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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 _ 한국판 시민항쟁?

취미|2018. 1. 24. 20:42

2007년 개봉한 영화 '화려한 휴가', 1980년 5월 18일, 작전명을 그대로 따 온 제목. 어릴 때 이 작품을 봤을때는 분노만 느꼈다. 극단적인 언어와 생각을 총 동원해서 세상을 향해 비난을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여전히 과거를 청산하지 않은 채 미래를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특정 집단의 이익과 재산을 보장하는 것이 마뜩치는 않으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게 있다는걸 알았다. '자유' 그리고 '희생' 나 또한 그리고 다른 누군가도 자신의 삶을 바쳐서 자유를 갈망해 본 적이 없을거다. 그저 뒤에서 키보드에 손을 얹고 책임도 못 질 말들만 너저분하게 깔아놓을 뿐. 그것이 현재 우리가 조금은 고달픈 삶을 사는 이유가 아닐까?

 

 

영화 화려한 휴가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12. 12부터의 사건을 알아야된다. 왜 전남대와 조선대에 휴교령이 내려졌고, 학교에 공수부대가 배치됐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정승화, 김재규, 전두환, 김대중, 김영삼 우리가 알만한 이름은 모두 등장하는 대 서사시라고만 밝혀둔다. 개인적으로 전국적 비상계엄의 뒷면에는 집권 과정에서의 군에서의 파벌 싸움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전국시대를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장수들의 군력을 소모시키고 내부적인 불만을 해소할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서 임진왜란을 일으킨것과 동일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또 전국에 대한 통제력을 갖추지 못한 군부의 한계를 메꾸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으로 '화려한 휴가'를 선택했다고 본다.

 

여하튼 전남대 학생의 도서관 진입, 공수부대의 제제, 충돌, 과잉 진압을 시작으로 광주 시민들은 계엄군의 철수와 과잉진압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그 과정에서 왜놈이나 떼놈들이 국토를 침탈할 때와 비슷한 일들이 자국 공수부대원들에 의해서 자행되면서 시위의 규모가 커졌다. 파출소와 경찰서에서 무기를 탈취하여 무장한 시위대의 규모가 커지자 계엄 작전 매뉴얼대로 주둔하던 공수부대만으로는 진압이 불가하여 일단 철수. 10일 후 전남도청에서 시위대를 2만명의 진압부대가 30분만에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사건. 이것이 바로 '광주 민주화 운동', '작전명 화려한 휴가'의 실제 이야기다.

 

 

영화에서는 차마 다루지 못한 수 많은 만행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생존자의 증언을 통해서 세상에 공개된다. 흡사 병자호란이나 임진왜란 때 적군이 하던 짓들을 서슴없이 자행했다고 한다. (백주 대낮에 검문을 빌미로 여성의 치마와 속옷 등을 대검으로 찢고 성폭행을 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증언됐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광주 시민들의 무장과 군대와의 대치가 폭동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다.

 

프랑스의 시민 혁명은 민주주의 시발점이었다. 과연 우리의 이 항쟁은 무엇을 남겼는가? 어렴풋이 보이는 그 결기와 열정은 같은듯 다르다. 그들의 핏값은 새 세상을 열었는데 우리의 핏값은 침묵한 언론과 총, 칼 아래 무릎을 꿇은 여론 앞에서 휴지조각보다 못 한 희생으로 기억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분노할 때가 아니다. 그들의 희생에 눈물을 흘릴 때가 아니다. 그건 다 가식에 불과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에 위선을 더하는 가식. 난 앞으로도 이 화려한 휴가가 계속 꾸준하게 조명되면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기를 바란다.

 

자신이 응원하는 그 신념 (좌 혹은 우)이 자신들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장담할 수 있는가? 그 신념이 승리해서 집권을 하고 저런 일이 터졌을 때 당신의 가족에게만큼은 총, 칼이 빗겨갈것이라는 확신이 있나? 권력의 중심에 있는 이들은 좌, 우를 놓고 편을 갈라서 대립하는게 맞지만 국민은 둘 모두를 적으로 놓고 감시하고 경계해야한다.

 

어렷을 때는 계엄군에 대한 분노, 그들에 대한 처절한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후기를 적었었다. 10년쯤 지나서 다시 후기를 적으니 이런 내용이 나오는구나. 그들에 대한 처벌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미 피는 흘렸고 세상은 변했으며 사람들의 기억에는 매년 5월 18일에도 신경쓰지않는 헤프닝일 뿐인것을. 그저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면서 그들에게 좀 더 강력한 국민이 될 방법을 찾는 수 밖에 없다.

 

※ 쥐뿔도 모르면서 마구잡이로 후기를 적어서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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