는 제가 온다고 자청하는 편이에요. (물론 속 마음은 가기 싫죠)

 

 

▲ 예전부터 한번 올리고 싶었던 굴 틀 모습

 

위에 사진을 보면 끝에 빽빽히 들어차있는 틀이 보이죠? 저 곳에 작년에 걸어둔 굴 씨앗들이 있어요. 그걸 배에 싣고 끝부분에 생긴 이물질을 다 털어낸 뒤에 지난 사리에 깨끗하게 털어둔 틀에 하나씩 달아놓는 일이에요. 전 몸무게도 많이 나가고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틀 위로는 못 올라가서 배 위에서 잔심부름하면서 가장자리 2줄만 굴 씨앗을 달아놓는답니다. 그리고 다음날 작업할 씨앗들을 다시 배에 싣고 다 털어놓는것까지가 하루 일과였어요.

 

내일부터는 오늘 털어둔 씨앗을 틀에 걸고 다시 작년에 걸어둔 씨앗들을 배 위에 실어서 이물질을 제거해주면 된답니다. 오늘보다 일의 양이 줄어서 편할거에요. 제가 부모님을 도와드리지 않으면 두 분이 하셔야되는데 씨앗을 틀에 매다는건 쉽지만 그 전 단계가 힘이 많이 들어서 병이 나시기 일쑤랍니다. 적어도 어머니 대신에 제가 무거운것들 옮길 수 있으니 편하죠. 일머리가 없어서 1인분은 못하지만 그래도 두 분이 하실때보다 좀 더 할 수도 있고요.

 

전 애초에 집안일 도와드릴때 내가 주도하겠다는 생각보다 어머니 힘든 일 조금이라도 덜 하게 해드리자는 생각으로 참여한답니다.

 

 

▲ 작년에 새로 지은 우리 배 모습

 

늦은 감이 있지만 아버지께서 쭈구미를 잡으시겠다며 배를 새로 지었어요. 기존에 배는 앞에 롤러(쭈구미 줄을 당겨주는 기계)를 장착하면 다른 일을 할 때 불편했거든요. 좀 더 큰 배로 지었답니다. 몇 년 전에 바꿔도 좋았을텐데 쭈꾸미 잡기 전까지는 필요없다며 내내 작은 배로 조업하시다가 작년에서야 바꾸셨어요.

 

작은 배로 일하다가 약간 더 큰 배로 바뀌니 확실히 편했어요. 제가 움직인다고 배가 기울어지지도 않고 부모님과 셋이 같은 자리에 있어도 괜찮더군요. 문제는 모터가 기존 배에서 가져온거라 새로 바꿔야된다네요. 조업용 배의 모터는 거의 차 한대 값이라서 쉽게 바꾸기는 힘들답니다.

 

보통 일반 레저/스포츠용 배는 선체와 모터 값만 있으면 구하지만 조업용 배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발급하는 조업 허가권을 같이 구매해야됩니다. 그게 좀 비싸요. 가끔 지인들이 저희 집 배가 얼마정도 하냐며 천 만원 정도 생각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조업용 배 구하려면 거의 수입차 한 대 값은 나간답니다. 그래서 섬이 인터넷도 안되고 자도 못 들어와서 불편하지만 집을 사서 들어오는 경우에 배와 허가권, 집, 양식장 등을 모두 계산하다보니 신축 아파트 한 채 값이랍니다. 그래도 빈 집이 나오면 새 사람들이 곧잘 들어온답니다. 왜냐하면 여긴 정년이 없거든요. 제가 하고 싶은 짓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이유도 결국 부모님 노후를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본가가 섬이라는게 불편한 점은 많지만 그 덕분에 일단 제 한 몸만 책임지면 되니까 배짱이처럼 살고 있네요. 그 댓가로 집에 일이 있으면 가끔 4~5일씩 들어와서 도와드리죠. 가는 길에 장도 봐드리고 있어요. 그렇게 은혜 갚는거죠. 대신 제가 부모님께 돈은 받아서 쓰지 않습니다. 거의 대학 졸업 이후로 도움 받은 적 없을거에요.

 

빡빡하게 살아도 노후자금은 눈독 들이면 안되죠. 내가 부모님을 책임질 능력이 있으면 몰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전 저대로 부모님은 또 그들대로 알아서 잘 살기를 바랄 뿐이랍니다. 후, 이번 사리에 굴 다 옮겨서 달면 한 동안은 집안일하러 섬에 들어올 일은 없겠네요. 인터넷은 안되도 스마트폰이 있어서 이렇게 블로그에 글도 올리네요. 참 좋은 세상.

 

여하튼 전 지금 인터넷도 안되고 슈퍼마켓 하나 없는 섬에서 체험 삶의 현장을 실천중이랍니다. 얼른 다 끝내버리고 다시 도시로 나가고 싶어요. 여기까지 근황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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