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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의 의미는 결국 북한의 진의에 달려있다.

일상|2018. 4. 27. 16:51

어제 썰전을 보고 적을까 고민하다가 이제서야 올립니다. 여전히 네이버 뉴스에 담겨지는 수 많은 덧글들은 분노에 가득차 악에 받친 상태로 적는 것들 뿐이네요. 욕하고, 헐뜯고, 비아냥거리고 가지가지 합니다. 드루킹이 대수인가요? 저 덧글들이 다 드루킹인데? 참 네이버 뉴스를 볼 때마다 속이 답답합니다. (키보드 워리어 짓을 하는게 취미인 저도 덧글은 무의미해서 적지 않습니다.)

 

일단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 미국도 좋고, 중국도 좋고, 한국도 좋은데 일단 북한의 진의가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진의를 대화의 당사자는 알고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지는 앞으로 어떻게 결론이 나는지 지켜보면 되겠죠.

 

제가 생각하는 북한의 진의는 단순합니다.

 

중국의 벤치마킹.

 

김정은은 3세대입니다. 김일성이 소련을 한반도로 끌어들였고 북한을 발전시켰습니다. 김정일은 아버지의 그늘을 등에 엎고 그 체제를 정상적으로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다릅니다. 이미 우방인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을 개방해 G2 대열에 올라섰습니다. 또 시징핑 장기집권 시대의 기틀을 마련했죠. 이것이 아마 김정은을 자극했을겁니다.

 

'돈 없는 1인자'는 언제나 불안하거든요. 특히 북한의 경우 자신이 죽을때까지 1인자의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죠. 김정은은 그게 불안했을겁니다. 자신이 1인자의 자리를 유지하며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며 사는 것이죠. 또 4대까지 세습이 될까?도 고민이었을겁니다. '핵'만으로는 답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마침 중국이 장기집권체제에 들어갔습니다. 시장을 발전시키며 주변국의 간섭없이 1인 독재 체제를 만들었죠. 그걸보고 희망을 품었을겁니다. '우리도 저렇게 할 수 있겠다.'

 

과연 김정은에게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요? 북한 주민들에게는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요? 이미 돈이 지배하는 사회가 된지 오래입니다. 그에게는 내정간섭을 받지 않으면서 경제를 돌려서 돈을 쥐는게 목적입니다. 그 돈으로 권력을 강화해서 자기 세대에 체제 유지와 다음 세대의 세습도 노릴겁니다. (시진핑은 중국의 주인이 아니었지만 장기 집권에 성공했습니다. 김정은은 대대로 북한의 주인입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을테니 자신이 쓸데없이 고집만 부리지 않으면 자신이 원하는 상황대로 일이 진행되리라 기대할겁니다.) 

 

아마도 김정은은 핵폐기를 무기로 주체적 시장개방과 체제 보장을 원할겁니다. 사람들이 돈 맛을 봐도 사회주의 공산당하에서 장기집권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중국을 통해서 확인했으니까요. (그 정보는 우리가 뉴스를 통해서 알게된것보다 훨씬 이전에 김정은에게 전달됐을겁니다.)

 

종전 선언

 

현재 한반도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전쟁을 잠시 멈춘 상태입니다. 이 상태가 전쟁의 종식으로 변화하는 움직임은 남북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남한에게는 시장의 불안정성을 해소해서 가입 가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남북의 대치 상황으로 인해 기업 가치가 저평가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북한의 경우 종전으로 마무리되면 하나의 국가가 되는 것입니다. 즉, 통일이라는 단어는 사라집니다. 종전을 한 상태에서 통일을 운운하면 그건 쳐들어가서 땅을 빼앗겠다는 말입니다. 이 종전선언은 북한에게 있어서 미국의 주도로 한국의 체제에 흡수될 위험성이 제거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체제 유지가 보장된 상태에서 시장을 개방해서 투 트랙으로 국가를 운영하고 싶다면 종전과 관련된 조치는 이행할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대한민국입니다.

 

사실 북한의 진의가 20년 전과 변하지 않았다면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허울에 불과한 쇼에서 그칠것입니다. 그럼 모든 화살은 북한에게 날아가겠죠. 정부는 업적 쌓기에 혈안이되서 100여일을 쇼를 하는데 낭비한 역대 최악의 정부로 기록될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북한이 진짜 핵을 포기하고 체제 유지, 시장경제와 사회주의의 공존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그때부터 문제가 되는건 북한이 아닌 한국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정책 유지율, 일관성이 참 떨어지거든요. 바라건데 이 문제만큼은 여야, 보수와 진보 사이의 그 지겨운 싸움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 문제는 개헌을 통한 중임재로 해결되는게 아닙니다.

 

과연 김정은은 어떤 이유로 신년사부터 지금까지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걸까요?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것 같습니다. 아직도 남은 회담이 줄을 이어있고, 한반도를 중심으로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국가들이 꽤 많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이해관계를 다 살피고 이행안을 만들고 실제로 집행할때까지는 어느것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사족

 

솔직히 전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 어떤 감흥도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문빠도 아니고 보수꼴통도 아닙니다. 그냥 회담을 하는구나 정도? 그런 의미에서 전체적으로 이번 회담을 다루는 행태를 보면 거부감이 좀 들더군요. 치켜세워주기 놀이하나봐요. 이 문제의 결론은 한참 뒤에 다른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까지 얽혀서 나오게 됩니다. 회담 자체를 자축하는 분위기의 보도는 그대들이 잘보이고 싶은 곳의 얼굴에 먹칠하는것입니다. 지금 정부가 단순히 업적쌓기 놀이를 한다고 생각하면 계속 그렇게 하시고 진짜 뭔가 제대로 진행되는것 같다면 글의 분위기를 좀 잡아줄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이미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라 중 어느 한 곳도 자본의 노예가 아닌 곳이 없습니다.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이 상황에서 과연 북한은 중국의 방식을 따라서 국제사회에 출사표를 던지게될지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출사표를 던진다면 중국 쪽으로 문을 활짝 열어놓을지, 남한 쪽으로 문을 활짝 열어놓을지도 궁금하네요. (김치국은 떡을 먹고 난 뒤에 마셔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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