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에 해당하는 글 1

비혼주의, 38세 싱글남이 말하다.

일상|2018. 2. 25. 14:02

요즘 심심찮게 포털 사이트의 메인 화면에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비혼주의였는데 결혼하게 됐어요' 그래서 한번은 글로 남길 생각이었는데 이제서야 적어본다. 비혼에 대한 38세 싱글남의 생각, 그리고 나의 결혼관에 대한 이야기.

 

최근 SNS 상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 '비혼' 원래 의미는 '결혼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가치관을 가졌기 때문에 혼인할 의사가 전혀 없는자를 말한다. 미혼의 경우 아직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결혼을 안 한 경우라면, 비혼의 경우 어떤 경우에도 결혼을 할 생각이 없는 경우로 볼 수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못'한게 아니라 '안'한거라는 말은 그저 가정을 이루어 사는 모습을 보편적 가치로 여기는 사회 풍토에 대한 피해의식일 뿐이다. 두 경우 모두 '안'한거다.

 

사실 사회적으로 이 단어가 널리 퍼지는걸 염려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혼' 이라고 하면 어떤 여지를 남겨 귀찮은 상황을 마주할까봐 '비혼'이라고 둘러대는것에 지나지 않는다. 혹은 그저 '유행'에 편승할 뿐이거나. 그 사람이 '비혼주의' 였음을 알 수 있는건 생을 마감했을때 뿐이다. 그 사람이 평생을 혼인관계를 맺지 않고, 정상적인 삶을 살았는가를 봐야되니까. (정상적인 삶의 기준은 개인적으로 불륜을 저질렀는가로 삼는다. 그 외에 비혼주의라는걸 내세워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게 없거든)

 

아마 대부분은 현재의 상황과 불합리함에 두려운 나머지 혼인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낼거다. 거의 모든 기혼자들이 하는 말 '난 돈 벌어오는 기계인것 같다.', '난 애나 키우는 하녀인것 같다.' 남녀를 불문하고 한번씩은 입에 담아봤을 그 말들. 이런 상황에 대한 반감의 확산이 '결혼 거부'로 이어지는 경우가 '진짜 비혼주의자'보다 훨씬 많다. 그런데 이 부분은 '상대방'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부분. 그래서 그들은 그저 '미혼'일 뿐이다.

 

비혼주의에대한이야기

 

38세 남성인 필자는 '미혼'이다. 어릴 때 잘못된 방식으로 살았고, 마음의 문제를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해서 이 나이 즈음의 남자들보다 경제적인 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연애는 사치, 결혼은 기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 정신을 차리니 벌써 마흔을 코 앞에 두고 있더라. 다만 이 부분에 대해서 신경쓰지는 않는다. 사고가 아니라면 앞으로 최소한 50년은 더 살아야되고, 난 내 힘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회 경험을 갖고 있다.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직장은 없지만 직업은 있다. 살면서 이성과 사적인 관계로 발전된 적이 한번도 없지만 그래도 난 '미혼'이다. 왜냐하면 난 결혼제도를 부정하지 않지만 형식적인 부분에 대한 반감이 있고, 이런 내 가치관과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거든. 그래서 난 아직까지 결혼을 하지 못했지만 사람의 일은 모르기에 할 수도 있다. 섣부르게 '비혼'을 입에 담을 생각은 없다.



 

다만 잘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는 것으로 난 내 인생의 2막을 준비한다. 정해진 월급에서 더 오를 기미가 없는 직장, 나이는 먹어가고 나아질것은 별로 없다. 직장을 다니는 이점은 오직 하나, 따박따박 월급이 들어온다는것 뿐.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가지 말라는 손길을 뿌리치고 호기롭게 백수가 되기로 결정했다. 월급을 받으며 현상유지만 해야된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모험'을 선택하는게 낫겠다 싶었다. 혹시 '모험'의 길 한가운데서 함께 걸어갈 '반려자'를 만날지도 모르잖아.

 

내게 결혼은 그런 의미이고 얼마전에 내가 생각하는 모습으로 결혼을 선택한 한 커플을 만났다. 두 사람의 가정 환경이 비슷해서 서로 의지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커플은 20대 후반이 되어 서로에게 좀 더 가까운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히키코모리였던 남자는 아내를 만나면서 세상 밖으로 나와 너무 성실하게 살아가게됐고, 기댈 곳이 없던 여자는 흔들림없이 자신을 아껴주는 남자와 함께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그 둘은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동거부터 시작했고 열심히 일해서 작은 전세집을 얻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신혼 살림은 동거하며 같이 쓰던 살림살이를 가져가기로 했단다. 서로의 상황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충분한 아름다운 커플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본 커플 중 가장 예뻤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결혼에 대한 '두려움'으로 비혼을 부르짖겠지. 안정적인 직장과 직업, 혼자 살아도 충분한데 굳이 둘이 혹은 셋이 살고 싶을만큼 감정이 충분한 관계, 신혼 집, 시댁과 친정 그리고 자신들이 마주하게 될 묘한 삼각관계, 하나가 둘이되고, 둘이 셋이되고, 셋이 넷이되면서 닥쳐올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고민 등등 수 많은 문제들을 생각해야되는 현 시대의 젊은이. 그들에게 '비혼주의' 선언은 당당한 외침이 아닌 비명에 가깝다. 사실 결혼은 그리 많은 것을 염두하고 시작할 필요가 없는데 시작도 하기전에 골치가 아픈거지. '나'도 중요한데 결혼과 동시에 그것이 짖밟힐 수 있다는 두려움일지도 모르겠다. 

 

남의 생에 관여할 정도로 마음이 넉넉한 인생이 아니기에 옳다, 그르다를 나누고 싶지않다. 다만, 난 그저 아직 제 짝을 찾지 못했을뿐이다. 솔직히 30대 중반까지는 그 '열쇠'를 찾을 수 있을거라고 확신했지만 요즘은 '열쇠'를 찾지 못한 채 내 '꿈'을 위해서 살아갈 것 같다. 그래도 가장 친하고, 나에 대해서 제일 잘 아는 친구 한 명은 있었으면 했기에 그런 불안감이 두렵기도 하지. 그래도 난 비혼을 외칠 생각은 없다. 좋은 사람과 우연이 쌓여서 인연으로 남게되면 내가 생각하는 그 '결혼' 하고 싶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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