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해당하는 글 1

나도 불안하지만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

일상|2018. 4. 24. 13:37

오늘 새벽에 어머니께 연락이 왔습니다. 아침 배 시간에 맞춰서 데릴러 올 수 있냐고 물으시더군요. 당연히 된다고 답했습니다. 이미 부를 거라고 예상을 한 상태였거든요. 그렇게 9시도 되기전에 오지 시골마을의 부둣가에서 어머니를 태우고 서산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작은아버지가 어머니가 맡겨둔 해산물을 받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평일에 집에 있는 저를 보시고 '집에서 재택근무하니?' 물으시더군요. 그래서 솔직하게 '퇴직하고 프리랜서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당장 수입도 없고, 미래도 불투명하니 걱정을 하시더군요. 안정적인 직장을 잡고 출퇴근을 하며 평범하게 살고 좋은 여자를 만나서 장가를 가야하지 않냐는 뻔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 작은아버지께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장황한 설명을 늘어놨는데요. 그저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에 대충 '광고'한다며 얼버무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널 믿는다.'며 돌아가신 작은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당연히' 불안하겠지 생각해봤네요.

 

그 평범한 삶, 이제 내게는 의미가 없는데 주변 사람들은 입을 모아서 그 이야기뿐입니다. '마흔이 넘어서까지 기업 블로그를 운영할 수는 없다.'는게 제 입장이고 의사소통이 버거운 제게 평범한 삶은 그림의 떡이죠. 하지만 이 이야기를 아는 사람도, 이해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을 겪어본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전 남의 시선보다 제 가치관을 위해서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으면 되는 일

 

같은 일을하는 커뮤니티에서 어떤 분이 올린 글의 제목입니다. 출퇴근을 하지않고 이 일을 하면서 얻은건 가족과의 추억, 비상금, 은행잔고라고 하시더군요. 아무래도 시간에서 자유로울 뿐 아니라 적성에만 맞으면 평균적인 수익은 기대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사실 제가 이 일을 시작한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제주도에 여행을 가서도 할 수 있는 일' 이었으니까요. 노트북과 핸드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또 나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따라붙는 '말더듬'도 일을 하는데 장애물이 안되죠. 매력적이었습니다. (보험회사, 광고대행사, 게임잡지사 등 많은 직장을 다녔지만 직무능력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잖아요. 사람이 하는 일은 다 거기서 거기, 결국 얼마나 상대방과 잘 어울려서 시너지를 내느냐의 문제거든요. 그래서 어떻게하면 회사가 잘 될수있는지 아는데 제가 그 일을 끌고 갈 수 없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전 이 일에 제 중년을 걸었습니다. 짧으면 반 년, 길면 1년은 맨 땅에 헤딩을 할 각오로 들어왔습니다. 이미 퇴직금 고갈 뒤에 자금 마련 방법도 정해둔 상태입니다. 1년은 버틸 수 있습니다. 그 안에 내 모든걸 걸고 프리랜서의 길에 매달릴 것입니다.

 

나도 불안하다.

 

서른살때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서 3년을 다닌 직장을 그만뒀다. 고등학생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서 수 많은 오해와 분란을 만들었기에 한번은 신춘문예에 도전하고 싶었다. 국내에서 개봉하는 모든 영화를 다 보면서 밤마다 글을 썼다. 그래도 그 때는 불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빈 원고지와 내 엉덩이 중 누가 이기나 내기를 하고 있었다. (하루종일 원고지 앞에 앉아서 한 줄도 적지 못했던 순간도 많다.)

 

그런데 지금은 불안하다. 평범한 사람에게 서른 여덟이라는 나이는 '길'을 찾겠다며 퇴직을 해서는 안된다. 만약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절대로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을거다. 월급을 더 받기위해서 고군분투하며 '어른 코스프레'를 했겠지. 온라인게임이 가당키나 한가? 통화하고 만나고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잘게 쪼개서 일해야된다. 그런데 난 지금 게임을 하며 일을 하고있다. 그게 불안하다는 증거다.

 

결국 그 불안은 단식(물 OR 커피만 섭취)과 게임에 심취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일이 궤도에 오르면 게임의 비중은 현저하게 줄어들겠지만 불안은 그대로겠지. 그래도 포기할 수 없기에 꾹 참고 달린다. 마흔 전에 궤도에 오르면 나의 40대는 지나온 40년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거라는 희망을 품은채 하루하루를 불안과 싸우며 달리고 있다.

 

게임을 하는 진짜 이유

 

내게 게임은 '취미'보다는 '일'에 가깝다. 게임 자체보다 그를 통해서 글을 적는걸 즐긴다. 지금 블레이드앤소울을 하는 이유는 결국 글감을 찾기 위해서다. 유효한 글감을 벌써부터 쓸 수 없기에 가볍고 편한 글감을 찾는 것이다. 전에도 이러다가 잡지사에 취직을 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어린 나이에 싼 값에 쓸 수 있는 효과적인 노동력이었다면 지금은 비싸고 다루기 어려운 노동력이라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것이다. 나 또한 그런 일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게임을 즐기고 있기때문에 무과금으로 플레이를 하고 있다. (진짜 게임에 빠졌다면 돈으로 전장템을 다 맞추고 하루종일 전장에서 굴러다닐거다. 그럼 한 달 생활비는 벌 수 있거든.)

 

이제 보조캐릭터 기본 파밍, 주 캐릭터 천도작 완료로 더 이상 많은 시간을 게임에 들일 필요는 없어졌다. 차츰 블소 관련 글을 올리는 빈도수도 줄어들 예정이다. 원래 정해진 수순이었다. 일이 궤도에 오르면 오를수록 블소는 가볍게 즐기고 일을 하는 비중이 더 늘어나겠지.

 

확신한다.

 

난 이 일에 모든걸 걸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천직'이라는 확신이 들고있다. 마흔의 나는 지난 시간의 나보다 좀 더 평범한 삶을 살기를 바라면서 이 일을 하고 있다.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여행도 다니면서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 프리랜서의 길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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