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해당하는 글 1

드라마 선덕여왕 정주행 _ 기억에 남는 대사

취미|2018. 3. 3. 14:15

원래 이요원의 팬이라서 챙겨봤던 드라마 선덕여왕. 퇴직을 앞에두고 1회부터 보기 시작해서 벌써 62회를 보고 있네요. 마지막회, 비담이 덕만의 앞에서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그럴듯한 전개가 참 마음에 드는 작품. 물론 역사는 드라마와 다르다. 선덕여왕은 총 세 번의 결혼을 용수, 용춘과 하였으며 그 사이에 자식이 없었다. 선덕 다음에 진덕, 그 뒤에 태종 무열왕이 진골로서 왕위에 올랐다. 드라마라서 덕만이 승덕(진덕여왕) 몫까지 다 보여주고 김춘추에게 왕위를 넘겨주고 알천을 상대등에 올리지만 역사와는 다르지. 드라마는 그래서 역사의 궤를 알면 될 뿐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안되는거지.

 

비담이멋있었어

 

아마 제일 다른게 비담이 아닐까 싶다. 여왕을 연모하여 충성했고, 애정 결핍이 나은 비극으로 말미암아 난을 일으켜 그녀의 앞에서 최후를 맞이했다.는 설정이었죠. 마지막 장면은 참 요즘도 자주 보는데 짠 합니다. 아이같았던 비담, 사랑을 원했던 신라 최고의 검객, 그래서 쉽게 상처받고 쉽게 세상을 등지고, 쉽게 연모를 버리는 그. 불세출의 능력을 갖고 있었으면서 연모하는 이의 사랑 한 뼘이면 모든걸 바치는 아이같은 사람. 회차를 보면 볼수록 표독스러워지는 눈빛과는 반대로 '아이'의 모습이 보였던 캐릭터. 참 많이 부러웠던 등장인물이었네요.

 

마지막회를 보며 대사 하나가 기억에 남습니다. '여리디 여린 사람의 마음으로 너무도 푸른 꿈을 꾸는구나' 극 중 그의 어머니인 미실이 그에게 남긴 말입니다. '사내가 연모를 목표로 사는건 너무 어리석다'는 대사와 함께 날려준 일침. 전에는 미생이 그에게 했던 '자신을 망치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다'라는 대사가 와 닿았는데 마흔쯤 되니 저 말이 더 가슴에 박히네요. 그런데 전 끝이 나빠도 푸른 꿈을 계속 꿀 생각입니다. 적어도 이 생에 '마음을 터놓고 지낼 사람 한 명'은 곁에 두고 싶다는 욕심. 그런게 제게 푸르른 꿈이거든요.

 

어쨌든 MBC에서 나오는 사극은 거의 퓨전인데 이 작품은 그래도 꽤 잘 만들었었죠. 역사와는 다르지만 신라 최고의 검객이자 귀족들의 중망을 받을 수 있는 '비담'과 화랑 최고의 무력이자 가야의 대표인 '김유신'의 연모를 한 몸에 받아 최초의 여왕이 됐음에도 왕권을 강화하고 삼국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선덕여왕의 이야기가 너무 매끄럽게 잘 보여졌다고 생각합니다. '연모'가 아닌 다른 것이었다면 가야계인 김유신만으로는 귀족 세력을 누르고 왕권을 강화하기 힘들었을테니까요. 어디까지나 픽션이었지만 앞뒤가 너무 잘 맞아서 여전히 많은 분들이 찾는 사극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유튜브에서 1회부터 62회까지 다 볼 수 있어서 좋았네요.

 

그런데 전 이 드라마를 볼 때마다 항상 많은 생각에 잠기는군요. 아니, 하필 그 때만 꼭 어려운 문제에 부딪힌다고 할까? 이번에는 정신줄은 잡고 있으니 다행이네요. 원래 계획대로 딱 2년만 밀어붙여봐야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