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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번아웃 증후군 _ 인싸보다 아싸가 유행인 이유

일상|2018. 5. 5. 10:20

요즘 온라인 MMORPG게임인 블레이드앤소울을 합니다. 사실 게임 자체보다 공식 홈페이지에 자유게시판을 더 많이 이용해요. 20대 유저들이 잡담을 남기며 웃고 떠드는 공간인데 묘하게 매력이 있더군요. 그들을 보면 인싸와 아싸를 알게되는데 제가 학교를 다닐때와 다르게 요즘은 아싸가 대세입니다.

 

인싸 : 사람들과 관계를 중시하며 소속된 단체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부류

아싸 : 내 시간, 내 일, 내 공부에 더 집중하며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활동에 소극적인 부류

 

제가 20대 때는 사실 아웃사이더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봤습니다. 사회부적응자라는 말을 듣는 경우도 많았죠. 하지만 이제 대세입니다. 대학교를 가서 취직 준비를 하는 세대라서 동아리나 학과 행사가 그들에게 영양가 있어보이지 않게 된거죠. 수업은 학교에서 듣고, 그 외에는 혼자 책 보고, 밥 먹고, 영화보고 그러는게 일상인 세상입니다.

 

이런 때 인간관계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관계를 중시했지만 결국 그 관계가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는걸 알았을때 느끼는 허무함과 공허감이 너무 커서 잠시 쉬어가는 시기에 있는 사람들이죠. 오늘은 이에 대해서 제 경험을 토대로 적어보겠습니다.

 

 

저는 어릴때부터 말을 심하게 더듬었습니다. 그래서 군대를 가기 전까지 마음이 너무 힘들었죠. 친구는 많았지만 진짜 친구는 없었습니다. 그냥 어울려 놀기에 바쁜거였을 뿐이지요. 그러다가 군대에서 제대를 하니 세상이 좀 달라보이더군요. 여전히 말을 더듬지만 그래도 할만했습니다. 지옥같던 10대 때보다는 세상이 핑크빛이었죠. 그래서 인맥관리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 때는 인맥이 많고 외부 활동이 활발해야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 제 전화번호부에는 동아리 선후배, 게임 친구들, 고등학교때 친구들, 과 친구들, 아르바이트하던 잡지사 식구들, 게임업계 종사자들까지해서 대략 6~700명이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각종 모임은 다 참석했고, 경조사도 다 챙겼죠. 정말 매 달 주말은 지인들 경조사 다니느라 바빴습니다. 연락이 뜸한 지인들에게 1달에 한번씩 체크해서 전화를 걸어보고 안부를 묻는것도 일의 연장선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취직을 했고 현실을 알게 됐습니다. 3월부터 5월까지 주말마다 지인들의 결혼식 소식이 날아옵니다. 아무리 매너만 지켜도 한 달에 백 이상의 축의금이 나가더군요. 그래도 그것까지는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서른 살쯤 됐을때 제 삶의 두 번째 마음고생을 하게 됩니다.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것도 좋고, 내 시간 없이 열심히 사는것도 좋은데 '사랑을 못하는 나'는 정말 힘들더군요. 그 때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제일 친한 친구에게 밤 11시에 전화해서 '힘들다' 한마디 했는데 친구가 그럽니다. '널 20년 동안 알고 지냈지만 네 입에서 힘들다는 말을 들은게 처음이다.' 그 때 알았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기만했지 제 말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가끔 이야기를 꺼내도 지인들은 웃으며 화제를 돌리기 일쑤였고 다들 그렇게 웃고 떠드는것에만 집중했습니다. '인간으로서 내가 갖는 고민'에는 누구도 관심이 없었죠.

 

그러자 서서히 제 인맥들의 실체가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 때 전화번호부를 삭제하고 핸드폰 번호를 바꿨습니다. 지금은 가족 포함해서 10명 정도 있네요. 솔직히 불편한건 없습니다. 언제나 혼자였으니까요. 굳이 불편한 점을 꼽자면 '언젠가는 찾아올 부모님의 장례식에 제 친구가 오지 않을거라는 사실'과 '제 결혼식에 오는 친구가 없을 거라는 사실' 두 개 뿐입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의 잘못은 아닙니다. 제가 인간관계를 맺는 방법을 몰라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아마 요즘 인간관계 번아웃 증후군이 사람들에게 화두가 되는 이유도 타인의 잘못은 아닐겁니다. 다만, 평면적인 관계에 입체적인 감정공유를 기대했기에 상실감이 큰 것 뿐이지요.

 

사람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굳이 친밀한 관계까지 발전시킬 필요도 없습니다. 필요에 의해서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자연스러운 관계 변화를 수긍할 줄 알아야됩니다. 이런 형태의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됩니다. 내가 필요하면 취하고, 필요없으면 버리는 관계가 당연해지려면 '내 가치'가 중요해지는거죠. 그래서 요즘은 아싸가 인싸보다 더 대세랍니다. (이미 관계가 단편적인 결과로 이어질게 뻔한 상황에서 굳이 인싸를 고집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아싸로 살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데 집중하면 '내가 필요한 사람들'은 또 내 옆으로 다가올테니까요.)

 

※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생기고 상처를 받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상대방에게 '기대'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 기대가 없으면 상대방의 어떤 행동도 내 삶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저 서로 이해관계만 잘 맞춰가면 되는겁니다. 기대하고 싶은 상대는 따로 만나야죠. (그래서 연애를 하죠)

 

인싸가 옳고 아싸가 그르다는 이분법적 분류는 이제 통하지 않는 시대입니다. 자신의 가치에 맞게 관계를 맺고 그 이상의 친밀함은 신중하게 선택하는게 인간관계 번아웃 증후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남에 의해서 내 삶이 행복해진다면 언제든 남에 의해서 내 삶이 불행해질수도 있습니다. 타인에게 얽메어 자신의 행복이 좌지우지 된다면 허무함과 공허감에 불안감까지 겹칠 수 있습니다. 일단 내가 행복해지는 나만의 가치를 찾으세요. 그게 취미가 될 수도 있고,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혼자 있는 것에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게 제일 좋습니다. 인간관계는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제공하는게 아니라 '이해관계'에 의해서 움직이게 놔두세요. 그게 사회생활을 하는대도 더 도움이 됩니다.

 

 

그냥 인간관계 번아웃 증후군 관련 글을 보고 제 경험을 떠올려서 적어봤습니다. 평범하고 성공적인 삶의 모습을 만들고자 거미줄처럼 인맥을 넓히며 관리했는데 다 허상이었던 제 경험이 생각났어요. 그 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솔직히 지금은 편합니다. 이 상태에서 일만 자리를 잡고 연애만 하면 딱 완성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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