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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 2016)

취미|2018. 1. 24. 20:39

들어가는 말

 

토요일 오후, 드라마 재방송을 10분 남겨놓은 상황에서 잠깐 볼 요량으로 틀어놨던 히든 피겨스. 하지만 앉은 자리에서 1시간을 보고 나서야 간신히 갈무리를 했다. 재미있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 영화였는데 무엇이 날 사로잡았을까? 다 보고 나서도 한 동안 무엇을 적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인종 차별? 성 차별? 아니면 유리천정에 대한 이야기? 글쎄요. 다 아니올시다.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주인공 세 명의 흑인 여성의 활동 무대가 미항공우주국(NASA) 라는 제한된 공간이라는 점이다. 1960년대 냉전시대의 러시아와 미국의 우주를 놓고 벌이는 보이지 않는 전쟁. 미국은 러시아보다 한 발 늦은 행보에 초조해하고 있었고 NASA는 존폐의 기로에 서 있었다. 무엇이 그들을 뒤쳐지게 만들었는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정답은 차별

 

남자와 여자, 백인과 유색인종 (이 또한 차별적인 단어)의 구분으로 업무의 범위와 한계를 정하고 돌아가는 최첨단 두뇌집단 NASA. 이게 그들을 뒤쳐지게 만든 원인은 아니었을까? 현재도, 미래에도 이 질문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고, 그 이기심은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여 더 힘 있는 자의 위치와 권력을 보존하려는 형태로 분출된다. 그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묵살되고 그 행위들은 법과 제도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지. (2017년 현재에는 아닐거라고 자신하는가?)

하지만 정말 중요한 사실은 모든 인간은 동일하다는 것. 다양한 차별적인 요인은 누군가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구실에 불과하고 개개인이 가지는 역량은 그 요인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다양한 차별적 요인을 만들어서 수 많은 계단과 천정을 만들어 그 위에 오른 이들의 재산을 보호하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사회는 뒤쳐지고 경쟁에서 패배하게 되며, 결국 공동체의 소멸로 연결되는 과정을 겪게되지.

 

 

"천재성에는 인종의 구분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의 구분이 없으며, 용기에는 한계가 없다."

 

 

이 작품의 메인 콘티는 그것을 꼬집는게 아닐까?

영화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의 사례는 그 공간이 NASA라는 집단에 한정되어 있었고 그 상황이 절체절명이었기에 가능했던 특별한 일탈이었다. 과연 우리는 일상에서 차별과 억압에 맞서 싸우고 그 용기와 열정에 박수를 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지 되물어봐야한다.

 


 뒤처지지 않을 권리 _ 관리자의 역량

 

영화 히든 피겨스 속 흑인 여성들의 성장과 발전에는 외부적인 요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바로 그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서의 관리자가 그들이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관습과 악습을 부정한다는 사실이다. 작품 속에서는 업무상 필요에 의해서 이루어진 행위들이었지만 그런 과감함이 없이 개인의 열정과 노력만으로 작품 속의 이야기는 만들어지지 못했겠지.

 

이를 일반적인 경우에 대입해보면 결국 권한을 가진 자 중에서 깨어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말. 영화 히든 피겨스 속의 상황들은 통쾌한 쾌거, 미래를 개척하는 유색인종 여성의 열정과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그려지지만 사실 관리자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거다. 그리고 NASA의 해체와 우주 주도권 경쟁에서 미국의 패배가 예정되었을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그들의 열정과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개인의 노력이 세상의 편견을 깼다고 환호를 하겠지만 난 반대다. 그들의 관리자가 내렸던 사소한 수 많은 결정들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영화 속 상황들은 한정된 영역에서 극단적인 상황이었기에 가능한 경우. 우리 일상에서는 일어날 수 있을까? 미항공우주국, 러시아와 패권 경쟁 중 밀리는 상황, 천재 수학자, 최초의 포트란 프로그래머, 최초의 흑인 여성 항공 엔지니어 가 아닌 일반인이 일상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다.

 

우리 평소에 하는 일은 특별하지 않기에 대체 인력이 넘쳐난다. 남자, 여자, 피부색, 나이, 결혼여부, 자녀여부, 경력, 희망연봉 등 수 많은 잣대로 차별을 해도 문제없이 굴러가는 평범한 일상이다. 그래서 권한을 가진 관리자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바꾸지 못해도 내가 다니는 회사, 내가 속한 부서의 관리자가 차별과 제한을 두지 않으면 그로 인해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던 사람들에게는 세상이 바뀌는 일이 생긴다. '기적'

 

 

개인의 열정과 노력에는 목표가 필요하다.

 

영화 히든 피겨스 속에서 세 명의 주인공은 각자의 목표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 한다. 천재 수학자인 캐서린 존슨은 관리자의 포괄적인 업무 주문에 부응하기 위해서 숫자 뒤의 세상을 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자신이 아는 모든 지식을 활용해서 해답을 찾는다. 유색인종의 대표였던 도로시 번은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전산원의 미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프로그래밍 언어인 포트란을 배우고 그것을 동료들에게 가르쳐 새로운 컴퓨터 연산 작업 환경에서 자신들의 효용 가치를 만들어냈다. NASA의 엔지니어로 활동하기 위해서 메리 잭슨은 인종차별이 당연시되는 버지니아 주의 판사에게 '최초'가 될 것을 종용하며 원하는 대학에서 야간 수업을 받아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다.

 

이 작품 속에서 주목할 또 하나의 핵심은 '목표'다. 무작정 노력만 하면 다 된다는 논리는 착각에 불과하다. 자신의 능력에 합당한 목표를 잡고 그것을 이루이 위한 정확한 과정을 거쳐가는 과정에 노력을 들여야 한다. 목표가 없는 노력이나, 잘못된 목표를 위한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우리는 영화 히든 피겨스 속 주인공들에게 환호하기에 앞서 '나는?' 이라는 물음표를 던져봐야하지 않을까?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평.

 

액션도, 미모의 배우도, 하다못해 그럴듯한 볼거리도 없는 영화. 하지만 상황과 대사만으로 충분히 몰입할 수 있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명작이다. 블록버스터라는 이름으로 화려하게 포장되는 여느 작품과 다르게 담담한 이야기만으로도 그 이상의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 따로 휴먼드라마 라는 표현은 하지 않는다. 영화 히든 피겨스는 그런 폭발적인 감동을 담지 않았다. '당연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일 뿐이다. 생각하지 않고 보기만해도 재미있고, 생각을 하면서 봐도 재미있는 영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다른 분들과는 살짝 다른 포인트일지도 모르겠다. 난 개인적으로 '웨스트 전산 그룹' (유색인종 전산원 모임)의 관리를 대행하던 미첼 부인 (커스틴 던스트)이 마지막에 도로시 번에게 정식 관리자로 인사 발령을 내면서 그에게 "미쎄스 번" 이라고 한 부분이 제일 인상적이었고 좋았다. 시종일관 그에게 정식 관리자로 유색인종을 배정할 계획이 없다며 묵살하며 '도로시'로 부르던 호칭을 '번 부인'으로 바꿔부르던 그 장면. 많은 걸 함축하는 대사가 아니었을까 싶네.

 

볼 수 있다면 한번 보면 좋을 영화 히든 피겨스 (Hidden Figures , 2016), 왠만하면 추천하지 않지만 이 작품은 꼭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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