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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삶, 이제 시작입니다.

일상|2018. 3. 2. 20:29

요즘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서 '저녁이 있는 삶'이 다시 조명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설레발은 자칫 쉽게 지치게 만듭니다. 이제 막 시작을 한 것인데 마치 바로 뭔가 바뀔거라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정책은 이익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을 모두 양산하기 때문에 그 간극을 조절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20년, 길면 100년은 걸릴 긴 싸움의 첫 시작을 이제서야 한 것입니다.

 

나도이렇게살고싶다

 

현재의 '저녁이 있는 삶'

 

지금도 일부 직군에서는 야근이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하는 회사에 젊은 CEO에 의해서 '야근 금지'가 시행되는 스타트업 기업이 꽤 많습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자율 근무제', '재택 근무제'는 실패했지만 사무실에서 정해진 시간동안 일하고 퇴근하더라도 회사의 이익에는 큰 영향이 없는 직군은 분명히 있습니다. 공무원 이라며 비아냥 거리는 분들도 있겠지만 부서마다 양상은 극과 극으로 다릅니다. 사무직이라도 다 다른것처럼요. 그러니 '나'와 '너'를 나누는것은 의미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지금 '모두'를 봐야됩니다. 보편적인 근로자가 '저녁이 있는 삶'을 누려야 하기에 근로시간 단축이 쟁점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갈 길이 먼 문제

 

사실 이 문제는 하루아침에 뚝딱 변하지 않습니다. 정시 퇴근을 보장하려면 근로자 1인당 처리해야 할 업무가 그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됩니다. 그렇게 하려면 결국 사람을 더 채용해야되고 그만큼의 수익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됩니다. 관리자가 잉여 수익을 인건비에 투자하려는 의식을 갖는것은 논외로 치더라도 결국 기업이 충분한 수익을 봐야만 사람을 더 뽑아서 직원의 정시퇴근이 보장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됩니다. 현재는 일부를 제외하고 이 조건에 부합하는 사업장이 드물겁니다. 언젠가 말했듯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1차부터 3차까지 전 산업군이 골고루 포진한 산업 구조거든요. 수 십년동안 효과를 보는 정책을 꾸준히 시행해서 이 구조를 변화시켜야만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시행하려는 '저녁이 있는 삶'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딱 봐도 참 많은 문제가 얽혀있습니다. 솔직히 필자는 이 부분에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근로자 개인의 선택에 의해서 보장받는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닌 사회 구조가 변해서 자연스럽게 안착하는 모습은 상상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지난 수 십년간 걸어온 길은 수 많은 부작용과 위험을 무시하고 '발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니까요. 인권, 법치, 민주, 자유 모든 가치를 통째로 무시하고 '경제발전'에 올인했기때문에 단시간에 정상화 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시간에 대한 불만은 아닙니다. 다만 이제 그 부작용을 서로 싸워가면서 해결해야될 시기라는걸 말하는겁니다. 아주 힘든 시간이 되겠네요. 상황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이 계속 지속된다고 가정해도 20년은 노력해야 될 문제라고 봅니다. 시도를 했다가 엎었다를 반복한다면 이 문제는 결국 '포퓰리즘' 이라며 역사의 오점으로 남겠죠.

 

많은 우려와 불만에 대해서.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닌 이 논쟁으로 인해서 개개인의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저녁'도 돈이 있어야 즐길 수 있다는 쪽과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월급이 조금 적어도 상관없다는 입장. 둘 중 무엇이 옳다고 할 수 없습니다. 두 집단이 싸울 문제가 아닙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래서 현재의 감정 과열 양상은 상당히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제가 이 정책에 대해서 찬성표를 던지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되지 않겠지만 일단 시도는 해봐야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여건이 되면 시행하겠다는 말은 아예 할 생각이 없다는 말입니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고 이 상태로 그냥 쭉 가겠다는 말이지요. 이는 곧 나라의 미래를 포기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전 이번 일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성패를 떠나서 시도를 했다는것 자체가 이미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던 사람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이 문제는 단기적으로 어떻게 끝맺게 될까요? 일방적으로 사업주만 '탄압'을 받는 형태가 될지 그 와중에 일부 사업장에서는 야근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서 정상적인 근로환경을 갖추게 될까요? 궁금해서 잘 지켜봐야겠네요. 언젠가 해결이 되어야 할 문제가 지금 이 시점에 제기가 됐고 그를 위해서 다소 무리한 수를 쓴 상태. 욕 먹을걸 알고 시작한 일이니 소기의 성과라도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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