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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틀 포레스트 (Little Forest, 2018) 후기

취미|2018. 5. 7. 18:36

최근에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깔끔하고 따뜻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 한국판 후기입니다. 느낀점을 적기에 앞서서 감히 한 마디를 보탭니다. 언론과 많은 평에서는 '힘든 길을 멀리 돌아온 청춘들에게 위로가 되는 영화'라고 합니다. 그런데 전 '지금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꼭 봤으면 좋을 영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영화 속 혜원을 만든건 '엄마와의 추억' 이었으니까요.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이 일본의 작품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래 미리 찾아보는 성격이 아니라서 '따뜻한 러브 스토리? 성장 드라마?' 정도로 생각하고 봤습니다. 작품을 다 보고 난 뒤에 제 생각은 완전히 틀렸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했고 은근히 미소를 짓게 만들어주는 영화였습니다. 또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물론 너무 친절한 나머지 제가 예상한 것들을 후반부에 다 보여줘서 맥이 좀 풀렸지만 제 생각대로 영화가 결말을 맞이하니 그 또한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화 속 혜원은 답을 찾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왔다?

 

글쎄요. 제 눈에는 그저 도망치고 싶었습니다. 아무런 계획도 없었습니다. 그저 지금까지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수 많은 관계들에서 한 발작씩 떨어지고 싶어서 고향으로 돌아온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내려와서부터 음식을 척척 만들어내는 그녀의 일상을 보면서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저 아이는 대체 뭔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궁금증이 물음표를 떠올릴때마다 영화에서는 설명을 해 주더군요. 중반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봤을때 확실히 알았습니다.

 

'혜원이는 아직 모르지만 내 눈에는 이미 답을 찾은것 같다.'

 

그리고 그녀가 고향 집에서 만들어먹는 음식을 손님들에게 내어주는 소울푸드 전문점을 떠올렸습니다. 재료는 고향에서 직접 공수하고 재료가 없으면 그 메뉴는 만들지 않는 식으로 운영되는 식당이 떠오르더군요. 제 머릿속에는 이것이 혜원이 선택할만한 해답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영화 속에서는 후반부에 친절하게 다 설명해주고 다 보여주죠. '엄마와 함께 쌓았던 음식과 관련된 추억들이 그녀를 지탱해주는 힘이되고 그녀가 찾을 해답에 열쇠가 된다.' 영화를 보면서 혼자서 했던 이런 생각들이 고스란히 영상으로 보여집니다. 맥이 탁 풀렸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 중반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음식때문이었습니다. 집에서 먹는 가벼운 식사들인데 플래이팅까지 완벽하게 끝내더군요. 결코 현실적이지 않은 내용이라서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러다 영화를 보면서 내 멋대로 결말을 상상하게 됐네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에게 드리는 말

 

영화 리틀 포레스트 속에서는 혜원의 엄마가 혜원이를 고향에 잘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 떠날때까지 자연과 음식과 함께 그녀 곁을 지켰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혜원이의 마음 속에 자신과 자연, 그리고 음식에 얽힌 에피소드가 뿌리를 내렸습니다. 덕분에 그녀는 힘든 시간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도피처에서 인생을 버텨내는 새로운 가치를 찾았습니다.

 

지금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있다면 '우리 아이에게는 무엇이 있는가?'를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부모님 세대보다 더 척박한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입니다. 아직 마흔도 안 된 제가 어릴때는 '노는게 일'이었는데 지금의 아이들은 '배우는게 일'이잖아요. 그 아이들이 배울만큼 배우고 세상에 나갔을때 느낄 좌절감에 포기하지 않을만한 무엇인가를 선물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이 건강했던 혜원

 

다른 이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눈에는 고향으로 내려가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혜원이 참 건강해보였습니다. 보통 사람이 좌절이나 절망감을 만나서 넘어지게되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하거나. 영화 속 혜원이는 아주 건강하게 집과 엄마와 얽혀있는 음식들을 직접 만들어서 먹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보듯이 한 끼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만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지는 익히 알고 있겠죠? 그녀는 추억과 음식을 버무려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인다고 뭐가 해결되나?' 라는 재하(류준열)의 말이 많이 서운하게 들렸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제 눈에는 그 때 이미 혜원이는 스스로 기약이 없었을 뿐 답은 찾은 상태였거든요.

 

살면서 '정답'을 찾는 경우가 몇이나 될까요? 1%도 안될겁니다. 서로 너무 사랑해서 결혼해도 '돈' 문제로 헤어지는 일이 흔한 세상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결혼도 정답이 아닐 수 있는 세상에서 과연 몇 명이나 정답을 찾고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한번 고민해볼 문제입니다. 그래서 제 눈에는 혜원의 일상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실제 당사자였다면 그리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제 3자로서 작품 밖에서 보는 입장이었기에 이미 정답을 볼 수 있었는지도 모르죠.)



 

참 편했던 좋은 영화

 

앞서 말했지만 이미 중반에 본 혜원이의 답을 후반에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편하고 좋았던것 같습니다. 화려하고 멋진게 없는데도 처음부터 끝까지 멈출 수 없을만큼 묘한 재미가 있었던 영화입니다. 그리고 재하, 혜원, 은숙이 모두 남자와 여자가 아닌 사람으로 그려져서 좋았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세 사람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습니다. '나는 이 생을 살아오면서 저런 대화를 나눈 친구가 있었나?'라는 의문을 살짝 품어봤으니까요. 꿈 같고 기적같은 세 사람의 모습에 살짝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참 여러가지로 너무 좋았던 영화 리틀 포레스트 였습니다.

 

'슬로우 푸드 라이프' 이 영화의 장르랍니다. 원래 원작에 대한 관심은 없었는데 이 장르 이름을 보고 보고싶어졌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음식 스타일은 반찬을 많이 놓고 밥을 먹는 한상차림이 아니라 메인 1개, 반찬 1개, 물만 놓고 먹는 정식이거든요. 한국판에서는 식사보다는 주전부리 위주로 많이 소개됐습니다만 일본은 다를것 같아서 너무 궁금합니다. 어떤 음식을 어떤 모습으로 내놓을까? 라는 기대감이 있네요. 그래서 조만간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도 구해서 볼 예정입니다.

 

기억에 남는 대사 _ '온기가 있는것은 다 의지가 되는 법이야'

기억에 남는 음식 _ 밤을 졸이면서 설탕을 뿌릴때 나도 모르게 '아~맛밤이구나' 했네요.

기억에 남는 장면 _ 마지막에 엄마의 편지를 읽는 혜원의 모습 (나도 이해가 됐다.)

 

마치 요리왕 비룡을 보면서 느끼는 그런 묘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리틀 포레스트 한국판의 경우 크게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도 없고, 폭력적인 장면도 없습니다. 문란하고 야한 장면도 없습니다. 그냥 젊은이 세 명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아직 못 보셨다면 한번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족 1

저는 단출한 음식을 만들어먹는걸 좋아합니다. 김치, 국, 밥, 찌개, 반찬 몇 가지를 놓고 먹는 식사는 혼자 살아가는 제게는 너무 거추장스럽거든요. 그래서 보통 고기나 빵을 선택합니다. 목살을 구워서 소금에 찍어먹는걸로 식사를 대신하거나 빵에 땅콩버터나 크림치즈를 발라서 먹는걸 즐깁니다. 어쩌다가 한번씩 샐러드 거리와 소스를 사와서 염소마냥 식사를 해치우기도 합니다. 모두 접시가 2개 이상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계속해서 라면, 배달음식으로 폭식만 하고 있네요. 내일은 가까운 마트에 들러서 몇 일 먹을 식량이라도 좀 사와야겠습니다.

 

사족 2

지금의 저도 영화 속 혜원의 상황과 비슷합니다. 다른게 있다면 집 대출금이 매 달 빠져나가고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자동차세, 보험료, 통신요금, 카드값이 매 달 고정비용으로 꾸준히 빠져나간다는 점이겠네요. 저는 답은 찾았는데 아직 '아무것도 안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흔들리면 거기에 휘둘려서 2~3일은 늘어져있고 다시 의욕을 찾았다가 또 시들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운동 부족이라 몸에 생기가 없는 것이죠.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고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겠습니다. 또한 20대, 30대 혹은 40대 중에서도 혜원과 같은 분들이 있을겁니다. 그런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면 '늦기전에 용기를 내라.'입니다. 살면서 '지금 이 순간이 제일 어린 순간'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제 주변에도 삶의 모습에 대해서 고민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비록 제가 그 친구에게 아는 척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신경이 쓰입니다. 전 그 친구가 이 영화를 꼭 봤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20대, 싱글이라서 하고 싶은 일을 해봐도 좋을것 같거든요. '좋아하는 일'에 1년을 오롯이 써도 20대 중반이라서 전 그 친구를 응원하고 싶네요. 남들처럼 학교 졸업하고 취직해서 챗바퀴를 돌다가 결혼하고 아이낳고 살다보면 마흔이 되는걸 그 친구가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걱정도 된답니다. 적어도 제 눈에 그 친구가 좀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눈치거든요. 그 친구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20대 관객들에게 더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네요. (도전하다 실패해도 아직 20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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