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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화유기 마지막회 _ 저팔계와 부자

취미|2018. 3. 7. 12:58

일상 속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서 TVN 화유기를 이제서야 봤습니다. 원래 블로그에 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는 남기지 않으려고 했는데 마지막회에서 저팔계와 부자, 아니 아선녀의 한 마디 때문에 적을 수 밖에 없네요. 이승기, 오연서, 이홍기, 이세영, 차승원 등의 배우들이 출동해서 승기군의 제대 후 첫 복귀작으로 선보인 '화유기' 마지막회 이야기를 시작해봅니다.

 

손오공과삼장의러브러브

 

▲ 19회에서 어른의 배드신을 연기한 삼장과 손오공 모습 캡쳐

 

인간계를 구할 소명을 갖고 태어난 '삼장'과 그의 수호신으로 찍힌 '제천대성 손오공'의 해피엔딩 로맨스 화유기. 흥행 보증수표 홍자매의 유치함과 CG의 어설픔이 묘한 조화를 이뤄서 7%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한 TVN의 주말 드라마였어요. 회차를 거듭할수록 방해가 됐던 유치함은 완성되는 사랑의 모습에 맞물려 아릅답게 변했고 작가의 뻔뻔함은 예쁜 러브스토리로 끝을 맺었답니다. '사랑하니까'를 남발하던 유치한 두 사람의 사랑이 '진정성'을 보여주면서 애틋하게 변해버린건 아닐까 생각해봐요. 감정이 행위로 연결되는게 사랑의 본질. 그 행위가 다시 튼튼한 감정으로 변하는것 또한 사랑의 진짜 모습인데 20회에 걸쳐서 보여준 두 사람의 이야기는 그걸 확인할 수 있었던것 같아서 보기에 좋았어요.

 

부자와팔계의애매한이별

 

▲ 부자(정세라)와 저팔계(PK)의 마지막 모습

 

강대성의 음주운전으로 죽음을 맞이한 정세라가 삼장의 피에 의해 깨어난 환혼시(좀비) 부자. 그녀를 알뜰히 살피며 마음을 주고있던 요괴 저팔계, 두 사람의 이야기가 결국 마지막회에서 끝을 맞이했어요. 흑룡을 막기 위해서 죽음을 선택한 삼장이 세상에서 명계(저승)로 사라지자 인간계에 남아있던 부자의 시신은 썩어가게되고 육체의 주인인 아사녀(신녀)는 고유의 힘도 잃고 힘 없이 생존하게된 상황. 100번을 속여도 100번 다 속을 저팔계에게 자신을 태워달라고 부탁을 한답니다. 기 구슬을 갖다달라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려는 저팔계에게 '너 바보니?'라며 이 아이를 위한다면 이제 네 손으로 태워달라고 하는 그녀. 남자의 사랑은 끝나지 않으면 평생 아픔으로 남아 '바보'로 만든다는것을 아사녀는 몰랐을까요? 이미 부자를 아꼈던 저팔계는 그 몸 속에 아사녀가 있다해도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던겁니다. '널 위한게 아니야. 부자의 모습이 흉한게 싫어서 도와주는거야'라는 합리화를 하면서 평생 그녀에게 기 구슬을 갖다 바쳤을거에요. 화유기는 결말을 내야하기에 아름답게 끝났네요.

 

그런데 두 사람은 사랑이었을까요? 썸이었을까요? 요괴와 좀비, 둘의 관계에 결말이 없는데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관계라고 치부하고 무시할 수 있는 문제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이런 관계는 분명히 있겠죠. 호감이 발전해서 관계가 형성된다고해도 그 결말이 없는 사이. 그래서 제게 있어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화유기 속 메인 커플보다 더 눈에 들어왔나봅니다.

 

★ 진심을 갈구했던 이야기

 

극 중 명계로 들어간 삼장이 금강고를 빼주기 위해서 인간계에 하루동안 복귀했을때 목적은 단 하나였습니다. 금강고를 뺀 손오공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었던거죠. 불태워지기 직전에 아사녀는 부자의 진심을 저팔계에게 전합니다. TVN 드라마 화유기는 서유기의 등장인물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허상이었지만 그 안에서 홍자매가 하고 싶었던 말은 '진심' 이었던것 같습니다. 몸을 섞으면서도 상대의 진심을 궁금해하는 연인들, 가식 뒤에 숨겨진 '진심'들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 드라마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만큼 우리의 삶은 가벼운 관계만이 얽혀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유독 마지막회에 그놈의 진심 타령이 많아서 판타지 드라마를 보고 이런 이야기를 적게 되는군요.

 

★ 아사녀의 대사가 기억에 남다.

 

'너 바보니?'라는 대사 한 줄에 이 포스팅을 남겼는데요. 사랑이라는게 뭘까요? 두 사람 사이의 이기심이 이해관계에 맞아서 이루어지는것 아닌가요? 내가 너를 좋아하고, 네가 나를 좋아해서 행해지는 모든 감정과 행동이 사랑이죠. 그래서 연애를 하게 됩니다. 이 연애에 책임감이 더해지고 희생이라는 단어가 끼어들게되면 연인은 또 다른 선택을 해야됩니다. 그것이 결혼이든 혹은 이별이든. 우리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많은 의미들과 혼동하면서 고통을 받게 되지만 사실 흔하게 회자되는 사랑의 의미는 '두 개의 이기심이 결합된 행위'일 뿐이죠. 초반의 감정이 만든 이기심과 함께 한 시간이 만들어내는 가장 특별한 관계라고 포장하고 싶네요.

 

한번도 블로그에 적을 일이 없었던 '화유기' 이야기. 대사 한 줄에 참 의미없는 글 하나를 남겨봅니다. 많은 부분이 어설프고 유치했지만 마지막회는 참 재미있게 잘 봤네요. 근데 PK가 박군의 약자였나요? 전 팔계의 약자인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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