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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교복 청와대 청원에 대한 생각들

일상|2018. 3. 16. 11:52

얼마 전 네이버 메인에 여학생 교복에 대한 글이 메인에 올라왔다. 몇 차례 논란이 있었기에 클릭해서 봤는데 두 분이 열심히 토론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흡사 몇 년전에 있었던 '여자가 꾸미는 이유가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라는 논란을 보는것 같았다. 쉽게 말해서 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서 두 사람이 자신의 생각이 옳다며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 모습이 씁쓸했다. 결국 그 논란은 문제의 본질을 흐려서 여론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걸 모를까? 아니면 애초에 청원자들이 겪는 불편함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을까? 자신의 비위에 맞지 않는 생각을 말했다고 분풀이에만 열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다.

 

예시로쓰는광고

 

▲ 본문에서 소개됐던 교복 광고 중 일부의 모습

 

사건의 본질

 

내가 학교 생활을 할 때는 불편하지 않은 교복을 입고 다녔다. 학생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교복의 길이나 폭을 줄이는 일은 있었지만 원래의 디자인은 활동하기에 불편함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것 같다. 오죽하면 '아동복 사이즈보다 작은 10대 후반의 여학생 교복' 영상이 화제가 될까? 실제로 그 옷을 입는 사람들은 너무 불편해서 법으로 강제해서라도 불편함을 풀어달라고 청원하고 있다.

 

핵심이 빠졌다.

 

청원을 할때 고려되면 좋은 부분이 있다. 바로 현실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원래의 교복은 슬림핏에 짧고 불편한 치마가 아닌데 업체에서 자사 제품을 많이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동일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불편하게 만드는 것인지, 디자인이 완전히 바뀌면서 무엇을 사더라도 불편한 제품만 선택할 수 밖에 없도록 바뀐 것인지에 대한 문제나 교칙에서 체육 시간을 제외하고는 체육복을 입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지, 있다면 이에 대해서 변경해줄것을 요구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문제등이다.

 

정말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상황을 정확히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은 불편함만 호소할 뿐 학교, 학생, 업체가 직면한 어떤 상황도 나오고 있지 않다. 학교와 업체는 그런 말을 꺼내지 않겠지. 학생들이 청원을 해도 어른들이 쓸데없는 소리로 시간을 낭비하다가 조용히 묻힐테니까. 난 이번 청원이 그렇게 흐려질까봐 걱정이 된다.



 

사람들이 특정 사용자의 불편함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존재하는게 아니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요구할때는 자신도 그만큼의 준비를 해야된다. 청원 게시판이라고 '~해주세요' 라고 글만 올리면 알아서 해결해주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다. 이게 현실이다.

아이돌모델인데?

 

▲ 2016년 걸그룹 걸프렌드가 모델인 교복 광고 사진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서 학생이 아닌 여성에 대한 논쟁이 많이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논의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굳이 왜 그런 논쟁이 벌어지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분명 사용자인 학생 중 일부는 불편한 교복으로 인해서 청와대에 청원까지 넣는 상황이다. 그럼 그 사용자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된다.

 

예쁘게 보이는 옷을 입고 싶어하는 10대 학생의 취향에 맞춘 교복이더라도 모든 학생이 그런 디자인의 옷을 강요받는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런 현실을 파악하고 최대한 사용자의 불편함을 해결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적어도 방법을 찾으려는 논의가 사용자들을 '여자'로 보고 불필요한 말싸움으로 얼룩진 논의보다는 더 많아야된다.

 

예를들면 체육복을 입고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조정을 하면 교복 자체가 불편해도 학생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생긴다. 하복은 몰라도 동복은 재킷이 포함되니 블라우스 대신에 다른 상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치마와 바지를 혼용하는 형태로 약간 바꿔도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투표를 해서 교복을 캐쥬얼하게 바꾸려는 노력을 해 볼 수도 있다. (물론 전문가의 조언도 필요하다.)

 

사실 제일 좋은 방법은 작정하고 뜯어고치는 것이다. 예쁜걸 좋아하는 학생을 무시하고 편한 교복으로 다 바꾸는게 제일 편한 방법이다. 하지만 '편하다는 것은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대안책을 고민하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것을 전부 다 뜯어고치는 방식은 현실성이 없으니 실현 가능한 대안을 빠르게 적용하는게 사용자의 불편함을 줄이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이 논란을 보면서 안타까웠던 이유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앞서 말한데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않는 논의가 너무 많다는 점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상술이 지나치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이를 둔 분들은 알겠지만 한국은 유별나게 '아이들 관련 산업'이 참 쏠쏠하다. 몇 배를 부풀려서 팔아도 울며 겨자먹기로 사야되는 제품의 특성 때문이다. 그 아이들의 범위가 의무교육과정으로 여겨지는 '고등학생' 까지인게 현실이다. 특히 학교와 관련된 산업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일들도 벌어질만큼 짭짤한 수익성을 보장한다.

 

사실상 '장사'를 하면서 '교육'을 한다고 위선을 떠는 한국의 교육이 이번 청원을 통해서 얼마나 변할지 궁금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청원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을 우리는 어떻게 방치했고 그 결과가 어떤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거든. 또, 항상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던 이야기가 이번에는 사용자 본인, 학교의 주인, 인간으로서의 학생이 위로 올려보낸 이야기다. 이번 청원이 어떤 결과로 귀결되는지에 따라서 우리가 '교권'을 입에 담을만한지 확인해볼 수 있겠다. 아무일도 없거나, 현실성 없는 대책을 내놓거나, 학생들에게 책임을 넘긴다면 한국에서 교사는, 교육자는 그 위치에 맞는 대우를 받을 이유가 없다. (군인에게 별은 장군이다. 민간인에게 별은 그저 아저씨다. 학생에게 직장인으로서 살기 바쁜 교사는 뭘까? 자기들 덕에 밥먹고 사는 나이 많은 사람 정도겠지? 한번 지켜보자.)

 

대안이 꼭 공표되기를 바란다.

 

이 문제는 당사자인 학교, 이해관계인 업체의 입장을 배제하고도 내놓을 수 있는 대안책이 있다. 학생(교복의 실제 사용자)이 교복 외에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만 보장해주면 된다. (업체에서는 자신들의 제품이 학생들에게 판매되고 입지 않아도 이윤에는 지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아무런 논의나 실행 없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꼭 잡음이 적은 방법을 찾아서 현장에 적용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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