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에 해당하는 글 3

설현 논란을 보면 이해가 안 된다.

일상|2018. 5. 21. 17:46

평소 즐기는 게임의 자유게시판에 설현에 대한 글이 올라왔었다. '남자들은 앞으로 설현을 좋아하지 않겠다?' 라는 글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싶었다. 연애설이라도 낫나? 검색해봤는데 어이가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사건의 발단은 대략 다음과 같다.

 

수지가 유튜버 중 한 명의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 강경 대응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서 설현이 수지의 sns 계정을 팔로우하고 지지했다. 이와 함께 아이유, 유아인, 유병재의 sns 계정은 언팔로우를 했다. 이에 대해서 '페미니스트'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면서 남자와 여자의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그룹은 아이유의 sns에 찾아가서 후배 가수에게 언팔을 당하니 기분이 어떻냐며 조롱을 했고, 일부 그룹은 설현의 sns 계정을 찾아가서 남자들의 인기를 먹고 살면서 페미니즘은 배신이 아니냐며 조롱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서 문제가 불거졌다.

 

※ 참고로 설현은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밝힌적이 없다. 모두 사람들의 추측에서 시작된 논란이다.

 

음? 페미니즘이 남과 여가 싸워야 할 문제였나? 이해가 안 된다.

 

여자가 다양한 이유로 남자에 비해서 차별을 받는 사회 현상에 대해서 용기있게 대응하는것이 페미니즘 아닌가? 여자라는 이유로 당해야만했던 수 많은 현상에 대해서 여성의 인권을 이야기하는게 페미니즘이다. 이 문제가 남자와 여자가 서로 편을 나눠서 싸워야 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대중적인 사회 인식을 변화시켜야한다. 하지만 한국의 네티즌은 메갈과 일베라는 두 부류로 나누어져 싸우고 있다.

 

사실, 한국의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이는 남자와 여자 두 성별이 가지는 공격성에 기인한다. 상대 성에 대해서 적대시하는 마음이 문제가 된다. 남자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에서만 남녀평등을 외치고, 정작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는 여성임을 강조하는 것을 일반화하여 여자의 페미니즘을 적대시한다. 여자의 입장에서는 외모와 몸매, 여성성을 상품화해서 즐기는 남성들에 대해서 일반화하여 적대시한다. 이 두 가지 입장이 맞물려서 잘못된 사회 분위기를 만들었고 설현의 경우처럼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런 논란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사회적인 피해만 양산할 뿐이고 제 3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당하는 '피해자'만 만들뿐이다.

 

어쩌면 이런 불필요한 논란은 지금 인터넷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세대의 특징일지도 모른다. 엄마들 카페, 여성 커뮤니티에서 성 대결이 아닌 정치 문제에 대해서 그들이 의견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 그런 느낌을 받는다. 게임 속, 게임 밖의 게시판에서 쏟아내는 그 세대들의 이야기를 봐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아무말대잔치' 혹은 '무작정 화내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 그 세대의 상황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 세대의 특징이 더 위험한 이유는 자기 감정에 의해서 무리하는 경우보다 분위기에 편승하기 위해서 타인에 대해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타인을 공격하는게 하나의 재미 혹은 놀이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은 소름끼치게 만든다.)



 

※ 주변에 지인 중 20대인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겪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잔인하고 비열한 학생들의 폭력에 혀를 내두른다. 왕따라는 이름으로 다수의 사람이 소수의 약자에 대해서 행하는 수 많은 폭력이 하나의 놀이로 자리잡은 세대다. 끔찍한 일이다.

 

상황이 그렇다고해도 과연 페미니즘에 대한 맹목적인 공격성을 갖는게 과연 옳은 일인지는 생각해봐야된다. 그리고 나도 잘 모르는 그 '페미니즘'에 대해서 좀 더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된다. 제대로 알고 상호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할것 같다.

 

※ 우리들은 툭하면 '자유', '민주주의', '자본', '시장경제'라며 많은 것들에 대해서 면죄부를 받으려고 한다. 그런데 진짜 그 이념과 체계에는 '책임'과 '의무'가 포함되어있다. 이제 그 책임과 의무에 대한 무게도 느낄 수 있도록 사회를 정비해야된다.

 

나도 잘 모르는 페미니즘, 단어를 찾아봐도 장문의 장황한 글만 나올 뿐 알기쉬운 정보는 없는 그 애매모호한 개념을 보면 씁쓸함만 커진다. ( 아무리 그렇다고해도 이번에 설현에서 아이유로 이어지는 성 대결 구도는 정말 이해가 안 된다.)

 

 

▲ 그룹 AOA 멤버 설현 이미지

 

난 설현을 가수보다 연기자로 먼저 알았고 처음에 상당히 이목을 끄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이후 AOA로 데뷔했을때는 별 감흥이 없었지. 그런데 어느새 상당한 인지도를 자랑하며 승승장구했다. 사실상 내가 설현에게 매력을 느꼈던건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촌녀' 이미지였다. 비슷한 나이 또래에서는 설현과 비슷한 외모 혹은 더 뛰어난 외모와 몸매를 지닌 사람들이 넘쳐날텐데 왜 TV 속에 나오는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에 온갖 추측을 쏟아내며 감정낭비를 하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인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내 주위에도 20대 초중반 아이들은 상당한 수준의 외모를 자랑하던데 굳이 TV 속에 나오는 그림에 매달릴까?)

 

마지막으로 설현 관련 기사에 달린 덧글에 대해서 한마디만 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욕하고 비난하고 조롱을 일삼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본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숫자가 압도적이라는 이유로 그 분위기에 편승하여 상대방에게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낸다. 그러면 좋냐? 혹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라는 영화를 아는가? 지금 세대의 놀이문화는 그 세대보다 1000배는 잔인하고 비열하다. 그리고 이번 설현 논란도 그 본질보다 그저 까기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 논란을 보면서 '페미니즘'을 검색해봤는데 글이 너무 길어서 읽다가 포기했다. 어떤 이유라도 타인의 개인적인 생각과 행동에 제 3자가 비난하거나 조롱할 수 없다. 이제 네티즌도 자신들의 목소리에 객관적인 힘을 실어주려면 '비판적인 사고'와 '정상적인 행동'을 해야되지 않을까? 언제까지 익명이라는 이유로, 온라인상의 표현의 자유라는 이유로 타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폭력을 즐길 것인가? 인격장애를 겪는게 자랑은 아니잖아.

 

※ 내가 2000년대 중반에 이준기 연기력이 보기 민망할 정도라고 불만글을 적은 적이 있다. 그 때 욕으로 도배된 덧글만 900개가 넘었다. 이준기 팬클럽이 성지순례를 왔다며 열심히 욕설을 남겼지. 그런데 그 때는 귀여웠다. 그런데 요즘 논란이 되는걸 보면 다들 '화를 내고 싶어서 환장한 상태'로 보인다. 걱정보다는 무섭다는 표현을 하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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