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해당하는 글 1

2010년 경주 불국사 다녀온 이야기

일상|2018. 5. 3. 13:18

한참 쉬고있을때 무작정 떠나고 싶어서 심야버스에 몸을 싣고 찾아갔던 경주. 서울에서 자정 무렵에 출발하는 경주행 고속버스를 타고 떠났던 기억이 나네요. 경주 터미널에 도착하니 새벽 4시 30분이었어요. 편의점에 간판만이 환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그 외에는 모두 칠흙같은 어둠이 덮었던 시내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 지금은 많이 발전해서 관광도시로 변했다던데 2010년 이후로 가지 않았네요. 이 글은 8년전에 충동적으로 심야버스를 타고 방문했던 경주 이야기입니다.

 

 

▲ 예전에 없던 일정이라 급하게 화장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찍고 출발을 했던 여행입니다. 대책없는 장발을 고수할 때였죠. 지금보니 이 때는 그래도 손가락에 살이 덜 쪘었네요. 가느다란 손가락이 제 소망인데 이 때로 돌아가고 싶네요.

 

 

▲ 1박2일을 생각하고 눈에 보이는대로 배낭에 집어넣은 모습입니다. 결국 그 날 저녁 전 다시 서울로 올라왔죠.

 

 

▲ 새벽 5시쯤 경주 터미널에서 앉아있을수가 없어서 택시를 타고 석굴암으로 갔습니다. 30여분이 지나자 날이 밝으면서 해가 뜨더군요. 석굴암 매표소 앞에 난간이 해돋이 명소라는걸 그 때 알았습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찍어봤습니다. 제가 사진을 더 잘 찍었다면 안개가 깔린 배경과 함께 담았을텐데 2010년에는 막 dslr에 입문했을때랍니다. (그 전에는 하이브리드 카메라를 중고로 사서 썼었죠.) 사진보다 더 멋진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곳이었어요.

 

* 제가 새벽 5시 30분쯤 석굴암 입구에 도착했을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주차장에서 해가 뜨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날이 밝아오자 사람들이 몰려나와서 난간에 진을 치더군요. 그 때의 당황스러움이란 참 아득하네요. 다시 가게되면 꼭 일기예보까지 확인해서 멋진 해돋이 장면을 담을거에요.

 

 

▲ 석굴암 입구쪽에 있던 건축물입니다. 사실 해가 뜨기 전에 찍은 사진도 있는데 더 밝아서 이 사진을 올려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건 푸른 빛 가득한 새벽녁의 사진이에요.



 

해돋이를 보고 좀 더 기다리면 석굴암 매표소에 직원이 들어갑니다. 표를 받아서 석굴암까지 걸어가면 되는데 매표소에서 석굴암까지 나무가 빽빽한 숲길로 이어져서 가족 단위로 구경하기에 좋습니다. 석굴암 내부는 오래된 건축물이지만 전 그 곳까지 가는 숲 길이 너무 좋더군요. 다람쥐, 청솔모도 볼 수 있고 푸릇푸릇한 생기도 느낄 수 있었어요.

 

 

▲ 숲 길과 석굴암을 감상하고 나오면 바로 불국사로 갈 수 있습니다. 도로를 따라 차로 이동할 수 있는데 저는 돌계단으로 이루어진 오솔길로 내려갔습니다. 불국사와 이어진 등산로랍니다. 가다가 체력이 고갈되어 (여름에 특히 체력이 바닥을 기어다닙니다.) 땀을 식히느라 휴식하는 모습입니다. 한 30분은 여기에 누워서 잠을 잔 것 같네요. 서른 살짜리 남자의 체력은 아니죠. 지금은 저 때보다 체력은 좋아졌습니다. 피부가 늙어서 그렇지요.

 

 

▲ 여름날 오전의 불국사 모습입니다. 초등학교를 다닐때 수학여행으로 와서 본 것과는 확실히 다른걸 느꼈습니다. 단청, 한옥, 계단, 기와 등등 제가 좋아하는 이미지를 충분히 구경했답니다.

 

 

▲ 한국 특유의 기와 지붕 모습이라서 파란 하늘과 같이 담으려고 찍었던 사진입니다. 지금 다시 꺼내보니 각도가 어긋났네요. 아마 이때부터 제 멘탈이 이탈했나봐요.

 

 

▲ 옛 모습 그대로의 단청 모습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장소입니다. 단청 밑에 그늘과 여름의 햇빛이 대비되서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다시 간다면 이 장소에서 좀 더 좋은 사진을 만나고 싶네요.

 

 

▲ 2010년 여름의 불국사 모습입니다. 경내에서 신라 시대의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답니다. 또 외곽에 경주 특산물과 차를 맛볼 수 있는 장소도 있으니 여유롭게 여행한다면 들러서 시간을 흘려보내는 즐거움을 느껴봐도 좋을거에요.

 

개인적으로 저는 불국사에서 숲과 잘 어우러진 사찰의 모습에서 좋은 느낌을 받았어요. 나중에 강의를 통해서 들은 이야기인데 산 속에 절을 지을때는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해서 위치를 잡고 숲을 이용한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도로가 발달해서 사람들이 사찰 앞까지 차를 몰고 오지만 애초에 절을 지을때는 입구에서 경내에까지 들어오는 기 길에 불교적인 의미들을 담아서 짓는다고 합니다. 비록 시멘트로 만들어진 주차장이 코 앞에 있어도 현대의 불국사는 그 나름대로 자연과 잘 어우러져 진짜 사찰의 모습을 볼 수 있는것 같습니다.

 

원래 경주 불국사 여행의 백미는 안압지 아경을 찍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내에서 왕릉들을 구경하다가 제 멘탈이 탈주를 하는 바람에 오후 늦게 도망치듯이 서울로 돌아왔던 기억이 나네요. 8년이나 지났는데 이제는 괜찮을까? 한번 또 시험을 해보고 싶네요. 최근에 집에 틀어박혀서 게임이나 하는걸 보면 아직도 그 상태인것 같아서 꼭 한번 제 자신을 시험해봐야겠습니다. 올 해 안에 가 볼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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