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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독전 감상후기 : 재밌는데 말이 많은 작품

취미|2018. 7. 6. 15:48

최근에 영화 독전을 봤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와서 극장에서 보고 싶었으나 뭔가 싸한 기분이 들어서 미뤘던 작품인데요. 막상 한번 틀어놓으니 넋 놓고 결말까지 다 봤습니다. 그 정도로 재미있었고 시간 가는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볼만했어요. 다만 물음표를 계속 띄우면서 봤습니다. 작품을 다 본 뒤에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어보니 욕과 불만이 많더군요. 이렇게 말이 많은 작품인건 몰랐습니다.

 

* 그 불만글 대부분은 영화 독전의 초반부에 이선생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며 시나리오의 품질을 문제삼았는데요.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볼 경우 초반에 이선생 찾기를 왜 하죠? 영화 중반을 넘어서 후반으로 갈때까지도 모든 사건의 배후가 이선생이었는데 왜 류준열이 보였죠?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고 한번 더 봤는데 이해가 안되더군요. 혹시 그분들은 다른 사람들의 글을 미리 본 뒤에 이선생 찾기에 몰두했던건 아닐까 싶네요. 작품 속에서도 이선생이 누구냐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는데 (사실 이게 가장 큰 단점) 관객들이 그거 맞추고 노잼이라고 말하는 꼴이라니 좀 우스웠습니다.

 

 

▲ 영화 독전의 포스터 모습입니다. 수 많은 디자인 중 왜 이 사진을 골랐을까? 어쩌면 이 사진이 제 느낌입니다.

 

분명 영화는 재미있고 볼만했습니다. 주연보다 조연 쪽에서 연기력이 폭발하는 바람에 중간중간에 무념무상 상태가 되기도 했죠. 솔직히 진하림(故 김주혁)과 보령(진서연)이 나온 뒤에는 조진웅, 류준열 이하 모든 배우들이 맥아리가 없게 느껴졌습니다. 억지스러운 분노나 화가 너무 많이 보였죠. 그나마 2번을 보고 난 뒤에 류준열 캐릭터는 이해가 됐습니다. 그 외에는 모든게 의문투성이였어요. 이게 재미있게 본 영화에 대한 제 평가입니다. 킬링타임용 작품으로는 나무랄곳이 없는 작품이지만 한번 더 생각하면 꼭 담았어야하는 내용도 생략된 아쉬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후기는 이게 전부고요. 이제부터 영화를 본 뒤에 제 개인적인 생각을 남겨봅니다.

 

1. 전체적인 내용에 대한 개인적인 정리

 

락(류준열)은 어릴때부터 약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약을 하지는 않고 만들어진 완제품을 유통하는 일을 했죠. 그러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에 이학승 회장을 만나게 됩니다. 회장과 고사바리(약상인) 관계가 발전하면서 회장 주변 인물들과 연결고리가 생기고 시스템을 얻었을겁니다. 그 상황에서 회장은 늙고 노쇄해서 점점 약해졌고 락이 주도하는 판이 들어서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락은 2번의 폭파 사건을 일으켜서 자기 사람인 오연옥(김성령)에게 힘을 실어줍니다. 물론 오연옥의 윗선은 락의 얼굴을 알고 있기에 모두 제거하는 목적도 있었을겁니다. 단순한 상인일때 회장의 도움으로 넓힌 인맥이 방해가 된 것이죠. 최종적으로 락은 이선생이라는 콜사인으로 활동하며 이학승 - 오연옥 or 브라이언 라인을 작동시킵니다. 그리고 자신은 외부 연락책(약상인)으로만 활동을 합니다. 결국 이선생을 아는 인물은 오직 한 명인 이학승 밖에 없는 상황이죠.

 

이 상태에서 농아 남매가 등장합니다. 이 남매는 오연옥을 키우기 전에 만났을수도 있습니다. 락과 남매가 라이카를 만들고 오연옥이 마케팅을 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이선생의 콜사인은 유명세를 타게됩니다. 아마 이 시점에서 공권력의 목표물이 됐을겁니다. 이 상황에서 이선생은 중국으로의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서 진하림에게 샘플을 보내고 국내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게 됩니다. 이제 이선생이 나가서 거래만 성사시키면 막대한 부를 축적하게 되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이때 브라이언(차승원)이 그 막대한 부를 가로채려고 일을 꾸몄습니다. 이선생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오직 이학승 뿐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이학승을 제거하고 자신이 이선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간부진을 공장 폭파를 통해서 통째로 날려버렸습니다. 그러면 라이카를 자체 생산할 수 있고, 신제품까지 개발된 상황에서 이선생이 누구든 상관이 없거든요.

 

※ 소금공장에서 뜬금없이 브라이언이 락을 일에서 제외시키라고 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위로금을 전달하면서 말단 서대리에게 자신이 이선생인것처럼 보이려고 했지만 락이 묻죠. '이선생님이 자신을 알고 있냐? 이 위로금이 그분의 뜻이냐?' 이 질문으로 인해서 락은 자신이 이선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확신했고 제거를 결정했던 것입니다.

 

그때까지 십 수 명이 이선생을 사칭하며 그 유명세를 통해서 푼돈을 욕심냈지만 브라이언처럼 큰 그림을 그리고 일을 저지른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락은 당황했다가 가짜 이선생을 잡기로 결심합니다. 그 때 눈 앞에는 원호(조진웅)가 맑은 눈빛으로 잡을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죠. 눈 앞에 있는 락이 이선생인지도 모르는 원호를 류준열이 가짜를 잡는데 이용하면서 영화 독전이 시작됩니다.

 

참고로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짜맞춘것입니다.

 

2. 락(류준열)의 극 중 나이는 30대 초반일 가능성이 크다.

 

양어머니에게 발견될 당시에 락의 나이는 8살, 그 부부의 아들이 사망한 나이는 4살입니다. 두 사건이 같은 해에 벌어졌다면 락은 12살의 나이에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게됩니다. 서류상 나이가 28세였으니 많으면 32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그럼 오연옥이 이학승 회장을 빗대서 고사바리 꼬봉을 십 수년 했다가 팽당했다고 말했으니 12~3년을 가정해보면 락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약상인을하면서 이회장을 만났다고 예상할 수 있고 앞뒤도 맞죠. 만약 농아남매를 만난것이 20대 초반이라면 오연옥을 실세로 키운 폭파 사건도 전부 말이 됩니다. 

 

3. 가장 이해가 안되는 세 가지

 

1) 왜 박선창(박해준)은 락이 이선생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나?

 

극 중에 박상무가 서대리에서 너희들만 라이카를 만들거라고 생각해? 이제 다 망했어라며 락을 비웃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라이카는 오직 소금공장 기술자가 만들어냈다는 말이지요. 그 기술자를 컨트롤 할 수 있는건 오직 서영락 뿐입니다. 그런데 락은 이선생이 누구인지 모른다네요. 약도 안하는 상인 하나가 중국거래 총책을 맡고 주력 제품을 만드는 기술자를 컨트롤하는 상황에서 적어도 박상무는 락을 의심했어야 정상적이죠. 그런데 끝까지 몰랐습니다.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로 영화를 봤다면 박상무가 락에게 저 말을 했을때 아 락이 이선생이구나 라고 의심해 볼 여지가 생깁니다. 그 전까지는 전혀 그럴 건덕지가 없죠.

 

* 물론 류준열이 경찰에 협조하는 과정이 너무 엉성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서도 차승원에게 그러잖아요. '개는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보기에는 왜 저래? 싶었는데 그게 진짜였던거에요.

 

2) 원호는 왜 이선생에게 그렇게 집착하는가?

 

설마 초반에 나온 수정(금새록)의 복수 때문이라고 변명하지는 않겠죠? 그건 너무 성의없잖아요. 솔직히 영화 독전의 전체 내용에서 원호의 동기가 제일 빈약합니다. 그냥 열혈 형사일뿐이죠. 솔직히 이 부분은 저도 짜맞출 건더기가 전혀 없네요.

 

3) 농아 남매는 어떻게 터미널에 들어갔는가?

 

원호와 락, 소연(강승현)이 터미널에 들어갈 때 보안요원으로 여직원 1명, 남직원 1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경찰이 들이닥쳐서 연구실에서 인원파악을 할 때도 그 요원 2명을 포함했습니다. 그럼 농아 남매는 언제 들어간거죠? 언제 어떻게 터미널 내부 깊숙한 곳에 위치한 공간에 들어가서 이미 약이 투약되고 있는 락을 구해내고 박상무의 팔을 잘라서 연구원에게 배달을 보냈을까요? 더군다나 연막탄과 방독면, 부피가 큰 자동소총까지 들고 들어갔네요. 어떻게 들어갔죠?

 

* 터미널 내부 인원이 모두 이선생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도 말이 안됩니다. 정체를 아는건 오직 이학승 뿐이었으니까요. 이런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전 결말을 본 뒤에도 B급 영화치고는 괜찮네.라고 생각했습니다.

 

4. 15세 등급 산정은 신중했으면 좋겠다.

 

영화 신세계가 청소년 관람불가였습니다. 충분히 그럴만 했지요. 그런데 영화 독전이 15세 관람가네요. 문제가 있습니다. 진서연씨의 상반신 노출 부분을 이유로 이런 말을 하는게 아닙니다. 사실 그 장면은 문제거리가 아닙니다. 무조건 특정 부위 자체가 문제가 되는건 아니거든요. (솔직히 요즘 첫 관계 시작 연령이 12세인데 무슨 저런게 문제가 되겠습니까) 제가 15세 등급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부분은 바로 약에 대한 부분입니다. 저도 진하림 부분에서 '과연 어떤 느낌일까?' 라는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그 정도로 진하림, 조진웅의 약 연기가 압권이었어요. 야한 장면이나 폭력 부분은 요즘 10대에게 그리 충격적이지 않은 수준이라서 상관없지만 약과 관련된 부분이 문제라서 청불 판정이 나오는게 맞았습니다. 앞으로는 더 신중했으면 좋겠네요.

 

* 20대, 30대도 영화를 보고 온라인에 욕설을 포함한 과격한 표현으로 후기를 적는 상황입니다. 그 욕설글에 공감과 응원 덧글이 무수히 달려있습니다. 소위 어른이라는 것들도 저런 수준인데 15세 관람가는 너무 무책임한 결정이었습니다. 

 

5. 마지막으로 락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결말 부분을 정리해봅니다.

 

자신이 이선생이라는걸 알고 있던 유일한 사람인 이학승이 사망했습니다. 예전의 폭파 사건, 라이카 개발 및 유통의 핵심이자 저작권자면서 자기 사람에게도 악마라고 불렸던 이선생은 이학승을 통해서만 존재가 가능한 유령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유일한 끈이 떨어져나갔습니다. 이제 자기 입으로 정체를 밝혀도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으면 끝입니다. 돈, 지위 모두 사라졌지요. 이 상황에서 그에게 남은건 무장한 인원 10여명이 불시에 습격해도 다 처리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제조 기술자 2명뿐입니다. 원호 덕분에 가짜를 찾아내서 응징한 이선생에게 남은건 오직 180억원뿐이죠. (진하림에게 받은 최상급 원료로 만든 약품) 원래 자신의 존재 자체가 불분명했던 락에게 양부모님이 사라지고 그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이학승이 사라지면서 이 세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을겁니다. 그래서 가짜 이선생을 경찰에게 던져주고 해외로 나가서 죽은듯이 살게되지요.

 

그렇게 잊고 살고 싶었을겁니다. 그에게 남은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누군가 자신의 목숨을 거둬가기 전까지는 그냥 시간을 보내며 살아있으면 되는겁니다. 그때 원호가 찾아왔고 이미 도구로서 그 쓰임을 끝낸 원호를 본 락은 어쩔 수 없이 그를 쐈을겁니다. '네가 이선생이지?'라고 공식적으로 원호가 락에게 묻지 않았기때문에 살려둔 원호가 굳이 그 먼 곳에 찾아와서 이선생 이야기를 꺼냈으니까요. 쏘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이 이선생이었다는걸 아는 사람은 제거를 해야했으니까요.

 

* 세상에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저 살아있기에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락의 경우도 후자라고 생각됩니다. 그가 보여준 모든 순간의 복색, 해외로 간 뒤에 사는 모습을 생각했을때 마음이 죽어버렸다고 생각했거든요. 행복이 무엇인지, 자신이 행복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아니 굳이 행복할 필요가 있는지조차 생각한적 없는 무생물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봤다고 할까요? 이 생각까지 오니까 모든 순간에서 보여준 락의 표정들이 이해가 됐습니다.

 

막 제 멋대로 이야기를 만들고서야 겨우 영화 독전 감상후기를 적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리뷰에 첫 장면에서 원호가 차에 넣던 기름이 락의 집에서 기름을 넣던 농아남매의 것이라며 마지막 한 발의 총성은 원호가 쏜 것이라고 말하는걸 봤습니다. 그런데 원호가 잡고있던 기름통은 검은색이고 남매가 넣던 기름통은 흰색입니다. 아니라는 말이죠.

 

아마 원호는 락의 개인사를 들으면서 많이 흔들렸을겁니다. 넌 살면서 행복한 적이 있냐는 말을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태에서 했으니까요. 그에 비해서 락은 이미 좋고 나쁨이 없는 시체같은 삶을 사는 인간입니다. 그가 살려주려던 도구가 약점이 되려고 찾아왔으니 처리하는건 당연한 일이었겠죠. (오연옥을 실세로 만들려고 자신을 아는 모든 간부진을 몰살시킨게 바로 락이었으니까요.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솔직히 감상후기를 적지 않았다면 '꽤 재밌는 영화네'하고 지나갈 수 있었을텐데요. 굳이 후기를 적어서 궁금증을 담아내려니 사족이 길었습니다. 시간 잘 갔고 볼 거리도 많았거든요. (전 농아남매와 락이 수화 통역해줄때 웃겨서 뒤집어지는줄 알았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보면 아주 재밌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이야기들은 제가 이해력이 부족해서 나름대로 짜맞춘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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