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에 해당하는 글 2

노멀크러시(normal crush)에 대한 생각

일상|2018. 3. 10. 12:20

2018년의 화두는 '워라밸'과 '노멀크러시'라고 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 평범한 삶을 지향하는 젊은이들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지요. 저는 유행이라고 따라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이 부분에서는 공감을 많이 합니다. 대학 때 구체적인 목표를 잡고 학생이던 내가 할 수 있는 전략적인 최선을 다하고 납득할 수 있는 실패도 겪어봤고, 사회 초년생일때 '평생직장'에 대한 생각으로 오전 7시 출근 밤 11시 퇴근도 밥 먹듯이 해봤습니다. 3 곳의 직장에서 3년, 2년, 2년의 근무를 해봤고 모두 내가 속한 곳이 번창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했습니다. 스타트업을 업계 TOP3까지 만들며 회사 운영에 관여했던적도 있습니다. 합동조합 개념으로 고용이 아닌 동업 관계로 사무실을 차렸던 적도 있고, 1인 기업으로 빚 갚기가 삶의 목표였던적도 있습니다. 직장인일때는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었지만 고용주일때는 직원의 삶을 생각했던 겉 멋이 잔뜩 들었지만 능력은 없었던 젊은 청춘이었습니다. 그런 제게 노멀크러시(normal crush)는 갑자기 툭 튀어나온 유행어가 아닙니다. 제 삶의 일부죠.

 

사례

두번째 직장을 그만두고 협동조합 개념의 사무실을 만들때 같이 일했던 동료 두 명을 섭외해서 함께 했습니다. 모두 그 직장에서 '진짜 일하는 직원'들이었지요. '제 사람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급여 수준을 제시했을때 둘 다 OK 할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했던 일, 앞으로 할 일을 잘 알기에 그들에게 제안했던것은 월급 150, 상여금 0%, 투자금 회수 후 순 이익에 대한 동일 분배였습니다. 거기에 일의 특성상 오전 10시 출근, 티타임 1일 1시간 보장(출근 직후 30분, 퇴근 직전 30분), 점심시간 1시간 보장, 오후 6시 퇴근까지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 둘 모두 제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믿고 OK를 했고 폐업 전까지 그 약속은 지켜졌습니다. 당시에 두 사람 모두 제가 제시한 월급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고 있었지만 흔쾌히 합류하더군요. 이미 그때부터 워라밸과 노멀크러시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는 있었습니다. 당시가 아마 2013년인걸로 기억하네요.

 

그런데 요즘은 너무 판타지 성격이 짙은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잘 나가던 일을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그들이 돈 대신 행복을 선택했다고 포장하는걸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노멀크러시는 '돈 대신 행복'이 아니라 '진짜 나'로 살아가려는 용기를 요구하는 유행어라는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상태'가 되기 위한 '선택'이 바로 이 유행어의 핵심입니다. 정시 퇴근, 저녁이 있는 삶, 부족하지 않은 소득 등으로 비춰지는건 오히려 박탈감만 키울 수 있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지않고 조건과 상황만 맞추려는것은 '결론 없는 욕심'에 불과합니다. 바라는 것은 크고 현실은 받쳐주지를 못하니 이런 유행어조차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할 수 있습니다.



 

노멀크러시의 핵심은 '지속성'을 갖는 '자신만의 일'과 '확고한 가치관'을 통해서 '안정적인 소득'을 마련하려는 노력입니다. 고민이 없고, 준비가 없는 바램은 그저 욕심일뿐이지요. 이것을 사회나 환경의 변화로 얻기를 바란다면 아마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상황에 분노하는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겁니다.

 

효리의외침

 

이 유행어를 이야기할때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효리가 했던 말이 자주 회자됩니다. 아이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었을때 훌륭한 사람이 되야지라는 어른의 말을 들은 이효리가 '하고싶은대로 그냥 아무나 돼'라는 말을 했다죠. '성공한' 사람이나 '훌륭한' 사람이 아닌 '네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라는 답변이었습니다. 단 한마디의 말이었지만 그 안에는 아이가 앞으로 배워야 할 많은 것들이 담겨있습니다. 대부분은 그 부분은 제외하고 '성공에 지친 젊은이'들의 '평범한 삶에 대한 열망' 정도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평범한 삶은 뭘까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오직 수능시험을 보기 위해서 공부합니다. 수능 점수에 따라서 대학교를 들어가서 취직을 하기 위해서 또 공부를 합니다. 졸업을 하면 고만고만한 이력서와 업무나 월급에 비해서 지나치게 까다로운 면접을 거쳐서 취직을 합니다.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면서 대출을 최대한 끼고 집을 삽니다. 이제 직장 생활을 통해서 받는 월급으로 월마다 원금과 이자를 갚고, 생활하고 소비하며 살아갑니다. 그렇게 살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고 부대끼며 늙어갑니다. 이게 평범한 삶입니다.

 

노멀크러시는 이 삶의 공식에서 벗어나서 '자기 자신의 삶'을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살아가겠다는 의사표시입니다. 보편적으로 정시퇴근과 충분한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평범한 삶을 이유로 특별하고 충분한 삶을 동경하는것이 아닙니다. 이제 다시 앞의 내용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성공에 얽매이지 않는 '평범한' 삶을 원하시나요? 아니면 '자신이 만족하는' 삶을 원하시나요? 만약 후자라면 무엇이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인지, 그것을 가질려면 무엇을 마련해야되는지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됩니다. 성공은 필요없으니 '적당히' 해서 '평범하게' 살자.라는 생각은 버리세요. 언제 그렇게 적당히 살았나요. 아니잖아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았습니다. 이효리의 '아무나'는 '너'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나'로 사는것은 '남'으로 사는것보다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노멀크러시나 워라밸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위에서 적은 사례처럼 수동적인 경우가 많을겁니다. 사회나 환경이 제공하는 상황을 보고 높은 급여냐 저녁이 있는 삶이냐를 결정하는 정도겠죠. 하지만 기사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잘 보면 그들은 '자신만의 일'로 '부족하지 않은 소득'을 거두며 만족하며 살고있는 사람들입니다. 환상과 현실이 다르듯 '진짜 나'로 살기를 간절히 원한다면 고민하세요. 누구나 꿈꾸는 '평범한 삶'은 사실 나와의 경쟁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값진 삶이지 '돈'만 포기한다고 얻을 수 있는 삶의 모습은 아닙니다.

 

※ 개인적인 생각일뿐 정답은 아닙니다. 다만, 유행어를 통해서 대책없는 선택을 하는 경우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제 생각을 적어봅니다. 이런 유행어가 현재 2030 세대의 요구를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 있지만 그것이 결과론적으로만 비춰져서 판타지로 인식되면 안됩니다. 그 결론에 이르기 위해서 어떤 노력과 고민이 있어야되는지도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이고, 나이를 먹을동안 줄어든 기회 속에서 살아남을만한 경험을 쌓지 못한다면 더 힘들어질수 있거든요. 그래서 전 '삶의 모습'에 대한 고민을 10대 때부터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 때는 준비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 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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