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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7 개인 일기

일상|2018. 3. 17. 14:18

3월 중순의 주말답게 쾌청한 하늘에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 한 사람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남자로 보이고 싶었던 순간이 3월 중순이었죠. 그 뒤에 몇 번의 사고가 있었고 전 마음을 접었습니다. 그게 5월쯤이었네요. 입으로 '사랑 안해' 말한적 없지만 몇 번의 사고를 겪으면서 내 모습을 확인하게됐어요. 그리고 맑고 밝은 그 사람을 마음에서 내보내려는 생각을 했습니다. 표현한 적도, 마음을 보인 적도 없었는데 무의식에서 그렇게 정해버렸죠. 사람을 좋아할때마다 똑같은 고민, 똑같은 과정을 통해서 고백조차 못해보고 끝나는게 익숙한 편이거든요.

 

저도 모르게 끝이 나버렸음에도 그 사람만 보면 자꾸 주변을 맴돌던 기억이 납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그것에 고민도 많이 했었죠. 그 사람은 아무것도 모른채 저 혼자서만 많이 힘들었습니다. 마지막 만남 이후로 3개월이 흐른 지금은 많이 흐려진 느낌입니다. 다가설 수 없으면서 떠나지도 못했던 지난 1년의 시간. 후회도 아쉬움도 없습니다. 여전히 보고싶고, 사랑 노래가 귀에 들어오고, 그 사람의 소식을 궁금해하지만 전화 한 통을 편하게 할 수 없기에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중입니다.

 

매번 짝사랑을 끝낼때마다 똑같은 생각을 합니다. 내가 지금 이 마음으로 그 사람을 봤다면 비록 내 고민이 그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 없게 만들었어도 편한 관계로 오랫동안 볼 수 있지 않았을까? 개인적인 고민에 그 사람의 마음까지 생각하느라 전전긍긍, 안절부절 못하면서 못난 모습만 잔뜩 안겨주는 나의 짝사랑. 벌써 4번째인데 정작 사람을 좋아하기 시작하면 생각대로 안되서 항상 이런식입니다. 앞에 3명은 모두 결혼 소식까지 듣고 연락이 끊겼는데 4번째는 과연 언제쯤 끝난 짝사랑으로 기억될지 궁금하네요. 그래도 제 나이대에서 남자가 먼저 다가가지 않는데 여자가 다가오는 일은 거의 없으니 연락을 하지 않다보면 자연스럽게 잊혀지겠죠. 이번에도 이렇게 짝사랑을 마칩니다.

 

2013년봄에찍은벚꽃사진

 

이제 곧 이런 꽃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제가 하고싶은 일을 하려고 직장도 그만뒀죠. 이제 앞으로 제게 찾아오는 사랑에게 용감해지기 위해서라도 제가 시작한 이 일을 안정화시키는데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일거에요. 남들보다 늦게 시작하지만 40대는 남들보다 행복한 시간으로 채우고 싶기에 퇴직을 결정했거든요. 쉽지 않은 길이지만 자신감은 있으니까 마흔쯤, 2020년 1월 1일에는 일도 잘되고 사랑도 잘되서 좋은 사람과 해맞이를 하고 싶네요.

 

내 인생의 세 개의 열쇠를 모두 찾았기에 늦은 나이에 도전도 해보고, 원하는 삶의 모습도 꿈꿔봅니다. 이제 오직 제 의지와 노력만이 2년뒤 제 인생의 모습을 결정하겠네요. 결론없는 짝사랑에 시간과 마음을 빼앗길 여유가 없는 이유에요. 사귀면 사귀던가 아니면 깔끔하게 마음을 접고 가끔씩 안부나 묻는 사이로 남아야죠. 그래서 운동도 다시 시작했어요. 40대를 뚱뚱하고 맥 없는 모습으로 시작할수는 없잖아요. 천천히 꾸준히 몸을 관리하고 있답니다. 저도 한 순간쯤은 행복하게 살아봐야죠. 언제까지 남의 일이나 하면서 모이지도 않는 월급을 부여잡고 버티기모드로 살 수는 없잖아요.

 

이런 다짐을 하면서 토요일을 보내고 있네요.

 

운동, 2개의 열쇠, 일 이 세가지는 내 의지만으로 진행이 가능한 것들이니 바로 시작했고 1개의 열쇠는 일단 기다리기로 결정한 상황입니다. 마음은 편하지 않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도 못할만큼 아무것도 갖추지 못한 제 자신에 대해서 화를 내는 중이거든요. '전 혼나야됩니다.' 40대에는 이런 후회와 질책을 하지 않기위해서 미친듯이 일해야겠네요. 일단 오늘은 금연 기념으로 치킨 시켜먹으려고요. (끊어야죠. 늙는것도 서러운데 건강도 형편없으면 더 슬플거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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