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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삼촌의 어린이날 선물은 치킨이었다.

일상|2018. 5. 7. 13:01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백수의 길로 접어든 삼촌이 된지 이제 3달째입니다. 올 해 어린이날은 조카들에게 선물을 줄 수 없었습니다. (3월에 동생에게 빌려준 돈을 아직 못 받아서 더 이상의 지출은 용납이 안됩니다. 말 안하고 그냥 보내주는건 주는건데 꼭 갚으라고 말하고 주는건 제 때 갚아야되는거지요. 그 말을 다 했는데 당시에는 급하니까 다 yes 해놓고 이제와서 돈 없다고 발뺌을 하는 동생이네요. 대체 작년 겨울부터 부모님과 내게서 받아간 생활비가 2천이 넘는건 어떻게 감당할건지 모르겠습니다.)

 

어른들의 속 사정으로 인해서 7살, 5살 조카들은 이번에 가족들끼리만 어린이날을 보냈습니다. 친가도 외가도 퍼주다가 지쳐서 GG를 친 상황이거든요. 그래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서 오랜만에 스마트폰 신공을 썼습니다. 배달의 민족에서 '대신 결제'로 동생 집에 치킨을 보내준거죠. 평소에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보낼 수 없어서 먹고 싶은걸 골라보라고 하니까 3만원 가까이하는 세트를 척 골라서 보내주네요. (조카들이 먹을거라 참는다.)

 

그래서 접속지역을 동생 지역으로 바꿔서 업체를 검색한 뒤에 동생이 말한 치킨가게에서 해당 메뉴를 골라서 배달을 시켰네요. 결제는 제 폰으로 바로결제를 했고 치킨은 무사히 도착해서 '냠냠' 했답니다. 전 항상 선물을 보내면 인증샷을 요구하는데 역시 이런 말은 잘 듣습니다. (치킨, 피자, 운동화, 아이들 부츠, 장난감 등등) 더불어 보너스로 조카들과의 영상통화까지 완료하고 기분 좋게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 동생이 보내준 인증샷 입니다. 전 먹어본 적도 없는 치킨 세트네요. 아 양배추 샐러드다. 가격이 좀 악랄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동생 집에 배달된 모습을 보니 만족스럽네요. 감자튀김도 상당히 잘 나왔고, 샐러드에 피클에 소스도 잘 갖춰졌네요. 메인인 치킨은 좀 크기가 크네요. 그래도 실속있어보입니다. (이거 외에 파스타도 갔을텐데 그건 어디로 갔는지?)

 

 

▲ 다시 사진을 보니 저도 시켜먹고 싶네요. 그런데 제가 사는 지역에는 이 프랜차이즈가 없었던걸로 기억합니다. 4일날 저녁때 급하게 시키느라 사실 어느 업소인지 기억도 안나네요. 한 가지 확실한건 제가 사는 곳에는 이 치킨이 없다는것 뿐입니다.

 

음 지난 달에 부모님 댁에 병어를 보내드릴때도 핸드폰 결제를 했는데 이것까지 겹치네요. 이번달은 소액결제요금이 10만원은 나올것 같습니다. 카드로 했으면 할부로 돌릴 수 있는데 꼼짝없이 일시불로 내야되는군요. 그래도 다 부모님, 조카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니 마음은 놓입니다. 이상하게 제가 먹는데 돈을 쓰면 그렇게 한심하고 아까운데 다른 사람과 같이 먹는거는 얼마를 써도 아깝지가 않더라고요.

 

요즘은 참 세상이 좋아져서 배달앱으로 타 지역에 살고있는 사람에게 음식을 보내줄 수 있어서 좋은것 같아요. 그나저나 괜히 이 사진을 꺼내서 급하게 치킨이 땡기는군요. 김밥천국에서 김밥과 후라이드를 시켜야될것 같습니다. 후, 이 먹성 참 대책이 없네요. 어쨌든 백수 삼촌이 그래도 얼굴은 비췄습니다. 내년에는 좀 안정을 찾아서 직접 보고 선물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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