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 시즌2를 기다리며 적는 부부 예능 이야기

취미|2018. 2. 4. 12:53

오늘 오후 9시에 JTBC를 통해 효리네 민박 시즌2가 시작되요. 가수 아이유를 아르바이트로 고용했던 시즌1이 너무 인상적이라 2도 기대가 크답니다. 첫 방송을 앞두고 결혼 장려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글을 봤는데 약간 씁쓸했어요. 누구나 꿈꾸는 모습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걸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네요. 그럼 저도 제가 본 결혼 예능에 대해서 짧게 몇 마디만 보탤게요. 결혼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이 조금 녹아들지 않을까 싶네요.

 

 

효리네 민박 시리즈에 대한 생각

 

시즌 1을 떠올려보면 몇 가지 씁쓸함이 남아요. '잘 나가던 1세대 아이돌 가수', '집이 부자인데 착하기까지 한 남편', '제주도에 그런 집을 짓고 음악을 하며 사는 부부' 이런 반응의 결론은 하나에요. '돈 많고 걱정 없고 자유로운 부부' 이 결론이 부정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모두의 이상향'이 아닐까 싶어요. 넉넉하지는 않아도 부족해서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잘 하는 일을 하면서 여유롭게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 그래서 보면서도 부럽고, 부러우면서도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몰라요.

 

저도 이 예능을 보면서 그들의 일상이 부러웠어요. 다만 제가 다른건 화를 내고 분노하지 않았다는 것. 그 대신 다음달에 직장에 사표를 던졌네요. 돈은 모르겠고, 여유도 모르겠지만 제가 잘 하고,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려고요. 물론, 모태솔로에 싱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어요. 퇴직하기 전에 이직할 곳을 알아보고 나가야된다고 후배들을 가르쳤으면서 정작 저 자신은 모아놓은 돈도 없이 무작정 퇴직을 해요. 참 서른 여덟의 나이에 안 맞는 철딱서니. 근데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이런 선택을 못할 것 같네요. 이 결정에 1g에 영향을 미친게 바로 이 프로그램 속 이상순 & 이효리 커플의 일상이었네요. 음악을 하는건 아니지만 저도 제가 할 수 있고 즐기는 일이 있는데 왜 직장을 다니지? 라는 생각. 짝사랑을 끝내고 홀가분하게 프리랜서의 길로 들어섭니다.

 

이 프로그램을 비롯해 이방인, 살림남, 윤식당 등을 보면서 '부러움'보다는 위로와 격려를 챙겨가는것은 어떨까요? 카메라에 잡히는 눈에 보여지는 것보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 표정, 상황에 집중해보면 될거에요. 전 요즘 '힐링'을 챙겨가는 중. 윤식당 시즌2에서 평범한 외국인들이 식사하며 나누는 대화를 들으면 '힐링' 되더군요. 오늘 시작하는 효리네 민박 시즌2를 볼 때는 그들이 가진 것, 걸친 것보다 그들이 나누는 것에 더 집중해보세요. 의외로 서로 나누는 것들은 모두 우리도 가진 것들이니까요. (예능 보면서 상처받지 맙시다)

 

 

시즌 1에 푹 빠졌던 이유

 

이효리 - 사실 핑클 시절에 효리씨는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저와 비슷한 나이대에 아이돌 그룹이 2개 였잖아요. 전 당시에 SES 유진의 팬이었답니다. (이미 유진씨도 한 가정의 엄마가 되었죠) 이 분에게 집중하게 된 계기는 바로 '블로그', 남들이 환호하고 열광하는 것에 흥미를 갖지 않는 성격인데 효리씨의 블로그는 몇 번 방문했었어요. 첫 방문은 호기심, 그 뒤에는 사진 구경하러 갔었죠. 사진들 느낌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글 보다 사진에 집중했어요. 아마 이 때 무의식중에 거리감이 좀 줄었나봐요. 이 예능을 챙겨봤으니까요.

 

이지은 - IU 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지은양, 드림하이 때부터 알았던것 같네요. 그 후로 그저 인기있는 가요를 부르는 가수 정도의 존재감이었다가 작년에 발매한 앨범에 훅 갔죠. '밤편지'는 당시에 짝사랑을 하며 무한반복, 지금은 '이런 엔딩'을 무한반복 자장가로 삼고 있어요. 원래 좋아했던 '나만 몰랐던 이야기' 의 주인. 짝사랑은 슬며시 지나갔지만 아직 그때 듣던 음악은 남아 팬이 되어버렸네요. 한참 쨍하던 작년 늦여름에는 '푸르던', '무릎', '마음' 까지 플레이 리스트에 추가했다죠. 전 음악에 문외한이지만 제 귀에는 너무 좋아서 확실히 '아이유 팬'이 되어버렸기에 이 프로그램을 챙겨본 이유가 됐죠.

 

위에 이유를 보면 알겠지만 저도, 다른 누군가도 연예인에 대해서 가지는 느낌은 고작해야 저 정도일거에요. 아는게 없죠. 아마 그래서 그들이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에 부러움과 시기, 질투만 남을지도 몰라요. 그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몰라요. 저 또한 이런 류의 예능을 보면 집부터 봐요. 주방 크다, 냉장고가 몇 개네, 거실이 넓어, 마당도 있어, 작업실도 따로 있네, 부럽다. 나도 저렇게 살고싶다. 다 똑같은 생각이겠죠? 근데 거기까지만 해요. 전 제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 되는거니까. 솔직히 전 부부가 마당에 앉아서 기대고 쉬는 장면이 정말 부럽더라고요. 아무래도 제가 꿈꾸는 가치는 물질적인건 아닌가봐요.

 

시즌 1에서 가장 인상깊던 장면

 

여러 장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단연 녹음이었어요. 민박을 온 자매 중 한 분이 자작곡을 만들었다고 밤에 들려줬던 일, "이거 한번 녹음해보면 예쁘겠다" 는 그 말이 진심이었던 일, 이상순의 작업실에서 지은양과 당사자가 함께 녹음했던 일. 제가 이런 류의 예능에서 보고 싶은 모습이었어요. 그 사람은 평생 잊지못할 기억이 되겠죠. 누군가의 일상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기적이 될 수 있는 사실. 전 그래서 이런 종류의 예능을 볼 때 연예인보다 일반인을 더 집중해서 보는 것 같네요. (글 적느라 생각난김에 그 영상을 또 봐야겠네요.)

 

효리네 민박 시즌 2를 기다리며

 

소녀시대 윤아, 박보검 (남녀 1쌍)이 아르바이트로 나온다고 알려진 시즌 2를 기다리는 느낌은 좀 남달라요. 시청을 하는 과정에서 전 백수가 될 예정이고, 실업급여 없이 맨땅에 헤딩을 해야 될테니까요. 시즌 1을 보면서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바랬던 일을 이번에 시작하게 됐으니까요. 이번에는 백수 & 한량이 된 만큼 본방송을 다 챙겨서 볼 예정이네요. 여름이 아닌 겨울에 제주도는 효리네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기도 해요. 어쩌면 이번에 제가 시작하는 일이 잘 된다면 시즌 3나 시즌 4에서는 민박 신청을 할지도 모르겠네요. 문득 든 생각.

 

※ 사실 부부 예능 관찰 프로그램을 결혼 장려 예능으로 보고 사람들의 반응을 올린 글을 보고 이 글을 적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남의 시선에 왈가왈부하기에는 부담이 크네요. 인생에 정답은 없으니까요. 특히 타인의 인생에는 더더욱 그렇죠.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내용만 중구난방으로 적어놨어요. 서로 좋자고 만든 예능에 너무 마음 쓰지 말기를. 우리는 우리가 1cm라도 더 행복한 선택을 하면 될 뿐이라는걸 말하고 싶어요. 보고 싶으면 보고, 보기 싫으면 안 보면 그 뿐. 예능은 그저 예능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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