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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기전 후기 (2008)

취미|2018. 5. 6. 16:27

벌써 이 영화가 개봉한지 10년이 지났다. 직접 보고, 컴퓨터로 보고, tv에서도 보니 대략 10번은 넘게 본 것 같다. 너무 오래된 작품이라 후기를 적은 기억이 없는데 어제 또 보게되서 한번 남겨본다.

 

먼저 밝혀두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다.

 

첫째, 이 작품은 중국의 동북공정 작업과 혐한 분위기에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그래서 민족주의적 색채가 깊을 수 밖에 없습니다.

둘째, 우리의 역사에서 단 한번 세계적으로 우뚝 섰던 때가 있습니다. 바로 세종대왕 시대입니다. 과학, 기술, 천문 등의 분야는 물론 복지에 대한 것까지 모든 것을 통틀어 가장 우수했던 시대입니다. 신기전은 이 시대에 등장한 실존 무기입니다.

 

※ 아마 지구의 역사를 통틀어서 권력의 생성, 집권을 거쳐 왕조 국가로 발전하는 본래의 의미가 실현된 시대는 조선, 그 중 세종시대 밖에 없을 것입니다. 올바른 정신과 가치관을 가진 절대 권력자가 세상을 바꾼다.는 교과서적 원리가 실현된 시대입니다. 아마 인류가 멸망할때까지 이런 사례는 다시 나오지 않을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운 좋게 세종이 왕족의 핏줄이었을 뿐이니까요. (솔직히 세종대왕이 돌연변이였죠)

 

 

▲ 포스터는 많이 과장된 내용이 들어갔습니다. 2008년에 우리의 현실을 알 수 있죠. 중국의 동북공정에 실효성 있는 항의조차 할 수 없는 힘 없는 국가였으니까요. (지금도 달라진건 없습니다. 다만 중국이 이미 동북공정을 통해 내부의 시선을 외부로 돌려야할만큼 불안정하지 않습니다. 시진핑 장기집권 체제가 구축됐죠.) 아마 그에 대한 영향으로 저런 카피가 나온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정확히 세종 시대까지가 이성계가 세운 조선입니다.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키고 무기를 만들고 그들과 외교를 할 수 있었던 나라 조선의 모습은 딱 세종대왕 때까지입니다. 이후 조선은 조카를 폐위하고 왕위에 오른 세종의 아들 진양대군을 시작으로 중국의 속국으로 전락합니다. 이후 선조 때까지 부정부패의 시대가 이어져 임진왜란을 겪게 되지요.)



 

신기전이라는 영화는 마지막 조선의 찬란한 용기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명나라와 기술 경쟁을 했고 사대의 예가 아니라 형제의 위치에 설 수 있었던 마지막 순간을 담은 영화죠.

 

영화 속 대부분의 설정이 과장된 상상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명나라가 중국을 통일했을때와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했을때가 비슷한 시기입니다. 적어도 세종 시대까지는 조선이 명나라의 개는 아니었지요. 과장된 상상력은 맞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영화 속 이야기와 비슷하답니다. 그렇기에 세종대왕이 권력층의 일반적인 행태에서 벗어난 행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세운 우리나라였으니까요.)

 

또한 중국이 화약을 만들고 기술을 발전시킨것은 맞지만 기존의 기술을 더 정교하고 위력적으로 만든것은 조선입니다. 이미 1세기 전에 만들어진 중국의 화차를 개량하여 신무기로 발전시킨것은 중국의 손이 아니라 조선의 손이었습니다. 대신기전의 경우 서양에서 비슷한 성능의 것을 만들어내기 350년 전에 세계 최초로 나온 무기입니다.

 

영화 후반부에 명나라와 여진의 10만 대군을 몰살시키는 장면이 1000배는 과장된 설정이라고 하더라도 그 의미 자체가 과장된 것은 아니랍니다. 적어도 세종 시대의 조선은 문화, 기술, 과학, 인권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국가였으니까요.

 

대신기전의 의미를 굳이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서양의 것이 나오기 전까지 화포는 폭탄을 쏘는게 아닙니다. 포에 화약을 넣고 목각을 껴서 화약의 폭발력으로 철탄을 밀어내는 기능만 했습니다. 즉 실제로 화포가 발사되면 적에게 날아가는건 폭탄이 아니라 철탄입니다. 배를 부수거나 사람을 때려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임진왜란때의 화포도 같았습니다. (가끔 사극에서 임진왜란을 다룰때 포탄이 날아가서 배에 불이나는데요. 그건 픽션입니다.) 

 

그런데 세종 시대의 대신기전은 탄두가 있었습니다. 날아가서 폭발하는거죠. 정말 큰 의미입니다. 참고로 현재의 군사용 포는 고폭탄두와 수철이 들어있습니다. 날아가서 탄두가 땅에 닿아 터지면 그 폭발력으로 탄의 몸통이 깨지면서 속에 들어있던 철조각(구슬)이 사방으로 튀는 형태입니다. 이를 통해서 살상력을 확보하죠. 이 개념이 당시 신기전에는 적용되었습니다. (소, 중 신기전은 화차로 볼 수 있지만 대신기전은 현재의 미사일로 볼 수 있는 로켓의 형태를 보여줍니다.)

 

비록 영화 신기전이 많은 부분에서 역사왜곡 논란을 일으킬만한 소지를 갖고 있더라도 그 의미를 담아냈다는 점에서는 나무랄데 없는 좋은 작품입니다. 현대적인 시선에서 신기전(소, 중, 대)을 다루다보니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논란이랍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땅에 다시없을 찬란한 시대의 업적을 다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 정도 과장은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세종 이후 장기간의 평화가 찾아오면서 유교적인 가치가 우선되면서 기술과 문화가 퇴보했습니다. 조선의 모습은 무능하고 부패하죠. 이성계가 만들고 이방원이 다지고 이도가 완성한 조선은 딱 그때까지였습니다. 영화 신기전을 보면서 후반의 대신기전을 통해서 느낀 벅찬 감동과 함께 아쉬움이 드는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것 같습니다.

 

개봉 당시에는 구성이 어설프다. 개연성이 떨어진다. 억지스럽다는 평이 상당히 많았는데요. 요즘 나오는 영화들보다는 훨씬 스토리가 좋은 작품입니다.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스토리에 잘 먹어들어가는건 2010년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주는 특징이 아닌가 싶네요. 요즘 나오는 작품들은 그런 맛이 많이 떨어지거든요. (화면도 예쁘고 배우들도 다 잘 해서 멋지게 만들었는데 맛이 좀 부족한 느낌) 그런면에서 영화 신기전을 10번 넘게 봤지만 아직도 재미있게 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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